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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하워드 전 호주 총리를 인터뷰하는 윤여문 통신원
 존 하워드 전 호주 총리를 인터뷰하는 윤여문 통신원
ⓒ 호주 총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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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오대양육대주를 아우른다. 로이터, AP, AFP, UPI 등의 세계적인 통신사들도 뉴스로 지구를 아우른다. 공교롭게도 이들 통신사 모두 유대인이 지배하고 있다. 소수의 유대인이 강한 힘을 발휘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한국인은 전 지구적인 디아스포라(Diaspora)를 기록하고 있다. 조상의 뼈가 묻힌 모국을 떠나서 세계 곳곳에 흩어져 뿌리를 내리는 해외동포의 숫자가 750만 명에 이르는 것. 13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유대인보다 숫자는 적지만 활용하기에 따라 엄청난 인적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

22일 창간 10주년을 맞은 <오마이뉴스>는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와 유학생을 대상으로 해외통신원을 선발하여 국제뉴스를 커버하고 있다. 2004년에 해외통신원 5명으로 1기를 출범시킨 이래, 10기에 이른 현재 26명의 해외통신원이 활약하고 있다. 그들은 아프리카를 제외한 5대주의 각종 뉴스를 커버한다.

호주에서도 놀라워한다. 지난 9월, 맥신 맥큐 연방의회 정무장관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할 때 자리를 함께했던 <파이낸셜 리뷰>(시드니모닝헤럴드 자매지)의 톰 더스빅 기자는 "호주 언론인들도 <오마이뉴스> 얘기를 한다. 외국에서 기사를 바로 올릴 수 있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10년 전에 구축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해외통신원들은 누구이며, 어떤 과정을 거쳤고, 무슨 활동을 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살짝 공개하면 이들중엔 언론학 박사를 비롯 교수, 유학생, 사업가, 프리랜서, 주부까지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그들의 하루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시드니 주재 어느 스트링거의 하루

신문사, 방송국, 통신사 등과 계약하여, 해외 또는 지방에서 프리랜서(freelancer)로서 취재 및 기사송고를 하는 파트타임 저널리스트를 일컬어 '스트링거(stringer)'라고 부른다. <오마이뉴스> 해외통신원도 거기에 해당된다. 고정급이 아니고 일한만큼 보수를 받는다는 의미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단어다. 서구 언론에서는 오래 전부터 활용하는 제도다.

시드니에서 23년째 거주하는 윤여문 해외통신원이 있다. 이 기사를 쓰고 있는 본인이지만 3인칭으로 객관화시켜서 그의 하루를 들여다보았다. 현재 9개국 20여 명의 해외통신원들이 대충 비슷한 일과를 보낼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이다. 한때는 이보다 더 많은 숫자가 더 많은 나라를 커버했다.

그는 새벽 4시쯤에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건강 때문에 숲 속의 집에서 살아야하고, 하루 1시간 이상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숲길을 따라 1시간쯤 걸은 다음, 4개 신문과 신선한 우유 한 통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하루도 빼지 않고 필독하는 신문은 <시드니모닝헤럴드> <데일리텔레그래프> <디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 리뷰> 등이다.

그는 아침식사를 하면서 호주국영 abc라디오 AM프로그램을 듣는다. 특히 세계적인 평가를 받는 abc라디오의 '토크백 쇼'를 청취하다 보면 호주의 오늘이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종이신문들이 눈으로 들여다보는 창(窓)이라면, abc라디오는 귀로 읽는 대자보 같다.

낮 시간은 생업을 위한 시간이다. 강의와 집필, 한국으로 전하는 라디오 생방송리포트, 20여개의 각종 매체에 보내는 원고쓰기 등이다. 그러다 보니 일이 겹치는 날은 1시간 단위로 쪼개서 일정을 잡아야 한다. 특히 현장취재와 인터뷰, 사진촬영 등에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외신기자클럽과 호주시인협회 닦달하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당신이 시인이고 저널리스트라면 여기가 로마다. 빵도 여기서 구하고, 기쁨도 여기에서 구하라. 그리고 분노와 슬픔까지도 여기에다 배설하라. 술과 여자친구는 덤이다."

23년 전 호주시인협회 회원이 되기 위해서 찾아갔을 때, 사무총장이었던 리처드 앨런이 들려준 얘기다. 물론 그 이전에 "한국에서도 시를 쓰느냐?"는 질문을 던졌던 금발미녀 질 존스(당시의 사무직원. 현 대학교수)와 대판 싸웠지만 말이다. 그 당시는 그랬다.

리처드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호주 이민생활의 매듭이 그곳에서 다 풀렸다. 윤 통신원은 주경야독을 하느라 한동안 국립공원에서 잔디를 깎았다. 당연히 서툴렀다. 기계도 자주 고장났다. 마땅히 연락할 곳이 없어 그는 호주시인협회에 전화를 걸었다. 거긴 모든 길이 통하는 '로마'라고 했으니까.

리처드가 껄껄 웃더니 신속하게 수리공을 수배해서 보내주었다. 그는 10년 넘게 공부를 하는 동안 10가지도 넘는 파트타임 직업을 가졌다. 전부 시인협회에서 소개해주었다. 외신기자클럽을 연결시켜준 곳도 거기다.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 외신기자클럽은 마치 요술방망이 같았다.

먹고 사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고, 윤 통신원이 해외리포트를 쓰는 일도 시인협회와 외신기자클럽을 적당히 닦달하면 만사형통이었다. 잔디 깎는 기계 수리공도 보내주는데 호주 총리와의 인터뷰인들 성사시키지 못할까. 남한 출신 저널리스트로는 처음으로 북한대사관 안으로 들어가서 인터뷰할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의 도움이 컸다.

'오마이뉴스' 프레스카드를 목에 걸고 '컨트리뮤직 축제'를 취재하는 윤여문 통신원.
 '오마이뉴스' 프레스카드를 목에 걸고 '컨트리뮤직 축제'를 취재하는 윤여문 통신원.
ⓒ 다니엘라 워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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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작가들이 저널리즘에 숟가락 담는 이유

게다가 두고두고 우려먹고 있는 호주 저널리스트를 그곳에서 만났다. <시드니모닝헤럴드>의 논설위원 데이빗 마와 문화교육부장 조나단 킹, <채널10>의 제임스 보이스 기자, abc-TV 버지니아 하우제거 앵커 등이 전부 시인, 작가 출신이어서 툭하면 그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저런 도움을 청한다. 방송국 안에서 주차하는 일까지 그들이 도와준다.

동양의 온정주의에 빗대어 서양의 이성 중심주의를 얘기하지만 시인, 작가를 포함한 예술가들한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들도 술집을 순례하면서 새벽까지 곤드레만드레가 된다. 언젠가 호주작가협회 회장이 물었다. "한국 시인들도 이러는가?" 그래서 윤 통신원은 "한국 시인들만 그러는 줄 알았다"고 대답했다.

한국의 저널리스트 중에 시인, 작가 출신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상당한 숫자의 문인들이 저널리스트로 활약한다. 주로 프리랜서이고 파트타임 저널리스트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들 대부분이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걸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가끔 풀타임 저널리스와 술판이라도 벌어지면 "저 짐승들…"하면서 비아냥거릴 뿐.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풀타임 작가는 열 손에 꼽을 정도다. 돈벌이가 쏠쏠한 아동문학가 그룹은 빼고. 그러다보니 많은 숫자의 문학인들이 언론 쪽 허드렛일(?)에 숟가락을 담근다. 그럼에도 그들은 직업란에 돈 한 푼 생기지 않는 시인, 소설가, 극작가라고 쓴다.

그러나 그들은 시인, 작가 그룹이라는 동병상련의 인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항상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래서일까. 호주의 대표적인 논객 데이빗 마(시드니모닝헤럴드)가 <시드니작가축제>에 참가해서 "어찌된 영문인지 풀타임을 제의해도 고개를 가로젓는다"면서 "아마 시인,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간직하고 싶은 탓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통신원 게시판. 오마이뉴스의 국제 뉴스를 커버하는 해외통신원들이 본사의 담당 데스크와 의견을 나누는 공간이다.
 해외통신원 게시판. 오마이뉴스의 국제 뉴스를 커버하는 해외통신원들이 본사의 담당 데스크와 의견을 나누는 공간이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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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리포트'는 어떤 단계를 거쳐서 출고되나?

이야기가 옆길로 샜다. <오마이뉴스> 해외통신원 담당 데스크에서 가장 싫어하는 게 바로 이런 경우다. 그러나 이 기사는 해외리포트가 아니니까 '칼질'을 당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해외리포트는 어떤 방식으로 쓰기에 데스크의 '칼질'을 감수해야 하는 걸까?

<오마이뉴스>를 접속해서 몇 단계 들어가면 해외통신원 전용게시판이 나온다. 데스크와 통신원만 접근이 허용되는 내밀한 일터다. 데스크와 통신원들이 실시간으로 기사 논의를 하고, 기사와 사진을 송고하고, 다듬어가는 공간이다. 바로 그 대목에서 데스크의 칼질이 자행된다.

이야기가 샛길로 빠졌을 경우는 아예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기수의 통신원이 들어오면 여러 가지 사전 교육을 받는다. 해외리포트를 출고하는 과정에 대해 해외통신원 게시판에 나와 있는 교육 내용은 이렇다.

#뉴스아이템 취재 : 해당 지역의 주요이슈나 개인적 주관심사(기획) 등에 대해 게시판 브리핑 후 편집부와 선 협의가 이뤄진 사안에 대해 취재 및 기사작성 가능.

#기사 출고 : 완성된 기사와 사진을 해외통신원 게시판에 올림 -> 편집부 편집(보강 또는 수정 요청) -> 데스크가 기사 대리입력 -> '해외리포트' 배치.

'원 맨 밴드'가 연주하는 트로트에서 클래식까지

해외통신원이 주로 쓰는 기사는 ① 해외리포트 : 해당 국가의 주요 뉴스를 심층 취재해서 보도하는 기사, ② 요청 기사 : 각국 현안에 대해 <오마이뉴스> 편집국의 취재 요청을 받아 작성하는 기사, ③ 그 외 : 세계적 이슈에 관해 각국 상황을 종합해서 쓰는 공동기획기사 등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외통신원들은 트로트에서 클래식까지 연주하는 '원 맨 밴드'가 되어야 한다. 정치, 경제, 문화, 역사, 교육, 생활은 물론이고 스포츠, 연예기사, 한인동포 소식까지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해외리포트는 주로 스트레이트(뉴스) 기사가 아닌 기획(feature) 기사들이어서 현장취재와 인터뷰 등은 기본으로 이루어진다.

외국신문을 가위로 오린 다음 번역해서 싣는 기사는 환영받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주재 국가의 각종 정보를 현지인 못지않게 많이 알아야 한다. 그래야 신문의 행간을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이해하지 못하고 쓴 기사를 독자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해외리포트의 특성상 연역법적 글쓰기와 역(逆)피라미드 구도의 기사를 써야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 흔히 리드(lead)라고 불리는 전문(前文)에다 전체기사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1~2문장으로 쓰는 방식이다. 자세한 내용은 본문에 담으면 된다.

앞길이 캄캄했던 슬럼프를 딛고...

모든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시드니 윤여문 통신원의 경우 해외리포트 한 꼭지를 출고하는데 보통 3~7일 정도 걸린다. 그렇다고 그 일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가끔씩 심한 슬럼프에 시달리게 된다. 다음은 슬럼프에 빠져서 고생했던 2008년 어느 날에 쓴 그의 일기 한 토막이다.

"밤을 새운다. 자꾸만 드러눕고 싶은 펜을 곧추세운다. 그래도 정신이 흐물흐물해지면 찬물로 얼굴을 씻는다. 각(角)이 서지 않은 정신, 에지(edge)가 번득이지 않는 문장으로 이 험한 세상과 어떻게 한 판 붙자는 것인가?"

호주 관련 기사가 나가면 여기저기서 뒷얘기가 들려온다. 호주 당국의 공식적인 항의를 받을 때도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호주를 방문하는 경우나 FTA 관련 기사가 나가면 청와대와 호주 주재 공관에서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건 DJ정부, 노무현정부, MB정부가 똑같았다. 그래서 가능하면 호주 당국이나 한국정부와 긴장 관계를 유지하도록 애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위의 사례들이 윤여문 통신원에 국한되는 얘기가 아닐 것이다. 여러 해외통신원들이 게시판에 올려놓는 글들을 읽어보면 슬럼프에 빠지고, 그걸 극복하는 과정이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그걸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에 탈락한 해외통신원도 많다.

<오마이뉴스> 창간 10주년이라고 하는데 언뜻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해외통신원들이 해외리포트를 내보내기 시작한 것도 6년 전의 일이다. 지금까지 출고된 해외리포트의 수자가 1120여 개에 이른다. <오마이뉴스>의 보배이고 한국 언론의 자산이다. 창간 10주년을 맞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해외통신원들의 정진은 계속될 것이다.


태그:#해외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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