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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미등록체류자 비율이 다른 업종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농어업분야 미등록 이주노동자 비율 급증
▲ 농어업분야 미등록 이주노동자 비율 급증 농어업분야 미등록 이주노동자 비율 급증
ⓒ 천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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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1년 동안 미등록 이주노동자 비율이 제조업은 4.7%에서 5.5%, 농축산업 8.7%에서 13.1%, 어업 4.2%에서 23.8%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농·어업분야 비율이 다른 업종에 비해 급 상승하고 있다.

일차적인 원인으로, 고용허가제가 모든 업종에 ▲동일한 업종에서만 사업장 변경 ▲실직 했을 때 두 달 안에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 한다는 규정을 들 수 있다. 농·어업 분야는 다른 업종에 비해 수확철과 비수확철에 민감하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일거리가 줄어든다.

L(태국·40)씨는 파주 인근 선인장 농장에서 일한다. L씨는 일거리가 없는 겨울철 임금체불로 인해 사업장을 이탈했다. 해고당한 적도 있다. 그녀는 여러 번 사업장을 옮겨서 이미 미등록체류자가 되었다. L씨는 "지금은 사장님이 잘해줘서 머물고 있는데 일 많을 때는 다 잘해준다. 그러다 변하는 사람들 많다"며, "겨울이 되면 일도 줄고 또 다른 곳으로 가야할지 계속 여기에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의 고용을 지원하는 자치단체의 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지난 7월 3일 전라남도 화순군은 내년부터 이주노동자들을 시설·과수·원예 부분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청 관계자는 "우리가 필요한 것은 농번기 때나 수확철인데 1년 이상 계약하는 것은 무리이다"며, "수입이 일정하지 않는 농가에서 매달 90만 원 이상 지급하는 것은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본국에서 고용허가제(EPS)로 비자 신청을 할 때 자신이 업종을 선택하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어 시험점수가 낮은 사람들이 농·어업 분야에 배치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직에서 일하던 사람들도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반영하지 못하고 한국어 점수에 따라 일자리를 정한다. 또, 계약서와 다른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다.

A씨(스리랑카·26)는 지난해 서해안에서 고기잡이를 했다. 스리랑카에서 계약 할 때는 최첨단 시설의 공장에서 고기 손질하는 일이라고 했는데, 한국에 오니 고기잡이를 시켰다. 그의 노동시간은 일정하지 않다. 3시간 자고 일어나서 고기 잡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가 어부로 살면서 가장 힘든 것은 한국의 추운 겨울바다였다. 스리랑카는 인도양 해상에 있는 섬나라로 열대성기후를 지닌 나라이기 때문에 겨울바다의 추위는 낯선 것이다. A씨는 "겨울바다에서 느끼는 추위는 정말 끔찍하다. 배 위에서 고기를 잡으며 사는 것은 눈을 뜰 때마다 지옥을 체험하는 것과 같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또, 문화를 배려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는 "배 위에서 잠깐 잠들었는데 일어나라고 나를 발로 건드렸다. 스리랑카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나를 짐승처럼 다뤘다"고 말했다. 그 후, A씨는 천안외국인근로자센터를 찾아가 사업장 변경을 했지만 미등록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같은 업종을 선택해야 했다. 고용허가제는 그를 다시 지옥같은 바다로 내몰았다.

이 밖에 농·어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로 ▲외곽지역에 살기 때문에 사람들과 교류가 적음 ▲사업장들이 노동법에 대해 적용하지 않음 ▲복지혜택과 생활수준 열악 ▲의사소통의 어려움 ▲계약서와 다른 노동시간과 급여 등이 있다. 이런 이유로 농·어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미등록체류를 감수하더라도 이탈을 감행한다.

현실 반영 못하는 '농업분야 외국인력 활용 제고방안'

지난 해 12월 7일 법무부에서는 '농업분야 외국인력 활용 제고방안'을 발표해, 수확철에 일손이 부족한 농가들이 쉽게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할 수 있도록 근무처 추가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같은 달 4일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한 후 건의를 받아 관계부처에 지시한 것. 하지만 법무부는 "불법체류자 감소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혀 농장 사업주와 미등록노동자들의 불안은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이영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사무처장은 "이주노동자들의 고용관련 문제는 노동부에서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법무부에서 밝힌 것은 시행되지 않았다"며, "업무부처 간에 조율이 되지 않은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농·어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해서는 업종의 특성을 배려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이주노동자의 방송 MWTV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주노동자, #미등록체류자, #농어업종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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