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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출하되는 백합을 옮기는 도매상인들. 더우난은 중국 최대 화훼시장이다.
 오후에 출하되는 백합을 옮기는 도매상인들. 더우난은 중국 최대 화훼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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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난의 한 구석에서 집에서 재배한 꽃들을 가지고 나와 파는 할머니.
 더우난의 한 구석에서 집에서 재배한 꽃들을 가지고 나와 파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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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雲南)성은 사시사철 봄처럼 온화한 남쪽 나라다. 아열대 기후 지대이지만 평균 해발이 높아 연평균기온은 15℃에 불과하다. 겨울인 1월에는 평균 9.2℃, 여름인 7월은 19.9℃다. 여름의 혹서와 겨울의 혹한이 없다 보니 연중 언제라도 여행하기에 좋다.

쿤밍(昆明)은 윈난의 특색을 응축해놓은 도시다. 해발 1890m로, 윈구이(雲貴)고원 중앙부에 위치해 1년 내내 따뜻하다. 소수민족도 많아 26개 민족이 도시 내에서 거주하고 있다. 날씨가 봄날처럼 일정해 '춘성'(春城)이라고 불린다.

봄의 도시답게 장미, 국화, 유채꽃 등 다양한 꽃이 사계절 만발한다. 어느 시인은 '꽃 하나 지지 않았는데 꽃 하나 다시 피고, 사계절 꽃이 피어 핀 꽃이 끊이지 않구나'(一花未謝一花開, 四季花開開不絶)라고 칭송할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중국에서 골프 관광이 가장 많이 집중되는 곳이기도 하다.

쿤밍 중심가에서 남쪽으로 20여㎞에는 중국 최대의 꽃시장 더우난(斗南)이 있다. 더우난 화훼시장의 하루 일과는 새벽 3시에 시작된다. 윈난성 각지에서 몰려든 화훼 재배 농민과 중국 전역에서 온 상인의 천국이다.

드넓은 시장은 갓 따온 꽃다발을 담은 좌판을 옮기는 농민, 먼 길을 달려 꽃을 사러 온 도매상, 꼼꼼히 꽃 상태를 살펴보는 소매상, 몰려든 농민과 상인에게 먹을거리를 파는 장사치 등으로 북적댄다. 날마다 이른 새벽부터 오후 6시까지 시장은 활기찬 일과가 되풀이된다.

내가 처음 더우난 시장을 찾은 날 시간은 오후 3시가 조금 넘어섰다. 그날 시장에서 주로 거래된 꽃은 백합이었다. 요즘처럼 가을철은 새벽에 장미가, 낮에는 백합이 주로 사고 팔린다.

최근 더우난에서 거래되는 백합의 시세는 10대에 약 52위안(한화 약 8840원) 안팎. 시장에서 오가는 꽃값은 중국 전체의 꽃 가격을 결정한다. 더우난에서 거래된 꽃이 중국 전역으로 팔려 나가기 때문이다.

더우난 입구. 각종 화훼 관련 상품을 파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더우난 입구. 각종 화훼 관련 상품을 파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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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난의 시장 참여자는 다양하다. 시장관리위원회에 등록만 하면 누구나 와서 장사를 할 수 있다.
 더우난의 시장 참여자는 다양하다. 시장관리위원회에 등록만 하면 누구나 와서 장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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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난 화훼시장은 1990년대 말부터 자생적으로 형성됐다. 윈난성에서 생산되는 화훼는 대부분 더우난을 통해 거래되고, 일부가 인근에 있는 경매시장을 통해 팔려 나간다.

2008년 말 현재 더우난에 등록된 화훼 거래회사는 450개가 넘고 소매상도 1000여개에 달한다. 하루 평균 거래되는 꽃은 약 500만 송이로, 거래액은 300만 위안(약 5억1000만원)에서 500만 위안(약 8억5000만원)에 달한다. 시장 참가인원도 1만 명을 넘는다.

거래되는 꽃 종류는 장미, 백합, 카네이션, 거레바, 안개꽃 등이 40여개 종류에 180여개 품종이나 된다. 그 중 장미의 비중이 높아 70%를 점유하고 있다. 더우난 시장에서 거래된 제품의 80%는 중국 내 70여개 도시로 팔려 나간다. 10~20%는 해외로 수출되는데 일본, 싱가포르, 홍콩, 러시아 등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다양하다.

2008년 절화(가지를 잘라 파는 꽃) 판매량은 42만 가지, 교역액은 30억 위안(약 5100억원)을 넘어 전년에 비해 각각 7%, 11% 늘어났다. 이는 윈난 전체 교역량의 75~80%를 차지하고 중국 전체의 60%를 점한다.

더우난 시장이 중국에서 가장 큰 화훼시장으로 발돋움하게 된 데에는 윈난성 화훼산업의 급성장에서 비롯됐다. 과거 중국의 화훼산업은 광둥(廣東)성과 푸젠(福建)성을 중심으로 발전했었다.

윈난이 화훼산업을 키운 것은 담배산업의 침체 때문이었다. 1990년대 중반 중국 전체 생산량의 26%를 차지했던 담배산업이 내리막길을 걷자, 윈난성 정부와 기업은 화훼산업을 대체 산업으로 육성했다.

1994년 담배생산기업은 화훼산업 투자에 수천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 1995년에는 윈난성 정부도 화훼산업 육성을 위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100억 위안(약 1조7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불과 10여 년의 짧은 역사에도 윈난이 새로운 화훼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른 데는 천연의 기후조건이 결정적이었다. 윈난은 지표면부터 해발 6800m까지 걸쳐 있어 꽃 재배에 알맞은 지대조건을 지니고 있다. 윈난에서만 자라는 고등식물이 1만6000가지로, 세계 관상식물의 보고다.

가을철 더우난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꽃은 장미와 백합이다. 새벽에는 장미가, 낮에는 백합이 거래된다.
 가을철 더우난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꽃은 장미와 백합이다. 새벽에는 장미가, 낮에는 백합이 거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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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더우난에서 거래되는 백합의 시세는 10대에 약 52위안 안팎이다.
 최근 더우난에서 거래되는 백합의 시세는 10대에 약 52위안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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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과감한 투자, 지방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월등한 기후조건 등에 힘입어 윈난성 화훼산업은 고속성장을 거듭해 왔다.

1991년 16㏊이었던 재배면적은 1999년에는 1729㏊, 2004년에는 1만600㏊, 2008년에는 2만㏊로 확대됐다. 재배 농가수도 2008년 현재 18만1700가구에 달하고 화훼 관련기업은 1000개를 넘어섰다.

꽃 생산량은 1994년 2억1000만 송이에서 1999년 11억200만 송이, 2006년 42억 송이, 2008년 60억 송이로 급증했다. 생산액도 1999년 4억7000만 위안(약 799억원)에서 2008년 176억 위안(약 2조9920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 15년간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며 연평균 20%씩 성장한 셈이다.

양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인 발전도 눈부시다. 윈난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품종은 36개나 달해 중국에서 가장 많다. 현재 국내외 기관이 심사 중인 품종 40여종도 최종 인증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날 화훼산업은 풍부한 인문자원을 지닌 관광산업과 더불어 윈난성의 지주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08년 윈난에서 생산되는 꽃 종류는 400여 종으로 중국에서 가장 많다. 윈난에서 팔려나간 꽃은 홍콩 꽃 시장 물량의 80%, 상하이와 베이징 물량의 50% 등 중국 꽃 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한다.

1999년 개최된 쿤밍 세계원예박람회는 윈난성 화훼산업의 명성을 대내외적으로 각인시켰다. 본래 원예박람회는 국제원예생물협회가 주최하던 국제적인 꽃 전시회에 불과했다. 윈난은 이를 화훼산업 발전의 계기로 삼아 전무후무한 대형 박람회로 탈바꿈시켰다.

5월 1일 개막되어 184일간 열린 원예박람회를 통해 윈난 화훼산업은 중국을 대표하는 꽃 브랜드로 성장했다. 박람회가 열렸던 장소는 재단장하여 다시 문을 열었다. 현재 세계 최대의 화훼 상설전시장으로 관람객이 언제나 줄을 잇는다.

더우난 한편에서 꽃을 꽂는 화병을 파는 노천 상점.
 더우난 한편에서 꽃을 꽂는 화병을 파는 노천 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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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난 곳곳에는 장식 꽃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원들이 성업 중이다.
 더우난 곳곳에는 장식 꽃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원들이 성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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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은 세계원예박람회를 통해 주목 받은 화훼산업을 현대화하기 위해 대규모 도매시장 건설계획에 착수했다.

무엇보다 자연발생적으로 커져 가던 더우난 화훼시장에 주목했다. 1999년 말 윈난성 정부는 더우난을 규격화된 도매시장으로 정비했다. 여기에는 스위스로부터 재정지원을, 네덜란드로부터 기술자문을 받았다.

2만7000평 부지 위에 자리 잡은 더우난 한편에는 최첨단 경매설비까지 갖춘 쿤밍국제화훼경매시장이 있다. 쿤밍경매시장은 2002년 세계 최대 화훼 경매시장인 네덜란드 알스매어의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했다. 화훼정리와 포장, 경매, 냉장, 항공운송 등의 체계화된 서비스 체계를 갖추고 있다.

국제화를 위한 윈난성 화훼산업의 노력은 늘어나는 대외 수출로 나타나고 있다. 2008년 화훼 수출액은 1.01억 달러로, 전년 대비 80%나 늘어났다 수출 품목은 절화에서 절지와 절엽, 꺾꽂이와 종묘, 종구 등까지 다양하다. 수출 대상국도 50여개국에 달하는데, 한국에도 카네이션을 중심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더우난 시장의 발전은 재배 농민의 삶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시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한결같이 활기차고 의욕이 넘친다. 그들은 화훼 사업에 손을 대면서 수입이 크게 늘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전 쌀농사를 지었을 때 연간 수입은 5000위안(약 85만원) 안팎에 불과했다. 꽃 재배로 종목을 바꾼 뒤에는 적게는 1만 위안(약 170만원)에서 많게는 3만 위안(약 510만원)까지 번다고 한다. 화초 재배가 돈이 되니 더우난 일대 농민은 너도나도 화훼 사업에 손 대고 있는 상황이다.

더우난 곳곳에서는 꽃 장식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원들도 성업 중이다. 결혼식, 회갑연, 이벤트 등 꽃 꺾꽂이를 이용한 장식 꽃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학원 원장의 전언에 따르면, 봄철과 가을철에 결혼식과 이벤트 행사가 많아서 장식 꽃 수요가 폭증한다.

일부 생화 장식품은 고가에 팔려나가 기술을 배우려는 젊은이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나 섬세한 손놀림을 요구하는 작업이라 여성들이 주로 찾는다.

더우난 주변에서 대형 비닐하우스를 짓고 화훼를 재배하는 농가들이 수천 가구에 달한다.
 더우난 주변에서 대형 비닐하우스를 짓고 화훼를 재배하는 농가들이 수천 가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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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난 재배상들은 아시아 최고의 화훼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신품종 개발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더우난 재배상들은 아시아 최고의 화훼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신품종 개발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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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난 화훼시장의 급성장은 중국의 경제발전과 중국인의 소비수준 향상에서 비롯됐다. 최근 5년간 중국 화훼시장은 연평균 30% 이상 증가했지만, 1인당 꽃 소비량은 2송이에 불과하다. 앞으로의 시장 잠재력은 더욱 크다.

현재 아시아의 최대 화훼시장은 일본. 하지만 수많은 화훼 관계자들은 2~3년 내에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1위로 등극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윈난성이 있다. 더우난을 기반으로 윈난 화훼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도 안고 있다.

첫째, 중국은 외국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은 채 꽃을 재배해 판매하고 있다. 현재 윈난에서 재배되는 꽃 대부분은 네덜란드 등 다른 국가에서 개발된 품종이지만, 중국은 이를 무단 사용하고 있다. 대외 수출량이 점차 늘어나면서 원천 기술을 지닌 외국과의 무역 분쟁 소지를 안고 있다.

둘째, 수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윈난의 화훼상품은 선진국에 비해서 아직 품질이 뒤쳐진다. 고부가 가치의 꽃은 로열티 문제로 인해 중국으로의 기술 이전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셋째, 윈난은 중국 내륙에 위치해 있어 연해 지방이나 해외로 물류비용이 많이 든다. 꽃은 신선도가 생명인데, 고비용의 운송문제는 윈난의 가격경쟁력에 타격을 주고 있다.

더우난 시장에서 만난 윈난성 화훼 기업인과 상인들은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입고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외국 기술 사냥에 혈안이기 때문이다.

더우난에서 나오는 길에 한 광고판이 눈에 띄었다. '봄의 도시 어디에나 꽃이 흩날리지 않는 곳이 없다'(春城無處不飛花)고 적혀 있었다. 천연의 자연조건, 급성장하는 경제력,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윈난이 아시아의 네덜란드를 꿈꾸고 있었다.

더우난 일대에는 다양한 종류의 화분을 생산한다. 화훼산업과 관련된 모든 상품이 더우난에서 거래된다.
 더우난 일대에는 다양한 종류의 화분을 생산한다. 화훼산업과 관련된 모든 상품이 더우난에서 거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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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난에서 생산된 각종 화분은 중국 각지로 팔려나간다.
 더우난에서 생산된 각종 화분은 중국 각지로 팔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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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Tip 1

더우난화훼시장은 쿤밍시 청궁(呈貢)현 더우난진에 위치하고 있다. 쿤밍 도심에서 더우난에 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쥐화(菊花)촌 버스터미널에 가서 12번을 타고 더우난역에서 내리면 된다. 버스비는 2위안(약 340원)이고, 대략 40분이 소요된다.

둘째는 차량을 빌려서 오전에는 스린(石林)을, 오후에는 더우난을 구경하는 것이다. 스린과 더우난은 한 방향 선상에 놓여 있다. 두 곳을 둘러보는 조건으로 1일 렌트비는 300위안(약 5만1000원) 안팎이다.

더우난은 면적이 커서 넉넉히 3시간을 잡고 둘러보는 것이 좋다. 꽃과 난초를 좋아하는 이라면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화훼상품을 살 수 있다. 화병과 화분도 흥정 없이 원가나 다름없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 여행Tip 2

쿤밍으로 돌아온 뒤에는 다음 여행지인 다리(大理)로 출발하기 위해 기차역에서 야간 침대열차를 탄다. 쿤밍에서 다리까지는 310여㎞, 고속버스를 이용하면 4시간 거리다. 다음 날 아침에 버스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배낭 여행객은 주로 야간 침대열차를 탄다.

야간 침대열차는 밤에 쿤밍을 출발하여 이른 아침에 다리에 도착하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숙박비를 절감할 수 있고 표값도 고속버스보다 싸다. 1석2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셈이다.

야간 침대열차의 출발시간은 매일 밤 21:43과 23:00 두 편이 있고, 표값은 85위안(약 1만4450원)이다. 소요시간은 9시간으로, 다리에는 각각 아침 6시 반과 8시에 도착한다. 보통 한 침실에 4인이 함께 쓰고 일부 침실은 6인이 쓰기도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BS U포터,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중국, #윈난, #운남, #쿤밍, #화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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