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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최초로 시행된 자율형사립고 입학원서 접수 결과 일반전형 기준으로 최고 10:1에서 최하 0.6:1에 이르기까지 학교별로 지역적 격차와 계층적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역별로 극심한 격차를 나타내고 있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는 우수수 미달이다. 학교별 경쟁률 격차도 부모의 경제력에 의한 지역별, 계층별 격차임이 다시 드러난다.(각 학교 홈페이지 전형 결과 참조)
▲ 자율형사립고 입학 경쟁률 현황(서울) 지역별로 극심한 격차를 나타내고 있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는 우수수 미달이다. 학교별 경쟁률 격차도 부모의 경제력에 의한 지역별, 계층별 격차임이 다시 드러난다.(각 학교 홈페이지 전형 결과 참조)
ⓒ 김행수(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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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과 쪽박 사이... 지역적·계층적 교육 양극화

현 정부 초등중교육정책의 핵심 중 하나가 이른바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이며, 그 중의 핵심이 자율형사립고 설립이다. 국회 입법도 거치지 않고 대통령령을 개정하여 초고속으로 추진하던 자율형사립고 정책이 저조한 자율형사립고 지정에 이어 12월 3일 다시 한번 암초에 부딪쳤다. 바로 자율형사립고 간의 양극화이다.

일부 언론에서 대박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일반전형의 경쟁률이 2.8대 1로 그나마 체면유지를 한 정도라고 표현하는 것이 솔직해 보인다. 물론 일반 전형 한가람고 여학생 10.1:1, 중동고 5.27:1, 이화여고 4.09:1이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님은 명백하다.

그러나 이들 3개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의 경쟁률은 대박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쑥스럽다. 서울 13개 자율형사립고의 평균 경쟁률이 일반 전형의 경우 2.8:1이고, 전체적으로는 2.28:1에 머물렀다. 그 나마 3:1을 넘어선 한가람고, 중동고, 이화여고, 신일고 등 4개교를 제외하면 평균 경쟁률은 일반 전형 1.8:1로 폭락하고, 특별 전형을 포함하면 1.5:1로 더 떨어진다.

그나마, 동성고는 일반 전형 0.64:1, 전체 0.59:1로, 이대부고는 남학생 0.95:1로 일반 전형에서 미달이다. 특별 전형을 포함한 전체 경쟁률로 따지면 동성고, 숭문고, 우신고 등 3개교가 미달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것도 절대 강자였던 외고를 두 달간 실컷 두들겨 팬 이후의 결과라서 더더욱 민망한 수치이다.

같은 자율형사립고인데 왜 이렇게 경쟁률에 차이가 날까? 등록금의 많고 적음의 차이가 아니었다. 등록금으로 하면 숭문고가 두 번째로 적은 학교이지만 숭문고의 입학 경쟁률은 꼴찌에서 두 번째이다. 어차피 자율형사립고 내에서 등록금은 일반 학교의 2.3배에서 3배 정도로 그다지 큰 유인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답은 역시 지역적 격차였다. 서울에는 소위 교육특구,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학원특구라는 것이 있다. 강남의 대치동을 중심으로 한 강남특구와 목동을 중심으로 한 양천강서특구, 그리고 상계동을 중심으로 한 노원특구이다. 이번 자율형사립고 입학 경쟁률이 가장 높은 학교들의 소재지 또는 주변 지역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한 한가람고는 양천강서특구이고, 두 번째인 중동고는 강남특구, 세 번째는 노원특구와 인접한 강북구의 신일고이다. (참고로 노원구에는 자율형사립고가 없고, 3위를 기록한 이화여고는 13개 자율형사립고 중 유일한 여고이기 때문에 비교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에 제외한다.) 다음 순위 역시 또 다른 강남인 서초구의 세화고이다.

지역적 격차가 자율형사립고 경쟁률의 차이로 고스란히 나타난 것이다. 또한 이 지역적 격차는 계층간의 격차를 그대로 반영한다. 다른 말로 부모의 소득격차, 경제력의 격차이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와 수능 성적에 이어 또 다시 부모의 경제력에 의한 지역 격차가 자율형사립고에서도 가슴 아프게 확인되는 순간이다.

사회적 배려 전형은 무더기 미달... '배려' 아니라 '소외'

지역적 격차와 더불어 또 하나 가슴 아픈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계층적 격차이다. 자율형사립고는 의무적으로 소득 하위자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20% 이상 입학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은 신일고, 경희고, 이화여고, 한가람고, 한대부고 등 5개 학교를 제외하고 8개 학교가 미달이었다. 먼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자녀들의 학업 성적이 낮아 최소 지원 자격인 내신 50%에 미달하여 지원하고 싶어도 못한 학생들이 많은 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두 번째는, 사회적 배려대상자들이 공식적인 등록금은 정부에서 지원해 준다고 하더라도 이 외에 학교에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추가 부담을 감당할 수 없어서 지원을 포기한 경우도 많다는 것이 현실이다.

세 번째 가장 큰 이유는 학비 지원을 받아 무료로 학교를 다니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학생이 돈 많은 학생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면서 느끼게 될 소외감과 박탈감이 지원을 꺼리게 만든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서 정원을 채운 학교 중에서 지원 자격에 내신 성적 50% 제한을 하는 학교는 한가람고와 경희고 둘밖에 없다. 나머지 정원을 채운 신일고, 이화여고는 지원 자격 제한이 성적 상위 60%고, 한대부고는 100%로 자격 제한이 없는 학교이다.

서초구 세화고와 강동구 배재고는 성적 제한이 없는 데도 미달이고, 강남구 중동고 역시 절반도 못 채웠다. 가장 가슴이 아픈 것은 학교 주변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가 가장 많은 지역에 소재한 구로구 우신고, 마포구 숭문고, 종로구 동성고 등에서 사회적 배려 대상자 지원이 대거 미달하였다는 것이다.

형식적으로나마 이번에 처음 사회적 배려 대상 전형을 도입한 외고의 결과는 더욱 참담하다. 현재 우리 사회 최고 학력이라는 대원외고는 5명 모집에 한 명도 지원을 하지 않았고, 이화외고 1명, 서울외고는 3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유일하게 한영외고만이 7명이 지원하여 정원을 채웠다.

아무리 이름 높은 외고라도, 아무리 소문난 자율형사립고든 눈치 받으면서 공짜로 다니느니 차라리 안 다니고 말겠다는 사회적 약자들의 절규가 이렇게 낮은 사회적배려 경쟁률로 표현된 것이다. 우리 교육이, 우리 사회가 반성해야 하는 또 다른 어두운 면이다.

원서 접수 과정부터 별도 트랙으로 만들어져 있어 별도의 서류를 준비하고 별도로 접수를 해야 한다. 입학한 이후에 등록금 이외의 별도 비용에 대한 부담, 그리고 부자 학생들과 함께 다녀야 한다는 심리적 소외감 등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기초수급권자, 소년소녀가장 등 사회적 약자를 특별히 배려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사회적배려 전형이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10:1과 0.6:1' 간극... 강남 부자 만세!

10:1 과 0.6:1은 최고와 최하를 기록한 자율형사립고의 입학 경쟁률로 20배 정도 차이가 난다. 정원을 넘긴 학교들은 곧 선발에 들어갈 것이고, 미달된 학교들은 추가 모집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지원률이 저조한 학교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겠지만 알 수 없는 미래를 걱정하며 생존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모색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과 교사들을 혹사시키는 비교육 과당경쟁과 파행 사례들이 수없이 발생할 것이다. 그래서 2009년 대한민국 학생들과 교사들은 너무 슬프다.

이번 입학 경쟁률이 몇 번 반복되면 자율형사립고들 사이에서도 분명한 서열이 매겨질 것이다. 내년에 최소 5개가 더 늘어나면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지고, 생존 경쟁은 더 치열해 질 것이다. 이것이 과연 선의의 경쟁을 통한 교육발전으로 이어질까?

사실 자율형사립고 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는 매우 낮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단 한 번도 찬성 여론이 높게 나온 적이 없다. 지난 2월 한길리서치의 전국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자율형 사립고 정책에 대한 찬성은 24.4%밖에 되지 않는데, 반대는 3배가 넘는 73.4%였다.

6월 광주시민 한국사회조사연구소의 여론조사에서도 58.8%가 반대하고 찬성은 33.8%밖에 되지 않았다. 사실 이명박 정부의 정책 중에서 가장 지지도가 낮은 분야가 교육 분야일 것이다. 지난 해 12월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17.4%인데 부정적 평가는 3배인 50.4%였다.

이렇게 부정적인 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자율형사립고를 밀어붙였다. 이번 원서 접수가 그 첫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 각 학교별로 20배나 벌어져 너무나 큰 지원률 격차, 그리고 이것이 고스란히 지역과 계층의 격차에서 발생한 것이고 그 근본 원인은 부모의 경제력 차이라는 점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특단의 대책 없다면 자율형 사립고도 귀족학교 된다

사회적 약자를 특별히 보호하자고 만든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이 오히려 이들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 또한 의미하는 바가 크다. 물론 이런 학교별 차이, 지역별, 계층별 차이가 학교 교사들과 일선 학교들의 잘못은 아니다. 그래서 그 학교들에게 자율형사립고를 포기하라고 하기는 쉽지 않다. 학교 선택제에 의해서 학교간 경쟁을 노골화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현재 정부와 교육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연 자율형사립고가 학교별, 지역별, 계층별 격차를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교육 정책이냐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당장 이번 전형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여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안 그러면 자율형사립고는 또 다른 또 다른 입시명문고, 귀족학교가 될 것이다.

이미 그렇게 진행되어 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교육까지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서 지역과 계층별로 양극화 되고, 학교도 1류와 3류, 4류로 일렬로 서열화된 대한민국은 너무 슬프지 않을까?


태그:#자율형사립고, #경쟁률, #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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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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