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넘어 50%에 육박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중도실용 정책과 대통령의 서민행보가 효과를 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지율의 급등과는 대조적으로 서민생활은 여전히 팍팍하고, 나아진 것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가는 치솟고, 집값을 올라가는 데 살림살이는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사는 진짜 서민들이 과연 어떤 얼굴 무슨 고민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이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편집자말]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기조를 천명한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 상승이 심상치 않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달 18~19일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47.3%로 나타났다. 지난달 14일 발표된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정지지도가 53.8%까지 올라갔다. 그야말로 청와대 홈페이지의 한 코너 이름처럼, "대통령이 떴다!"

지난 6월 15일 이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친 서민정책'을 강조한 이후 정부의 주요 정책에는 어김없이 '친 서민, 중도실용'이란 말이 따라붙고 있는데 이 프레임이 일반대중들에게 소위 '먹히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이 대통령의 '친 서민, 중도실용'에 기대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기대감의 목소리를 구체적으로 들어보고자 지난 18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탑골공원과 종묘공원을 방문해 노인들과 대화를 나눠봤다.

지난해 말 노인 5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서울서베이)에서 응답 노인의 43.5%는 정치·사회·경제적으로 '하층민'이라고 대답했다. '중하층'이라고 답변한 사람도 39.3%였다.  결국 서울 노인의 82% 이상이 자신의 처지를 '중하층민 이하'라고 여기고 있는 셈이다.

특별한 소일거리가 보이지 않는 종묘공원에서는 하나의 바둑판, 하나의 신문에도 노인들이 무리를 지어 모여 있었다.
 특별한 소일거리가 보이지 않는 종묘공원에서는 하나의 바둑판, 하나의 신문에도 노인들이 무리를 지어 모여 있었다.
ⓒ 이대암

관련사진보기


"이명박 대통령 서민행보, 잘 하고 있는 거야"

평일의 대낮, 공원은 노인들로 가득했다. 60여 명이 모인 탑골공원이 '소도시'라면 500여 명 정도가 모인 종묘공원은 가히 '대도시'급이다. 종묘공원 내 화장실은 마치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같이 끝없이 드나드는 인파로 북적였다.

공원 내 여기저기엔 노인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앉아 있었다. 별다른 소일거리도 없어 보인다. 바둑판을 두고, 혹은 신문지 하나를 두고 모여 있다.

이들 상당수는 대통령의 '친 서민정책'에 대한 기대와 지지를 표했다.

"요즘 잘하고 있다. 시장 방문 등 서민을 향한 따뜻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희망근로를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풀밭 어디를 가든 노인들이 쫙 깔렸다. 친서민적이다." (김낙공, 71세)
"서민을 위해 잘 해주리라 기대한다. 재산을 기부해주어 감동 받았다. 너무 고맙다." (무명, 72세)
"대통령이 시장과 보육원을 방문하는 것은 아주 잘하고 있는 일이다." (엄홍용, 80세)

'친 서민정책' 언급할 때 노인들은 공통적으로 이 대통령의 '현장 정치'를 언급했다. 이벤트성 접근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실제로 이 대통령은 '친 서민, 중도실용'을 천명한 이후 서민을 겨냥한 민생 탐방을 이어오고 있다. 재래시장과 도심 도매시장을 방문하고,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을 찾고, 농민들과 같이 고추를 따는 모습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우리 노인들에게 득 되는 건 없지"

그러나 이들 대다수는 대통령에게 "잘 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스스로의 일상에 대해서는 체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어떤 정책을 펼치든 노인들에겐 영향 없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강원도 홍천군 고추밭에서 고추를 따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지난 10일 강원도 홍천군 고추밭에서 고추를 따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제공

관련사진보기

"(노령연금 외) 특정한 수입은 없고 경기는 안 좋으니 생활이 이전만큼만 못하다. 부자감세, 서민세금 증대인데 뭘 (기대하나)" (무명, 80대)
"파지를 주워서 살아왔는데 돈이 없어서 아파도 병원을 못가다가 너무 아파서 뒤늦게 갔더니 병이 커진 것 같다. 수술비, 진찰비가 너무 부담된다. 대통령이 '친 서민'을 한다고 하니 지원해주지 않겠나" (박상주, 71세)

또한 이 대통령의 '친 서민, 중도실용'에 의심과 경계를 보낸 이들도 적지 않았다.

"부자들 세금은 낮추고 그 구멍을 서민들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 기대 따위 안 한다." (김주현, 64세)
"우리 집에 실업자가 둘이나 생겨버렸다. 자식들이 하자 없이 살았으면 좋겠는데 화 나고 속상하다. '친 서민'이라 해도 결국 달리질 게 없을 거다." (무명, 70대)
"전세금만 올라가고 머리가 복잡하다. '친 서민'은 결국 허구 아니냐." (무명, 60대)
"노령연금을 주려면 생활이 되게, 모든 노인에게 다 줘라. 과연 구체적인 '친 서민 정책' 이 있는지 모르겠다." (무명, 70세)
"의심이 간다. '4대강 사업'만 봐도 세금을 그렇게 많이 갖다 쓰는데 서민을 위한 재원이 어디서 나오겠나? 무슨 돈으로 하나? 말로야 뭘 못하겠냐." (임아무개, 77세)

깎인 복지 예산... "봉사단체 배식마저 끊다니"

실제로 보건복지가족부가 정부의 '예산 10% 절감 계획'에 따라 삭감한 예산의 절반 이상이 취약계층과 서민복지 대상 사업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15일 전혜숙 민주당 의원이 복지부의 2008년도 결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예산 절감을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은 746억500만원 중 51.8%인 386억7300만원이 취약계층과 서민복지를 위한 사업비였다. 독거노인 도우미 파견 운영, 노인 돌보미 바우처 운영, 노인건강 프로그램 사업 등 노인 대상 복지사업 예산도 6200만원이 삭감됐다.

지난 11일 홍천 고추밭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한 할머니에게 "일하니까 젊어지죠? 일자리가 있으면 노인도 젊어진다"고 말했지만 일시적인 일자리인 희망근로를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하는 것 외에는 노인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은 발표되지 않았다.

한 70대 할아버지는 "진정 '친 서민'이고 노인을 위한다면 이 공원(종묘공원)의 노인복지부터 증진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널따란 공연장이 있어서 노인들이 둘러앉아 엉덩이 춤이라도 추곤 했었는데 없애버렸고, 요즘은 봉사단체에서 주는 배식도 끊겨버렸다. 또 노인들이 모여 앉아 약주 한잔 하고 싶어도 이제는 관리소에서 나와 벌금을 물린다. 그 전엔 굉장히 재밌었는데. '친 서민'이라고 하면 이 공원부터 신경 써 달라."

이 대통령의 '친 서민, 중도실용'에 대한 기대감이 치솟았다지만 그만큼 더 공원의 풍경은 쓸쓸해보였다. 이 대통령을 비난하지 말라던 한 노인은 삼각김밥 하나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있었고, 이 대통령이 서민을 위해 아주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던 한 노인은 낡은 리어카를 끌고 뙤약볕 속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평일의 대낮, 공원은 노인 분들로 가득했다. 60여 명이 모여계신 탑골공원이 '소도시'라면 500여 명은 족히 넘게 모여계신 종묘공원은 가히 '대도시'급이다. 사진은 종묘공원.
 평일의 대낮, 공원은 노인 분들로 가득했다. 60여 명이 모여계신 탑골공원이 '소도시'라면 500여 명은 족히 넘게 모여계신 종묘공원은 가히 '대도시'급이다. 사진은 종묘공원.
ⓒ 이대암

관련사진보기



태그:#이명박 친서민중도실용, #종묘공원, #탑골공원, #노인복지, #친서민정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