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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9일 미래형 교육과정(2009 개정 교육과정) 공청회 시작 전에 미래형 교육과정 반대 범국민대책회의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그 때 사용된 피켓 내용 중 하나.
▲ 입시지옥 교육과정 9월 29일 미래형 교육과정(2009 개정 교육과정) 공청회 시작 전에 미래형 교육과정 반대 범국민대책회의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그 때 사용된 피켓 내용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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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29일 교육과정평가원에서 2009 개정 교육과정 : 개정의 방향과 총론 시안(1차) 공청회가 열렸다. 미래형 교육과정으로 널리 알려진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공청회 자료집을 2천부나 준비했는데, 공청회가 시작할 쯤에는 다 없어졌다.

  '2009 개정 교육과정 공청회 현장에 가다', '핵심내용 숨기고 출발부터 삐걱대는 미래형교육과정'  보도를 통해, 2009 개정 교육과정 1차 시안 공청회에서 있었던 일은 이미 잘 알려졌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기자가 집중적으로 취재하고 있는 일제고사 관련 내용이 공청회에서 김성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하 평가원장)에 의해 직접 언급되었다.

김성열 평가원장이 공청회에 나서 직접 답변을 하였다. 사진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서.
▲ 김성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김성열 평가원장이 공청회에 나서 직접 답변을 하였다. 사진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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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청회의 마지막 순서인 '자유토론'에서 마지막 답변자로 김성열 평가원장이 나섰다. 일제고사와 관련된 의미 있는 답변을 했다.

일제고사에 대한 김성열 평가원장의 답변 내용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학력평가와 관련된 권고 사안이 있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은 2007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있는 학력평가 내용에 손대지 않겠다. 그대로 사용해도 충분하다."
"교육과정 운영이 교육평가에 이끌려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개선하면서, 수업 관행을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
"우리 사회가 성숙하여 학부모님이 국/영/수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답변을 정리하면, 초등의 경우 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09-00호는 교육인적자원부 고시 제2007-79호의 Ⅳ교육과정의 편성ㆍ운영 지침, 3.교육과정의 평가와 질 관리(24-25쪽)를 그대로 원용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학업성취도 평가 문항을 개선하여 수업이 교육과정 운영에 충실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학부모 수준이 향상되어 국/영/수 중심의 일제고사 교육과정으로 전락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단한다는 답변이다.

  공청회장에서 들을 수 있는 답변으로는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는 모범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강원도로 내려오는 내내 단상들이 봄 날 아지랑이처럼 계속해서 쏟아난다.

공청회장 앞 기자회견 장소 주변에 전시되어 있던 피켓
▲ 입시왕국 대한민국 공청회장 앞 기자회견 장소 주변에 전시되어 있던 피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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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고사에 대해 직접적으로 질문한 사람도 없는데, 어찌 이리도 상세하게 답변을 했을까?"  "일제고사가 얼마나 교육현장을 파행으로 몰아가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인가?"

  "목도하고 있는 일제고사 파행의 근원인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의 고시 내용을 그대로 원용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배짱일까?"  "평가 문항이 개선되면, 학교에서 평가 준비를 하지 않을까?"

  "고등학교 3년을 직업준비 교육단계로 설정한다는 것은 일반계 고등학교는 대학에 입학할 학과에 적합한 입시준비를 한다는 것 아닌가?"

  "학부모가 지금도 일제고사에 몰입하는 학교장에 끌려가는데, 왜 내년에는 안 끌려간다고 장담하지." "09년 일제고사 파행은 학부모가 아니라 교육 관료가 주동하고 있는데."

  "수능과목을 줄이면 국/영/수 중심의 수능 일제고사 대비가 더 강화되는 것 아닐까?"

  "입학사정관제가 100% 확대되면 수능 일제고사로 인한 줄서기 경쟁이 없어진다고 확신하는 건가." "적성마저 사교육 시장의 새로운 틈새시장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현실을 알고 그런 확신을 하는 건가."

  "일본도 일제고사 포기한다는데.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공정한 학업성취도 평가를 방해한, 일제고사 파행과 관련된 교육관료 전부를 파면시킬지 모르잖아."

  10월 1일, 일제고사 단상 ② 한장수 교육감님, 일제고사를 왜 봐요?  기사가 나간 후에, 강원도가 아닌 경기도에서 반가운 답변이 왔다. 시도수준 일제고사 폐지하고 국가수준 일제고사를 표집으로 실시할 것을 교과부에 요구한다는 내용이다.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경기도 교육청의 입장

10월 13, 14일로 예정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시행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를 앞두고 경기도교육청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힙니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시행하는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는 모든 학생들이 동일한 문제로 동시에 평가를 치르는, 소위 일제방식의 학업성취도 시험입니다.

교육의 효과를 높이고 올바른 교육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은 필요하고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평가하고 그 평가결과를 어떻게 활용할지, 즉 평가의 목적과 기준을 분명히 마련하는 것 또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교육의 전반적 효과를 높이고 학생 개개인의 여건과 자질에 합당한 질 높은 교육을 지향해야 할 평가가 오히려 학생들의 자율적 선택권을 억압하고 학생들을 단편적 기준으로 서열화하여 교육현장의 소외와 파행을 극단적으로 심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코 학생, 학부모는 물론 시행주체인 교육과학기술부 또한 원치 않는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볼 때 이번 학업성취도평가도 방법상의 부작용과 평가결과의 활용을 둘러싼 혼선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우선 암기위주 혹은 단일한 결과론적 지표를 중시하는 전국적 학업성취도 평가는 교육현장의 다면적 문제를 분석하고 학생들의 본질적 학력향상을 위한 적실한 교육 대안을 제시해주기에는 지극히 부족합니다. 그러한 만큼 이 평가는 공교육의 혁신을 위한 다양한 '참고자료' 중의 하나 정도의 의미라고 봅니다.

이미 일선학교에서 성적조작이 이루어진 사례가 있으며, 학교마다 성취도 평가에서 성적향상을 목표로 한 방과후 학습과 보충학습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조차 일제고사를 목표로 방학 중 보충수업을 실시한 경우 또한 발견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교육상의 '참고자료'가 되어야 할 학업성취도평가를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와 같은 '성적평가자료'로 대체하겠다는 학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참고자료'의 하나로 간주되어야 할 성취도평가가 일선학교에서는 교육방향을 단편적으로 고정하고 획일화시키는 '절대화된 목표'가 되어버리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일제고사를 위한 사교육도 늘어나,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정책조차도 자기 부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전국단위에서 강제적으로 실시되는 일제방식 평가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일제고사'가 학교교육을 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줄 수 없으며, 학생 및 학부모의 교육선택권을 무시할 가능성이 크고, 나아가 그 평가결과가 무원칙하게 공개될 경우 교육현장을 구조적으로 왜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기도교육청은 전국단위의 강제적 일제고사의 비교육적인 측면과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학교별 표집 평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위해서도 각 학교별, 학급별로 이루어지는 교육방향과 내용, 목표와 방법 등의 다양성과 특수성을 감안한 보다 입체적이고 다면적인 평가가 필요함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교과부는 일부 시도교육감을 비롯한 교육공동체 전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제방식 학업성취도 평가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그간 우리 경기도교육청은 일제방식 학업성취도 평가가 갖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다양한 검토를 하였으나, 최종적으로 현행 법률에 따르는 의무적 위임사무이기 때문에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일제방식의 전국적 학업성취도 평가가 가져올 교육현장의 파행과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경기도 교육 전반의 책임자로서 한없는 무력감과 안타까움을 느끼고 도민여러분과 학생, 학부모께 진심으로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법률적 한계를 인정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은 일제방식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일제방식 평가가 갖는 문제점과 심각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자 합니다. 교육과정에서 성취도 평가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바람직한 평가라면, 그것은 공교육의 건강한 역할을 강화하고, 교육사회 내부의 무한경쟁과 구조적 양극화를 넘어서려는 방향을 가져야 합니다. 각각의 학생들이 학교현장에서 자율과 창의의 방법으로 기초부터 튼튼하게 학업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아이들이 진취적인 상상력과 역동적 학력구조 속에서 자기 계발을 강화해 갈 수 있도록 평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평가의 시행방법과 대상, 그리고 그 결과의 공개여부 등에 대한 다양한 토론이 인정되어야 하며, 그 토론의 결과가 평가과정에 적절히 반영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평가에 대한 학생 및 학부모들의 선택권과 자기결정권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경기도교육청은 오는 10월 13일과 14일 시행될 전국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히고자 합니다.

첫째, 정부는 앞으로 전국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와 관련한 전반적인 정책을 재고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 스스로 마련한 교육정책에도 있듯이 평가의 다양화(입체화), 표집 평가, 평가 결과의 비공개 등과 같은 방법을 통해 학업성취도 평가의 본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 일제방식 성취도 평가의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가능한 종합적인 대안을 마련해 갈 것입니다.

둘째,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학생, 학부모의 선택권과 자기결정권은 충분히 인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평가를 원하는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것처럼, 일제방식 평가를 원치 않는 학생 및 학부모들의 선택과 자기결정 또한 헌법적 권리로서 충분히 존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유연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무원칙하게 평가 결과를 공개해 학생 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학교간의 서열화를 조장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경기도교육청에서는 평가 결과가 최대한 교육적 목적에 맞게 공개 및 활용될 수 있도록 주어진 권한과 의무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해 나가겠습니다.

넷째, 경기도교육청은 내년부터 입시에 꼭 필요한 모의고사 등 몇 가지 불가피한 평가를 제외한 다수의 일제방식 평가를 폐지할 것입니다.

우리 경기도교육청에서는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여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바탕으로 기본이 튼튼한 교육, 진정한 학력신장을 위한 새로운 교육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서 학교별, 학급별로 추진되는 창의적 교육 방안을 발전시키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다양하고 입체적인 평가 방법을 개발하고 장려하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2009년 10월 5일
                                                       경 기 도   교 육 감



태그:#일제고사, #미래형 교육과정,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육과정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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