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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몇 번이나 사표를 쓰곤 했던 남편이 정년퇴임을 했다. 3개월 여 앞두고는 무척이나 힘들어해서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나도 무척 힘들었다. 그런데 막상 코앞으로 다가오자 편안해졌다.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어차피 누구에게나 언젠가 한 번은 찾아오는 것일 테니까.

  

일주일을 집에서 쉬고 퇴임식을 가졌다. 전날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에 일어나 그의 마지막 출근길을 지켜줄 옷을 챙겨 정성스럽게 다리기 시작했다. 그는 올곧은 성격 때문에 상관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 직장생활을 몹시도 힘들게 했다.

 

옷을 다림질 하면서 그의 애증이 서린 직장의 마지막 날이란 생각보다는 다림질 할 때마다 느끼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부인 이희호 여사가 떠올랐다. 그녀는 남편이 도대체 끝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수인생활을 할 때 그 힘든 시기를 남편의 옷들을 다리면서 견뎌냈다고 했다. 겉옷뿐만 아니라 속옷은 물론 양말까지 모두 다렸다고 했다. 세상에 양말을 다리는 사람 그 누가 있을까.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사의 고단한 마음자리가 느껴져 얼마나 가슴이 아렸던지. 여사의 짠한 마음을 헤아리면서 나는 그가 입을 옷을 하나하나 정성을 다하여 다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님은 지금 폐렴으로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한 달째 치료중이다. 입원소식을 들은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다해간다. 지켜보는 가족들은 얼마나 안타까울까. 지금 전국 곳곳에서 대통령님의 가족은 물론 수많은 국민들도 하루하루 가슴 졸이며 쾌유를 빌고 있다.

 

혈압이 떨어지면 손발이 차가워진다는 의료진의 말을 듣고 이희호 여사는 한 땀 한 땀 벙어리장갑을 떠서 대통령님의 양 손에 끼워드렸다고 전한다. 간병하면서도 손에서 뜨개바늘과 털실을 손에서 놓지 않고 계속해 장갑 한 켤레를 하루만에 다 떴다고 한다. 벙어리 장갑 소식을 들으니 예전의 다림질에 얽힌 마음처럼 여사의 절절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오래 전, 그 어려운 시절, 속옷은 물론 양말까지 다림질 하면서 보냈던 시간들처럼 이번에도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뜨개질 하면서 그 힘들고 불안한 시간을 보내셨을 것이다. 지극한 정성은 하늘도 움직인다고 한다.

 

대통령 영부인으로서 영광은 물론, 그 기나긴 세월 가시밭길 걷다가 죽을 고비를 세 차례나 넘기면서 자신과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 해온 아내의 지극한 정성과 국민들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아 하루 빨리 툭툭 털고 일어나시길 마음 모아 곡진한 기도를 올린다.


태그:#벙어리 장갑, #다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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