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 졸리 하나만을 내세운 영화, <솔트>

▲ 솔트 졸리 하나만을 내세운 영화, <솔트> ⓒ 소니픽쳐스


엊그제 휴가 갔다 돌아오니 집이 찜통이라 영화관으로 피신하자 하고 영화를 보러 갔다. <솔트>는 그닥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영화였지만, 이래저래 시간에 맞는 영화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든 생각. 역시 괜히 봤다, 이다.

일단 피죽도 못 먹은듯 뼈만 앙상한 졸리가 건장한 CIA, 러시아 스파이들을 추풍낙엽으로 쓰러뜨리는 천하무적에다, 세제 몇 개로 폭발물도 만들고, 스파이더맨처럼 엘리베이터 외줄타기를 자유자재로 하는 데다, 달리는 트럭 위를 택시 갈아타듯이 갈아타는 것은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라 보고 논외로 치자.

러시아 스파이 다룬 진부한 줄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트>가 싱겁다 못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액션 영화가 된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우선 줄거리가 진부하다. 에블린 솔트(안젤리나 졸리)는 CIA 요원이다. 한데 어느날 CIA로 한 러시아 남자가 찾아와 에블린 솔트가 러시아 스파이라고 말한다. 솔트가 스파이로 의심받으면서 CIA가 솔트를 쫓는다. 솔트는 CIA 요원들 모두를 따돌리고 머리카락 색깔 바꿔 모두의 눈을 피해 미국 부통령의 장례식에 조문 온 러시아 부통령을 죽인다.

부통령을 죽이는 이유는 자신과 똑같이 스파이로 키워진 동료들에게 '이제부터 강한 러시아를 위한 행동을 개시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면서, 러시아 국민들의 반미감정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사실 솔트가 부통령을 죽인 이유는 자신을 끝까지 지켜주겠다던 남편을 구하기 위해서였고, 실제 부통령은 잠깐 기절만 시켰을뿐 죽인 것은 아니다. 부통령의 죽음으로 자신을 키워준 스승과 동료들을 만난 솔트는 그들의 근거지를 찾지만, 애타게 찾던 남편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도한다.

화가 난 솔트는 그들 모두를 죽이고 또다른 러시아 스파이와 함께 백악관에 잠입해 지하벙커까지 들어간다. 이때 그는 자신의 상사가 또 한 명의 러시아 스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러시아 부통령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상사는 솔트가 변심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피해 전세계를 핵위기에 넣으려 하지만... 솔트가 이를 막아 세계를 구한 후 그를 죽이고 자신도 잡혀서 호송된다. 호송 중 CIA 요원을 설득한 솔트는 다른 스파이들을 죽이겠다고 선언하고 강물로 뛰어내려 탈출한다.

솔트 솔트는 과도한 액션 장면으로 영화의 재미를 떨어뜨렸다.

▲ 솔트 솔트는 과도한 액션 장면으로 영화의 재미를 떨어뜨렸다. ⓒ 소니픽쳐스


한물간 대사, 개연성 없는 연결

여기까지 읽고 나서 진부한 스토리가 꽤 괜찮지 않은가 하며 다소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면 전적으로 내 문장력 덕분이지 영화 때문은 아닐 것이다. 영화에 나오는 한물간 대사는 어색하기 그지 없고 연기도 보기 민망하다. 어거지로 중무장한 영화는 설사 이것이 영화이니 뭐든 가능하지 않은가 하고 마음을 다스리려 해도 기가 찬다.

게다가 첫 장면에 북한군에 잡혀있던 솔트의 모습이라니! 속옷만 입힌 채로 두 팔 다리를 묶어 고문하는 북한군은 관타나모 기지에서 미군들이 하던 짓이지 뭔가. 게다가 철통보안을 다 뚫고 들어가 부통령도 죽이고 미국 대통령도 죽이고 건드리는 사람마다 다 쓰러지게 하는 철의 여인이 고작 팔 다리 묶였다고 낑낑거리는 모습은 말이 안되도 한참 안되는 것이었다.

특히나 요즘 할리우드 영화에서 '악'의 세력으로 북측이 등장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도 불편하기 짝이 없다. 물론 그 점에서 남측도 자유롭지 않다.(코엔 형제의 <시리어스맨>, 던칸 존스의 <더 문>을 보라)

그저 졸리를 위한 영화일 뿐

개연성 없기는 영화 중간중간 장면들도 마찬가지인데, CIA에 쫓기던 솔트가 화장실에서, 호텔복도에서 훔친 옷은 도대체 어디다 썼는지 모르겠고, 냉혈한이던 그가 독거미 전문가 남편 때문에 정의의 사도로 변신-그래놓고 나오는 사람은 다 죽이는데 핵무기 투하만 막으면 다인가!-한 것도 철지난 농담처럼 김빠지기 그지 없다. 그저 감독은 졸리의 머리카락을 땋았다가 풀어서 염색했다가 짧은 머리 가발을 씌웠다가 하는 소소한 변화를 주는 것으로 영화를 채우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보였다.

또 아주 오랜만에 하품이 나올 정도로 본 이 재미없는 액션 장면들은 솔트가 액션 영화로서의 아무런 장점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뚜렷이 부각시켰다. 액션은 쉴새없이 커팅만 한 탓에 임팩트 없이 어지럽기만 하고 창의력도 제로에 가까웠다.

결론적으로 졸리의 영화 선택은 잘못된 것이었다. "본드걸보다는 본드가 되고 싶다"던 말은 영화를 보고 나니 그저 혼자 도드라져 보이는 영화만 선택하겠다는 말로 해석된다. '후까시'가 잔뜩 들어간 영화에서의 졸리가 참 헛헛하게 다가왔다. 뒷좌석 관객도 지루했던지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등받이를 차서 영화가 끝났을 때는 그야말로 최악의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 솔트에 대한 내 평가가 이리 박한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솔트>는 참 싱거운 영화다.

솔트 안젤리나 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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