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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화면의 밤나무. 뒤에 보이는 산 전체가 밤나무 산이다
 충화면의 밤나무. 뒤에 보이는 산 전체가 밤나무 산이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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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화면 도로에 굴러다니는 밤송이들. 차들이 밟고 지나가서 으깨진 밤들도 보인다.
 충화면 도로에 굴러다니는 밤송이들. 차들이 밟고 지나가서 으깨진 밤들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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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동네에선 알밤이 그냥 발에 채인다. 도로가까지 늘어진 밤나무에서 알밤이 자동차 앞으로 툭 하고 떨어지는 일도 있다. 그 만큼 우리 동네에는 밤나무가 많다는 뜻이다.

올해는 여름에 비가 잦아서 밤 수확량도 줄었고 수확 시기도 늦어졌지만 밤 자루를 어깨에 둘러메고 힘겹게 밤 수매장을 찾는 어르신들부터 한 트럭 가득 밤 자루를 싣고 온 젊은 농부까지, 요즘 충남 부여 충화면이 들썩거리고 있다. 하늘이 높고, 논에는 벼가 수채화처럼 물들어가고 밤 자루가 창고에 쌓이는 이 가을날이야 말로 시골에 사는 맛이 나는 시기이다.

밤나무는 일조량이 풍부하고 높지 않은 산지에서 잘 자란다. 부여군 충화면은 낮은 산지가 많은 대신 너른 들판이 부족해 시설 하우스 재배 단지보다는 산지를 이용한 농업이 발달했다. 밤과 표고 버섯이 충화면에서 주로 생산되는 농산물이다.

부여군 충화면에서 밤나무를 만 평 정도 재배하고 있는 송기선(53) 이장 단장에 따르면 "충화면의 밤 재배 면적은 해마다 늘고 있어서 좋은 품종의 밤나무를 심고 있으며 친환경 약제와 유기질 비료의 사용으로 당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그는 "밤을 응용한 가공식품과 요리법이 보급돼서 밤을 재배하는 농민들이 신바람이 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충화 농협 창고에서 크기별로 선별되는 밤들
 충화 농협 창고에서 크기별로 선별되는 밤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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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된 밤들을 자루에 담아서 출하하기 위한 준비 작업.
 선별된 밤들을 자루에 담아서 출하하기 위한 준비 작업.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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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로 보내기 위해 충화 우체국 앞에 쌓여 있는 밤자루들
 택배로 보내기 위해 충화 우체국 앞에 쌓여 있는 밤자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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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에는 농산물을 수확하는 계절에 따라서 품삯을 받는 일꾼들이 몰려다니는 경향이 있다. 봄에는 백마강변에서 수확하는 수박을 따는 일꾼들이 타지에서까지 관광버스로 몰려오고 가을에는 단무지 무를 수확하는 일꾼들이 부여군을 찾아온다. 요즘 부여군 어느 산 밑을 지나가도 두런두런 말소리들이 메아리치듯 들린다. 밤 줍는 일꾼들이 부여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에 비해 일거리가 줄었다고 한다. 올해 모든 농산물이 그렇듯 일기가 좋지 않아서 밤 수확량도 줄었다. 그럼에도 1kg당 밤 값은 2200원 정도로 작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저온 저장고가 있는 농민들은 지금 내지 않고 가격이 좋아질 때를 기다린다고 한다.

모든 농산물은 제철에 먹어야 가장 맛이 있는 법이다. 요즘처럼 밤이 갓 생산된 시기에는 생으로 먹기가 좋다. 특히 옥광, 병고란 품종은 생으로 먹기 좋아서  샐러드 등 다양한 요리에 이용하면 좋다.

곧 다가오는 겨울에는 군밤만한 군것질 거리도 없다. 군밤으로 즐기고 싶을 때는 대보, 단택이라는 품종을 구입해 김치 냉장고에 보관하면 다가오는 긴 겨울밤을 가족과 함께 군밤을 까먹으며 달달하게 지낼 수 있다.

밤조림:진간장과 물엿으로 감자 조림처럼 졸여서 만든 밤조림.한 끼 반찬으로 손색이 없다.
 밤조림:진간장과 물엿으로 감자 조림처럼 졸여서 만든 밤조림.한 끼 반찬으로 손색이 없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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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속살에 있는 베타카로틴이라는 색소는 체내에 흡수되면서 비타민 A로 바뀐다. 밤에는 비타민 B1이 쌀보다 4배 많이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B1은 뇌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신경 전달 물질을 생성해서 두뇌 활동을 돕는다.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충동적이거나 화를 잘 내는 아이들에게 좋은 식품이다.

간장 양념장에 깐 밤을 넣고 감자 조림하듯 졸여 놓고, 밤밥을 지어 상 위에 차려놓으면 식구들을 위한 건강식이 된다. 가을이 가기 전에 풀밭 위의 식사보다 건강한 밤 요리가 있는 식단을 자주 차려서 밤 재배 농민들의 시름도 덜어주시길...


태그:#부여군, #충화면, #밤나무, #알밤, #밤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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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조근조근하게 낮은 목소리로 재미있는 시골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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