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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의 안부를 묻는다〉
▲ 책겉그림 〈종교의 안부를 묻는다〉
ⓒ 평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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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사회에 주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힘쓰던 시절에는 모두가 종교를 높이 샀다. 일제 치하 종교계의 애국자들과 순교자들이 그들이다. 군사정권시절 이후에는 종교가 권력자들과 손을 잡고 또 다른 영향력을 펼쳐왔다. 이전의 신뢰도나 윤리적 지수와는 달리 이제는 부패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낙태와 사형제도,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적소수자들, 병역기피와 대체복무제, 사립학교에서의 종교교육 문제, 그리고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4대강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종교가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적지 않는 불신도 받고 있는 형편이다.

백찬홍의 <종교의 안부를 묻는다>는 바로 그런 현실적인 영향력을 바탕으로 종교의 참된 존재성을 성찰토록 하고 있다. 종교의 영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비롯해, 종교와 정치 간에 벌어진 긴장과 연합의 굴레, 국내외에서 빚어지고 있는 종교와 세상과의 분쟁현상, 그리고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에 관한 것들을 여러 꼭지로 엮어 나가고 있다.

그와 같은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은 영화 <아바타>를 둘러싼 교황청의 논평을 통해서 드러난 바 있다. 교황청은 10억을 헤아리는 세계 최대 종교기구로서 정령숭배 사상을 비판하며 그 입지를 다졌다. 한편 미국 내 창조론자들도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진화론'의 대항마로 '지적 설계론'을 내세운 바 있다. 물론 그것은 창조론의 재탕에 불과하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떨까? 군사정권 시절 이래 기독교는 권력의 시녀 역할을 자처하며 기득권 종교로 우뚝 서 왔다. 그런 기독교가 자신들과 대립각을 세운다는 이유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좌파로 규정했다. 그 일환으로 서울 시청 앞 광장에 성조기를 날리며 '한미동맹과 미국에 대한 감사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한편 불교도 2010년 상반기에 봉은사 사태와 관련하여 모종의 권력관계를 엮어나가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그것이 종교가 사회에 주는 기대감과 불신의 영향력이라면 종교 내부는 또 어떠할까? 우리나라는 불교와 유교가 도입된 지 1700여 년, 가톨릭은 200여 년, 개신교는 100여 년, 이슬람은 50여 년이 되었다. 그런데 불교와 유교는 이전부터 금이 갈려 나왔고, 개신교는 더할 나위 없이 많은 교파들이 난립해 왔다. 그것은 신학적인 배경과 교리적인 이유도 없지 않았지만 교회 구성원들의 사적인 이익 추구로 인한 갈등과 분열이 대부분이었다.

"영성은 종교의 기본으로 부와 권력, 미신이나 일부 종교의 배타주의, 분리주의, 차별에서 벗어나 보편적 인류애를 실현시킬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영성을 회복하게 되면 우리를 지배하던 물질이나 마음의 혼돈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삶의 주인이 되고 극단적인 이기심에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인생의 덧없음에 대해 마음을 살피고 닦으며 자기 인생과 직업에 비착취의 원칙을 키울 수 있다."(298쪽)

바로 그것이다. 백찬홍은 현대 사회에 영향력을 주고 있는 종교가 본래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길은 영성의 종교로 돌아가는 길 뿐임을 역설하고 있다. 한 마디로 권력의 중심에서 권력의 비움으로, 타종교에 대한 배타주의에서 관용의 종교로, 그리고 현세의 물욕중심에서 내세의 안녕을 추구할 때 참된 종교의 자리를 확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내세라는 것도 '심판의 장'이 아닌 현재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곳으로 이해시킬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

아울러 그는 제대로 된 신앙인으로 살 수 있는 종교적 실천방안도 몇 가지 제시하고 있다.  이른바 '성직자에게 푹 빠진 듯 너무 의존하지 말 것', '정기적으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것', '생태친화적인 삶을 살 것', '사회적 연대활동에 참여할 것', 그리고 '소수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일에 앞장 설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런 지침들이 일반 신도들 사이에 생활화가 된다면, 우리시대의 종교에 대해 따로 안부를 묻지 않아도 될 것 같고, 이전보다 더 아름다운 사회적인 영향력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된다.


종교의 안부를 묻는다 - 31가지 주제로 읽는 우리 시대 종교의 속살

백찬홍 지음, 평사리(2010)


태그:#종교, #안부, #백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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