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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1항과 2항이다. 헌법 제1조가 대한민국 인민으로 내 가슴을 울리는 문장이라면 기독교 목사로서 제20조를 접할 때마다 감격한다. 아직도 많은 나라들이 종교 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완전한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대한민국에 살아가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나는 대한민국 자랑스럽다.
 
그런데 이 위대한 헌법조문을 뒤흔드는 발언이 나왔다. 봉은사 명진 스님이 21일 법회에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1월 13일 "현 정권에 비판적인 강남 부자 절의 주지를 그냥 놔두어서 되겠느냐?"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명진 스님 발언에 대해 안상수 원내대표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정황은 안 원내대표보다는 명진 스님 발언이 더 사실에 가깝게 전개되고 있다. 이상돈 교수는 22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 인터뷰에서 "명진 스님에게 들은 얘기라며 안상수 원내대표가 어느 자리에서 강남 한복판에 있는 봉은사 주지가 좌파를 하고 있다고 이렇게 스님을 비난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명진 스님에게 안 원내대표가 한 말을 직접 전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국씨도 22일 <불교포커스>와 한 통화에서 "명진스님의 이야기는 100% 사실"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아직은 '전해 들었다'는 것이지 녹취록 같은 정확한 물증은 없다. 하지만 승적에서 자기 이름을 지워버리겠다는 결의까지 하면서 안 원내대표 발언을 그것도 법회에서 직접 밝혔다는 점에서 명진 스님 발언에 진실이라는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모든 진실이 다 밝혀져 안 원내대표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도저히 넘길 수 없는 문제이다. 대한민국 헌법 근가를 뒤흔든 일이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이 공권력을 동원하여 언론을 장악한 것도 모자라, 집권 여당 원내대표가 종교까지 장악하려는 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명진 스님 개인 문제와 불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자유를 인정하고 있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으로 민주주의와 종교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냥 덮고 넘어가면 안 된다.
 
나는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는 명진 스님 개인과 불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를 가지고 있던, 없던 상관 없다. 종교란 '신앙'이면서 동시에 '양심'이다. 정치 권력이 종교에 개입하는 순간 권력은 인간의 양심을 짓밟는 행위로 민주주의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명진 스님 발언을 듣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봉은사' 누리집에 들어갔다. 봉은사 누리집 자유게시판은 불교 신자뿐만 아니라 가톨릭,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다양한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었다.
 

'김00'은 "명진 스님이 아니라 이 나라를 위해서라도 정의가 살아 있는 나라 민초들도 꿈꿀수 있는 나라 불의에 할 말 할 수 있는 나라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세상을 위하여 꼭 명진 스님 진실이 승리하는 세상이 되기를 기원한다"며 "명진 스님을 돕고 싶다"고 했다.

 

자신을 가톨릭 신자라고 밝힌 '엘리사랑 '은 "바른 눈을 가지고 지혜로운 해안으로 보려는 노력을 해야한다"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잘 헤아려야 한다. 명진 스님께서 밝히신 모든 것들이 거짓이 아님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어떠한 어려움에서도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면서 "거짓이 참을 이길 수는 없다. 어둠이 빛을 이기지는 못한다. 우리 국민들은 결코 비굴하지 않습니다. 진리를 외면하지도 않다. 명진 스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산여행'은 명진 스님이 정치적 행위를 한다는 어느 누리꾼 비판에 대해 "승이 산 속에 들어가 홀로 살면서 세상 일에 눈감고 귀막고 입다물고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따져 묻고 "며칠 전 입적하신 법정 스님도 지난해 법회 때 4대강을 반대했지만 법정 스님이 정치적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종교가 없다는 50대 후반인 '김00'는 "아직 종교가 없는 50대 후반이지만 종교를 가질 수 있는 분이 무척 부럽고 성직생활을 하시는 분의 용기는 정말 존경"하지만 "종교를 세력화 이익 집단화 하려는 분들의 영혼은 경멸한다. 작은 힘이지만 보탠다.  세월이 흐르면 다 알게 될 사실이다. 아니면 다음 세대에 알게 된다"고 했다.


태그:#명진, #안상수, #종교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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