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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개학과 동시에 답사모임 동아리도 개학을 했다. 9일, 첫 번째 만남의 장소는 국립중앙박물관. 관람대상의 주목적은 '황금의 나라, 신라의 왕릉 <황남대총>전'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이전 개관한 지 5주년 기념으로 열리는 특별전시회다. 오전 10시부터 해설사의 해설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요즘은 유적지 곳곳마다 해설사들의 안내를 받을 수 있어 문화재를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


황남대총은 '경주시 황남동에 있는 큰 무덤'이라는 뜻으로 봉분이 두 개인 쌍릉이다. 1973~75년까지 발굴한 유물을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왕릉의 전모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했으며 신라 왕릉 하나만을 주제로 한 대규모 전시로는 처음'이라고 한다.


상설전시관의 1층에 있는 특별전시실 앞에는 비상을 하는 독수리처럼 생긴 '남분금제관꾸미개' 포스터가 우리를 압도한다.

 

 

황남대총의 실제 주인공은 누구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나와 있다. 다만, 무덤에서 나온 부장품으로 미루어 남분은 왕의 무덤, 북분은 왕비의 무덤으로 추정하고 있단다. 신라 4~5세기경에 황남대총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며, 그 기간에 세상을 떠난 '내물마립간, 실성마립간, 눌지마립간' 중의 한 사람이 주인공으로 여겨지나 아직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해 논쟁 중에 있다고 전한다.

 

그래서 주인공의 이름이 붙은 능이 아니라 그냥 '경주 황남동에 있는 큰 무덤'이란 뜻에 황남대총이라 한다고 해설사가 일러준다. '마립간'은 당시 최고의 지위인 왕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전시실을 돌아보니 과히 '황금의 나라'란 별칭이 무색하지 않다. 왕의 소유물은 거의 금으로 꾸며져 있다. 외교문물로 들여온 호리병의 손잡이가 파손되니 금줄로 수리를 해 놓은 흔적도 보인다.

 

왕릉에는 왕의 치적이 닿아 있었을 모든 일체의 것이 부장품으로 들어가 있었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죽은 왕의 무덤에 바리바리 쌓여 있었다. 왕은 죽어서도 왕이었다. 모든 백성들까지 황금세례를 받고 산 것은 분명 아니겠지만, 그렇게 남겨진 무덤과 부장품은 후세 사람들에게 당시의 총체적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확실한 증거품이었다.

 

 

부장품을 통해 고구려와의 정치적 관계, 중국, 일본과의 문물교역의 흔적들을 만날 수 있었다. 또 왕릉 출토품은 물건으로 시기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그만큼 황남대총이 중요하단다. 당시 신라의 왕릉이 유난히 크고 그 안에 들어가는 부장품 또한 더 없이 웅장하고 화려했던 이유는 뭘까. "마립간 시기의 신라는 고구려의 지배를 받았던 때였기에, 왕이 죽은 후에나마 그 권위를 세우고 싶었던 열망이 아니었을까 유추해 본다"는 해설사의 해설을 끝으로 전시실을 나왔다.


로비에는 '빛과 시간이 머무는 곳'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세계문화유산을 사진에 담은 사진전을 하고 있었다. 이도 황남대총전과 마찬가지로 10월 31일까지 전시되는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내세우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합당한 우리 문화유산의 숨결을 사진으로 보면서 우리 회원들도 잠시 빛과 시간이 머무는 곳에 젖어 들었다.

 

 

전시관 1층에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나라 조선'실이 신설되어 있었다. 조선은 현재의 삶에 가장 가깝게 영향을 주고 있는 시대이기에 돌아보면서도 낯설지가 않았다. 할아버지 세대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정겨움을 곁들여 편안한 마음으로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 시대의 물건은 아직도 우리들 사이를 넘나들고 있지 않겠는가.

 

 

박물관 견학은 이것으로 끝냈다. 박물관에 가서는 테마별로 보아야 한다. 이왕 온 김에 모두 보겠다고 생각하면 힘만 들고 나중에는 이것저것 섞여 정리가 되지를 않는다. 그러다보니 박물관 하면 '걷느라고 힘 뺀 곳'이란 생각이 먼저 드는 거다.


거리를 나오니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박물관을 나서며 맞는 비는 견학한 곳의 상념을 다져 주었다. 때문에 엄마들은 학교 간 아이들 생각도 잠시 잊은 채 박물관 앞 커피숍에서 수다를 풀어냈다. 

덧붙이는 글 | <황남대총>전과 <한국세계문화유산사진전>은 10월 31일까지 열린다.


태그:#국립중앙박물관, #여사랑역사랑, #황남대총, #조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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