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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혜 연세대 총학생회장
 정다혜 연세대 총학생회장
ⓒ 김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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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가 시작되기 전 대학가에는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방을 구하려는 사람들이다. '싸고 좋은 방이면 된다'던 소박한 바람은 어마어마한 대학가 부동산 시세에 산산히 부서지고 '반지하도 좋다, 잠만 잘 수 있다면'으로 급교정된다. 합격 소식에 부모님이 기뻐하는 것도 잠시. 억소리 나는 등록금에 혹처럼 붙은 방세, 자취비 걱정에 근심은 계속된다.

대학 등록금은 학자금 융자나 후불제 같이 국가적인 틀거리에서 개선책이 꾸준히 고민되어 왔다. 하지만 방세나 자취비 등의 비용은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여기에 연세대 총학생회는 이번 6·2 지방선거를 겨냥해 대학생을 포함한 20대의 주거권을 지자체에서 해결하는, '20대 임대주택안'을 내놓았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정다혜(24, 사학과)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뉴타운에 쫓겨난 대학생들... 임대주택 지어달라

연세대 총학생회가 내놓은 임대주택안은 지방자치단체가 신촌 인근에 20대를 위한 임대주택을 지어 저렴한 보증금과 임대료로 양질의 주거환경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그 대상은 대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이나 취업 준비생 등 20대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과 서대문구청장 후보들로부터 대학생을 위한 임대주택을 서대문구에 짓겠다는 약속을 받아낼 계획이다.

"지금 한국은 수도권에 대학이 밀집되어 있는데도 지방학생들을 위한 교육적 정책이 부족해요. 게다가 현재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뉴타운 개발은 이러한 현실을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뉴타운 개발 때문에 대학생들이 갈 곳이 없어지는 거죠."

가까운 예로 흑석동 뉴타운 건설 때문에 중앙대 인근에서 자취하던 학생들은 살던 집에서 나와야 했다. 재개발로 집값이 오르면서 이전에는 없던 보증금이 생겨나거나 작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까지 한달 방값이 뛰어 올랐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재개발을 피해 멀리 이사하거나 먼 거리를 통학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신촌에 거주하는 연세대 학생들은 2400명 정도 돼요. 서대문구에 있는 대학생들은 약 4만명 정도구요. 서대문구 전체 인구가 13만 명인데 6만~7만 표면 '당선 가능'으로 봐요. 이 정도면 확실히 영향력이 큰 거죠."

'20대 임대주택 서대문구 유치'를 공약으로 내건 지난 총학생회 선거 자료집.
 '20대 임대주택 서대문구 유치'를 공약으로 내건 지난 총학생회 선거 자료집.
ⓒ 47대 연세대총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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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혜씨 본인도 신촌 인근에 살고 있는 자취생이다. 대학생이 겪고 있는 모든 문제들을 '교육권'이라는 영역에서 문제제기 하고 싶었다는 것. 질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서 등록금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거 문제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정씨는 말한다. 어떤 환경에서 교육 받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직 후보자 등록이 끝나지 않아 별다른 반응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예요. 우선은 사람들에게 20대가 원하는 정책은 이런 것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연세대뿐만 아니라 이화여대와 홍익대, 명지대, 추계예대 등 서대문구와 마포구에 있는 대학들과도 논의 중이라고 정씨는 밝혔다. 앞으로는 주거대책위원회(TFT)를 구성하고 3월에 열릴 정당간담회에서 임대주택법안에 대해 확실히 의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20대는 투표 안 한다? 명함 주는 선거방식부터 바꿔라

2008년 촛불 이후 20대는 난데없는 회초리를 맞아야 했다. 교복 입은 10대도 촛불 들었는데 20대는 뭐하냐는 비판이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20대는 주목받고 있다. 매번 낮아지는 투표율에 '일조'했던 20대의 참여율 때문이다. 지난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했던 정다혜씨는 20대 자체보다는 선거 문화가 20대와 맞기 않기 때문이라고 봤다.

"후보자가 유세를 할 때 명함을 줘요. 계층에 맞는 정책을 홍보하기 보다는 자신이 어디 소속이라는 이미지로 승부하려는 거죠. 그래서 20대는 자신이 지지할 수 있는 후보자, 이미지가 아닌 정책을 내세우는 후보자를 찾기가 어렵죠."

다혜씨는 한국 정치가 20대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20대가 투표를 많이 하려면 선거를 통해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는 것. 지금의 20대를 만든 건 한국 사회라는 것이다. 20대를 향한 386세대들의 비난이 그다지 아프지 않은 것도 이때문이다.

그는 20대의 정치적 무관심이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대학 입시부터 시작된 경쟁구도는 대학입학 후에도 취업난 등으로 계속됐고, 그야말로 20대는 정치와 사회에 눈돌릴 틈이 없게 된 것. 이러한 20대들에게 단지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80년대와 비교했을 때 현재 20대는 분명히 탈정치적입니다. 하지만 20대가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드러내는 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2008년 촛불 집회 때도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연세대 총학생회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거주기 이전 운동과 부재자 투표 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또 연세대 안에 서대문구 투표소를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치솟는 등록금·집값... 그래도 희망은 있다? 

정다혜씨는 올해부터 실시되는 취업후 등록금 상환제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ICL(취업후상환학자금대출) 제도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기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

"등록금 상환제는 사실상 등록금 인상제입니다. 낮은 이율이라고 하지만 등록금 상환제는 정부보증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제도가 결정됐을 때 각 대학의 총장들이 기뻐했다는 말도 있어요.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더 큰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이죠."

실제로 총학생회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ICL은 이자가 복리로 붙고,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벌 경우 소득의 20%를 강제로 상환시키며, 연체될 경우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독소 조항이 존재한다. 또 물가인상률의 1.5배만 인상할 수 있게 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사립대 평균 등록금 인상률을 단 1% 정도 낮추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

등록금 문제, 치솟는 집값 문제 등에 시달리고 있지만 실제 20대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정다혜씨도 이런 20대를 "우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 자신도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얼마든지 가지고 말이죠. 또한 혼자 말고 모두와 '함께'해야 된다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태그:#대학생 임대주택법안, #정다혜,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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