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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 마장면 각평리
▲ 7월의 논 풍경 이천시 마장면 각평리
ⓒ 박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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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논은 가장 풋풋한 초록호수다. 스치는 바람결에 볏잎은 물결처럼 너울너울 살랑인다. 바짓가랑이를 걷어붙이고 뛰어들어서 텀벙거리며 물장구도 치고, 발라당 드러누워 눈부신 하늘을 올려보고도 싶어진다.

논은 호수처럼 판판하고 잔잔하다. 생명의 근원인 물을 담고 있어 수많은 생명체가 더불어산다. 벼는 물론이고 벗풀, 올방개, 올챙이고랭이 등의 풀을 비롯하여, 물방개, 조개, 우렁이, 개구리 등의 세상이다. 이들은 서로 뒤질세라 다투듯이 잘도 자란다.

논의 우렁이
 논의 우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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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는 얼마나 자랐나? 5월에 모내기를 할 때는 한 모숨에 서넛 줄기였는데, 7월인 지금은 새끼치기를 통해 스물 줄기 이상으로 늘어났다. 벼의 키도 15cm 남짓하던 게 70cm로 부쩍 자랐다. 모낸 후 휑뎅그렁하던 논바닥은 이제는 초록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빼곡하다.

모낸지 70일 후의 논
 모낸지 70일 후의 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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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벼는 아직 아이다. 몸은 어른처럼 부쩍 자랐지만 마음은 아직 여린 청소년처럼 잎만 자란 벼는 아직 덜 자란 것이다. 벼알을 여물 이삭이 밖으로 나오는 때가 비로소 벼는 어른이 된 것이다. 그 이삭을 만들기 위해 벼는 우선 잎을 많이 내어서 양분을 만들고 있다.

이삭이 잎 밖으로 나오는 시기를 출수기(出穗期)라고 하는데, 이천에서 재배하는 '추청' 품종의 출수기는 8월 중순 이후이다. 출수기 이후에 벼는 수술과 암술이 만나 수정을 하고, 벼알이 여물어서 쌀이 되는 것이다.

아직은 이삭이 잎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잎 속에서 이삭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쯤에 벼 줄기를 갈라보아서 어린 이삭의 상태를 보고 출수일자와 이삭거름을 주는 때를 가늠할 수 있다.

벼의 성장상태를 살피기 위해 벼를 해부했다. 뿌리에 달라붙어있는 흙을 씻어서 보니 오래된 붉은 뿌리와 이제 막 나온 흰뿌리가 있다. 뿌리가 처음 나오면 하얗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피막이 형성되어 붉게 변한다.

뿌리 부분의 줄기를 가르니 이삭은 보이지 않고 이삭마디가 보인다. 벼도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어 무거운 이삭을 머리에 이고도 잘 견딘다. 대나무가 가는데도 그렇게 높이 자랄 수 있는 이유는 속이 비었고,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작은 이삭, 그러나 머잖아 황금 이삭으로 여물 것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모낸 지 두 달 지난 벼의 모습
 모낸 지 두 달 지난 벼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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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의 뿌리
 벼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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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줄기 속의 이삭마디
 벼 줄기 속의 이삭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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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에도 귀와 혀가 있다?

벼 줄기는 잎이 돌돌 말려있는 모양인데, 이 부분을 잎집이라고 한다. 잎집에서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릴듯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잎몸이라고 한다. 잎집은 줄기를 둘러싸서 잎몸을 지탱하며, 잎몸이 햇볕을 받아 만들어낸 양분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잎몸은 우리가 보통 잎이라고 부르는 부분을 말하며, 뿌리에서 흡수한 물을 증산하며 햇볕을 받아 광합성을 한다.

벼의 잎집과 잎몸
 벼의 잎집과 잎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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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몸과 잎집의 경계부분에 바로 잎의 혀와 귀가 있다. 잎귀는 한 쌍의 갈고리 모양으로 줄기를 감고 있어 잎몸이 줄기로부터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마치 두 팔로 부둥켜안고 있는 모양이다.

잎혀는 줄기에 밀착하고 있어서 빗물 등이 잎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잎의 공기습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벼와 비슷하게 생기고 습성도 같은 '피'는 벼와 같은 화본과이지만 이 잎혀와 잎귀가 없어서 벼와 구별할 수 있다.

벼의 잎귀와 잎혀
 벼의 잎귀와 잎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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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인형-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DAUM블러그 <시골뜨기의 잠꼬대>에도 기재되었습니다.



태그:#벼, #잎귀, #잎혀, #이천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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