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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연구원(원장 서재진)은 억울하지 않을까.

정부가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인 통일연구원을 통일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통일부는 9일 "통일연구원을 통일부 소관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통일연구원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외교안보연구원, 국방연구원 등 다른 국책기관들도 소관 부처에서 독자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대북 정책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기관 특성상 통일부로 소속을 옮기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통일연구원이 통일부 산하기관이 되면, 통일부 장관이 통일연구원의 사업계획 및 예산 승인, 연구원장 및 이사 임명, 정관 인가 권한을 갖게 된다.

1991년부터 통일부 산하에 있다가 1999년 정부 출연기관 조직개편에 맞춰 총리실로 이관됐던 통일연구원을 다시 통일부 소속으로 돌린 데에는, 통일연구원이 해온 부적절한 북한자극이 영향을 끼쳤다.

이명박 정부 대북구상의 상징인 '비핵·개방 3000'의 입안자 중 한 명인 서재진 원장은 2008년 9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과 관련,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발간한 '통일대계연구보고서'에서는 "2012년 이후 북한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면서 이에 따른 급변사태로 "군부 쿠데타와 같은 권력 지도부의 변동, 주민소요와 폭동, 대량학살, 대량난민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에 대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명의의 성명을 내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반발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통일연구원의 통일부 이관이 부적절한 북한 자극 때문이냐"는 질문에 부인하지 않았다.

통일연구원의 통일부 이관은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분위기 조성의 의미가 있다. '급변사태' 운운은 정부의 뜻이 아니라는 점을 북한에 보여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는 요인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모두 같은 목소리 내다, 최근에 사고 친 통일연구원이 타깃

그렇다면, 통일연구원을 이관받을 통일부나 다른 통일외교안보 분야 정부기관들은 그동안대북발언과 접근에서 통일연구원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였을까.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김하중 당시 통일부 장관은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 확대는 어렵다"며 정경분리 원칙을 깼고, 김태영 합참의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선제타격' 발언을 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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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8월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은 자체 교재인 <북한이해 2008>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위를 빼고 '김정일'로 표기했으며, 6·15 공동선언의 의미와 관련된 내용을 삭제하고 대신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의 의미를 강조했다.

통일교육원은 올해 7월 일선 초·중·고교에 배포한 <2009 통일교육지침서>에서, 기존의 "김일성-김정일의 절대권력과 주체사상에 의해 지배되는 독특성을 갖고 있다"를 "김일성-김정일의 절대권력과 주체사상에 지배되는 퇴행적인 체제적 특이성을 갖고 있다"로 바꿨다. 남북기본합의서 이후 확립된 '상호 체제에 대한 존중' 원칙을 무시한 것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6월 공개포럼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쇠약해진 건강상태가 후계문제와 깊은 연관이 있다"며 "김 위원장은 자신의 악화된 건강 문제 때문에 아들로 권력을 승계하는 절차에 박차를 가할 필요를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흥미롭게도 김 위원장의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한 이후 북한이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잇단 '도발적 행동'의 의도에 대해 "불확실한 '정권의 미래'에 대한 김정일의 걱정이 깊이 연관돼 있음이 분명하다"고도 했다.

대북협상 창구인 통일부 장관이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사안을 '거침없이' 건드린 것이다. 

MB "자유민주주의 체제 통일이 궁극 목표", 흡수통일 의사 밝히기도

대북정책의 최고책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때로는 이들보다 더 나가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유럽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북한에 막대한 돈을 지원했지만 그 돈이 핵무장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말해, 북한과 정상적인 상거래를 한 것까지 문제 삼는 태도를 보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설에 따른 북한 붕괴론이 거론되던 2008년 11월 워싱턴에서 "북한 문제의 경우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통일하는 게 궁극 목표"라고 말해 '흡수통일' 의지를 밝힌 것은 그 정점이었다.

전체적으로 정부 전체가 '북한붕괴론'과 '흡수통일론'에 서 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다 분위기가 바뀌자 가장 최근에 '사고를 친' 통일연구원이 타깃이 된 셈이다.


태그:#통일교육원,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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