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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없고서 일가(一家)와 일신(日身)이 있을 수 없고, 민족이 천대를 받을 때에 나 혼자만 영광을 누릴 수 없다. 
- 도산 안창호
 

부산 해운대구 장산 중턱에 자리한 '모정원'은 고 강근호 애국지사와 부인 이정희(78)옹의 집이다. 그러나 현재 모정원의 여주인 이정희옹은 3년 전 고혈압으로 쓰러져 동래구 소재 모 병원에 입원해 있다. 

 

이정희옹은 부산 해운대구 장산을 울창한 숲을 가꾸는 데 정성을 다한 여걸로 통한다. 1964년 당시만 해도 벌거숭이 같은 장산에 들어와 살면서 제대 군인을 모아 '장산개척단'을 조직해 야산 20만 평을 개간하여, 오늘날 울창한 장산숲을 만들었다. 

 

모정원에는 2004년만 해도 전깃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옹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 모정원의 채마밭과 동물들을 키우며 지나는 등산객들의 마음의 쉼터가 되어주었다. 5, 6년 전 나는 해운대 폭포사 근처 사는 지인과 이곳을 자주 찾았다. 그무렵 이옹께서 직접 끓여주는 차 맛과 국수 맛에 반해 모정원을 찾는 이들이 꽤나 많았었다. 

 

이옹께서 고혈압으로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얼마 전 내가 쓴 2007년도 12월 3일자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고 모정원 가는 길을 자세하게 안내해 달라는 메일을 읽고 나서, 최근 소식도 궁금해서 모처럼 시간을 내 지난 5월 1일 모정원을 찾았다.

 

모정원의 주인 이정희옹은 애국지사 강근호 선생이 타계한 이후, 이곳에서 생활터전을 삼고 '자식을 그리는 어머니의 애틋한 심정을 생각나게 하는 동산'이란 뜻으로 모정원이라 이름짓고, 찾아오는 방문객에게 애국혼을 불어 넣어주었다. 

 

현재 모정원은 이정희옹의 가족이 대신 관리하고 있었다. 모정원에는 강호근 애국지사 선생을 기리는 기념비가 있다. 그러니까 모정원은 강지사의 유품과 유훈이 깃든 박물관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강근호 애국지사 선생과 이정희 선생이 부부의 연을 맺은 건 1952년 1월 무렵이고 이듬해 진중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애국지사 강근호(1898-1960) 선생은 함남 정평 출신으로 1916년 학생소요사건으로 일본경찰에 수배되자 만주로 망명한다. 1991년 3·1 만세운동 직후 무장독립군의 산실인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하고, 1920년 6월 이장령 참모장과 함께 북로군 정서에 부임하여 사관연성소 교관및 구대장으로 활동한다.

 

그해 10월 청산리전에서 역사에 빛나는 전공을 세웠다. 광복 후에는 진중보국의 일념으로 육사에 입대해 연대장으로 전역하기까지 6·25 동란 등에서 불꽃 같은 투혼으로 혁혁한 무공을 남겼다.

 

이정희옹은 1932년 충남 대덕군 진잠면 송정리에서 성재 이시영 부통령의 손자 이상룡 선생의 차녀로 태어났다. 6.25 전쟁 중에 이시영 부통령을 찾아 단신 대구로 피난하여, 1950년 7월 학도의용군에 자원 입대한다.

 

그해 8월에 왜관 제 2보충대에 파견되어 국군 방병 모집과 선무방송요원으로 활동하던 중 국군과 유엔군이 38선을 넘어 북진하자 그해 12월 1일 여군 제 2기 자원 입대하여 국군 제 1군단소속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여군용사가 되었다.

 

해마다 모정원에서는 강근호 선생에 대한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모정원에 세워진 고 강근호 애국지사 기념비도 그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마음을 모아 제53보병사단 장병들이 2000년도 4월에 세운 것이다.
 

모정원은 장산을 사랑하는 등산객 등 강호근 애국지사 기념비를 찾는 이들의 유일한 쉼터다. 모정원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어서 빨리 이정희옹이 모정원에 돌아오길 빌고 있다. '모정원' 이름처럼 늘 푸근하게 그 누구나 반겨주던 이정희옹. 사실 이정희옹은 '모정원 할머니'로 불리길 늘 희망했다.

 

안 주인이 없어 왠지 쓸쓸한 모정원. 활짝 보기 좋게 핀 자목련이 이정희옹의 넉넉한 웃음처럼 나그네를 반겼다. 정말 어서 병석에서 일어나서 모정원으로 돌아오길 두손 모아 빌어본다. 지하에 계신 애국지사 강근호 선생 역시 어서 하루빨리 아내가 모정원으로 돌아오길 기다리리라.

 

덧붙이는 글 | 장산 모정원에 가려면, 지하철2호선(해운대방면) 이용하여 장산역에서 하차 → 택시(기본요금)ㆍ일반버스 : 서면 : 5번 버스 이용하여 해운대 대림1차 아파트 하차.부산역 : 40번,109번 버스 이용하여 해운대 대림1차 아파트 하차. 해운대 : 5번, 36번, 100-1번, 182번 버스 이용하여 대림1차 아파트 하차.남포동 : 109번, 302번 버스 이용하여 해운대 대림1차 아파트 하차. 장산 산행로(폭포사 방향)의 안내판을 이용하면 수월하다.


태그:#청산리 전투, #이정희 할머니, #모정원, #애국지사, #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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