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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SBS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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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지상파 드라마에서 호모섹슈얼, 즉 동성애자라는 성정체성을 가진 역할이 없었던 건 아니다. 또한 그 비슷한 동성애코드는 드라마에서 심심치 않게 다루어졌다.

큰 인기를 얻은 MBC <커피프린스 1호점>에 이어 SBS <바람의 화원> <스타일> <미남이시네요> 그리고 오는 31일부터 방송한다는 MBC <개인의 취향>에서도 말이다. '동성애' 설정은 대개 호기심을 자극하고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소재로써 이용되어 왔다.

그렇다면, 드라마에 동성애자가 나온다고 해서 놀라울 것도 없고 새로울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이 모여 앉아 보는 주말드라마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더더욱 시청률 높은 김수현 작가의 홈드라마라면 말이다. 지난 3월 20일부터 방송된 SBS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는 동성애자 아들을 둔 가족을 그리고 있다. 그것도 짧은 에피소드가 아닌 극흐름의 중요한 부분으로서 말이다.

김수현은 대개 3대 가정이 함께 사는 집안을 배경으로 소소한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려내는 홈코믹드라마 전문인데 이번에도 그 틀을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하지만 그 집안의 장남 태섭(송창의 분)이 성정체성의 고민을 가진 사람으로 등장하고 동성 애인과의 이야기가 전체 극흐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시청자들의 반응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가족들과 보기 불편하다', '주말드라마에 왜 하필이면 동성연애냐', '또 하나의 막장드라마가 아니냐' 등을 비롯해, 심지어 조기종영을 요구하는 글도 보인다. 그와는 반대 의견으로 '동성애자는 이 사회에 공존하는 군상으로서 편견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글도 보인다.   

동성애를 소재로 한, 김수현의 새 드라마

이러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주말드라마에 동성애 소재를 끌어온 것에는, 작가 나름의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김수현 드라마에서 동성애자가 처음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되돌아보자면 <완전한 사랑>에 홍석천이 있었고 간간이 드라마 대사중에서도 묻어나온 적이 있다.

김수현 작가가 '보기 불편하지 않게 하겠다, 지켜봐 달라'며 이례적으로 자신의 드라마에 대해서 양해를 구한 것은 이런 시청자 반응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을 것이다. 김수현 작가가 이러한 시청자 의견을 물리치면서 둘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현재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화된 사회로의 성장통은 아닐까.

동성애자의 얘기가 한국의 주말홈드라마에서 다뤄지는 것은, 다소 파격적이면서도 한국사회가 그만큼 다양화돼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수현 작가는 배우의 입을 통해 한국사회의 이슈나 문제점을 끄집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동성애자들의 모습들은 경제 성장 후 한국이 맞이하고 있는 다양화된 사회의 단면일 것이다. 그렇다면 김수현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무엇을 전달하려는 것일까. 동성애자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지만, 드라마의 제작의도에서, 제작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자존심과 건전한 가치관, 긍정적 사고방식 바람직한 공공의식을 가진 부부와 그들이 키워낸 다섯 자식들과 주변인물들이 엮어내는 유쾌한 이야기로 지금 우리 사회가 잘못 가고 있는 방향 수정에 노력하면서 자긍심과 희망을 심어주어 부정 바이러스를 긍정 바이러스로 전환시켜보자는 목표로 쓰여질 코믹 홈드라마가 될 것이다.'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공공의식을 가진 부부와 보통의 한국 가족이 동성애자인 장남에 대해 어떠한 반응을 보일 것인가, 이러한 가족간의 갈등관계가 어떻게 해소될 것인가에 드라마의 초점이 맞추어질 것이다. 그리고 미리 짐작컨대 태섭의 커밍아웃으로 갈등이 증폭 될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태섭의 고백에 대한 부부와 가족의 반응, 갈등이 스토리 전개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동성애자가 '별종'이 아님을 시사하는 드라마

양태섭 역을 맡은 송창의(태섭 역)와 그의 애인역을 맡은 이상우(경수 역)
 양태섭 역을 맡은 송창의(태섭 역)와 그의 애인역을 맡은 이상우(경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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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의미에서 김수현 작가가 만들어놓은 극 설정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극중 태섭은 장남이면서 의사라는 번듯한 직업과 멀쩡한 외모를 가진 인물이다. 이는 예전 드라마에서 그려진 동성애자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이러한 인물 설정은 동성애자가 보통 인물들과 다르지 않고 평범한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어느 가족의 평범한 구성원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설정인 것이다.

또 배우 송창의와 이상우(경수 역)라는 주연급 배우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 또한 중요하다. 이것은 동성애자가 눈 하나 코 두 개가 달린 별종이 아닌, 잘생기고 예쁜 어느 집안의 아들 딸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태섭의 직업이 의사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전문인으로 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는 이 직업군은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지식과 편견을 바로잡는 설정이 될 것이다. 동성애는 예전 의학계에서 일종의 정신병으로 분류된 적이 있었다. 물론 현대의학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태섭이 동성애자로서 자신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과정과 동성애에 대한 일반적 편견을 의사인 태섭의 입을 통해서 전달하려 하는 김수현의 의도가 엿보이는 설정이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태섭의 어머니 김민재(김해숙 분)가 계모로 설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자식의 동성애를 받아들이는 부모의 입장을 좀 더 현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시청자의견'에 휘둘리지 않는 김수현 뚝심 기대하며

김수현의 이전 드라마들이 그래왔듯, 그리고 이 드라마의 타이틀이 그러하듯, 이 드라마는 누구에게나 인생은 아름답다는, 아름다울 권리가 있다는 긍정적인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행복한 결말을 보여줄 것이다. 동성애자인 아들이 본연의 자신 모습과 진실하게 마주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전개에 대한 힌트는 3회 극중 경수(이상우 분)의 다음과 같은 대사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겁나? 자신한테 정직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나도 알아. 세상에, 주변 사람들에, 부모 형제에 진짜 아닌 가짜 나를 믿게하면서 한평생 사느냐, 가면 벗어던지고 발가벗은 나 자신으로 사느냐, 잠자면서도 회의하고 갈등하는 고통 그 자체가 저주야."

호흡이 긴 주말드라마에서 이제 갓 4회째를 맞은 이 드라마를 어떻게 풀어갈지는 작가 김수현의 손에 달려있다. 김수현이 이러한 설정을 선택한 이유는 흥미와 재미 위주가 아닌, 진지한 성찰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동성애자의 인권 및 동성애 결혼 혹은 파트너십의 인정과 같은 이슈까지 다룰 것인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질 것이란 점은 충분히 예상된다.

아쉬운 계모설정 등은 김수현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맡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국의 중장년층에게는 다소 보기 불편한 주제를 시청자의견에 휘둘려지는 신인작가가 아닌 김수현이 들고 왔다는 점에선 안심이다. 부정적 시청자 의견에 지지 않고 의도한 대로 두 인물의 관계를 그려줄 김수현 작가의 뚝심이 필요하다. 이번에도 한국사회에 이슈를 던지는 김수현 파워를 기대해본다.


태그:#인생은 아름다워, #SBS, #김수현, #송창의, #이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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