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타임'이 아니라 '코리아타임'을 시행하자

09.08.24 11:09l최종 업데이트 09.08.24 11:09l

정부가 서머타임 시행을 검토한다고 하네요. 여름 기간에 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는 것인데, 제도를 시행하려는 의지가 강해서 그런지 주특기인 데이터 왜곡기술까지 끌어들이는 모양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별로 와닿지도 않는 숫자놀음, 그것도 상황에 따라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하는 고무줄 숫자놀음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 신뢰 잃은 숫자를 근거로 대며 불통의 밀어붙이기를 또다시 자행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벌써부터 예상되는 건, MB정부에서 무수히 반복되는 억지, 왜곡 논리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이겠지요.

경제적 비용과 편익분석 어쩌구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숫자놀음일랑 집어치우고 그냥 상식적으로 한번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시간에 따라 스케줄을 잡지 태양의 기울기에 따라 그것을 잡는 게 아닙니다. 지금이 시계 없는 원시시대도 아닐진데 태양이 뜨고 한 시간 후에 일을 시작하든 두 시간 후에 일을 시작하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지요? 우리는 그저 시계를 보고 시간에 따라 움직일 뿐입니다. 해가 뜬 지 두 시간 지나서 일을 시작하는 건 시간 낭비이고 한 시간 지나서 일을 시작하는 건 낭비가 아니라는 논리는 대체 무엇을 근거로 하는 것인지요? 우리가 언제부터 태양의 기울기를 보면서 일상생활의 스케줄을 잡았다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시간 일찍 일을 시작하면 얻는 이익이 많다고 해놓고서는 출퇴근 교통량이 분산된다는 건 또 무슨 해괴한 논리란 말입니까? 그 말은 그러니까, 시간은 한 시간 앞당기지만 일부는 업무시간을 앞당겨 시행하고 일부는 앞당기지 말고 예전대로 그냥 한 시간 늦게 업무를 시작하라는 말이 되는 것인데, 이 무슨 앞뒤 맞지 않는 엉터리 논리란 말인지요? 대체 누구는 앞당기고 또 누구는 앞당기지 말라는 것인지 그 의도를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런 게 아니라면, 출근시간은 모두 똑같이 한 시간 앞당기지만 퇴근시간만큼은 똑같이 앞당기지 말고 그냥 좀 놔두라는 무언의 압력 내지는 지시인가요? 그러면 그렇다고 할 일이지 시간낭비 어쩌구 하면서 왜 죄 없는 시간 탓을 한답니까?

에너지 절약이라는 말에도 의문이 드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아침에 한 시간 일찍 업무를 시작하고 저녁에는 한 시간 일찍 업무를 마치거나 또는 한 시간 늦게까지 일을 해야하는 상황인데, 그것이 어떻게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에너지 사용이 좀 더 늘어나는 게 상식 아닐까요?

차라리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경제도 어려운데 업무시간을 좀 더 늘리자고 말이죠. 하지만, 설사 목적이 그렇더라도 전국의 컴퓨터시스템 시간을 일일이 조작하는 등의 번거로움을 감내하면서까지 시간을 앞당길 필요는 없으리라 봅니다. 그냥 업무시간을 늘리고 그만큼 임금을 더 지급하든가, 아니면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근로자의 소득을 증가시킨 후, 이를 다시 소비로 연결하여 경기를 살린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으로 충분하리라 봅니다. 소득이 줄고 실업이 늘어나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그것이 훨씬 더 호소력을 발휘하지 않을까요?

사실, 제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다른 것에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서머타임제를 시행할 것이 아니라, 이참에 아예 대한민국의 표준시각을 반 시간 앞당기자는 것입니다.

예전부터 한국의 표준시에 대해 한 가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왜 한국이 일본의 표준시를 따르고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일본 표준시의 기준이 되는 경도가 동해상에 걸쳐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나라 땅을 지나는 경도에 맞추지 않고 멀찌감치 동해를 지나는 그것에 맞추었는지 의문이었던 것이죠. 그것이 일제 식민잔재의 결과인지 확인해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왠지 찜찜하고 의혹의 마음이 드는 걸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원인이야 어찌되었든 태양의 위치에 맞게 표준시각을 정하는 건 자연스럽고 또한 당연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자연의 이치와 순리에 맞는 것이기도 하죠. 따라서, 서머타임을 고민할 게 아니라, 이참에 대한민국의 표준시각을 우리 땅의 기준에 맞춰 영구히 정상으로 바로세우자는 것입니다. 그것이 서머타임제를 한답시고 신빙성도 없는 숫자놀음이나 하는 것보다 우리 국민의 마음에 훨씬 더 커다란 편익을 가져오는 게 아닐는지요?

서머타임제 논의를 걷어치우고 지금부터 '대한민국 표준시 바로잡기' 논의가 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