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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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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6월 21일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내정사실을 알리면서 다음과 같이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천성관 후보자는 평소 법질서 확립에 대한 소신이 분명한 분으로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 맞게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미래지향적인 검찰상을 구현하는 데 적임이라고 판단해 검찰조직 일신 차원에서 발탁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스폰서 검사' 의혹에 휩싸인 천성관 후보자의 내정을 철회하고 김준규 전 대전고검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내정할 때 청와대의 '메시지'는 확 바뀌었다. 이동관 대변인은 지난 7월 28일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준규 후보자는 소통을 중시하는 유연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의 소유자로서 검찰조직을 안정시키는 데 적임이라고 판단했다."

한달 만에 4대 권력기관 중 하나인 검찰총장의 인선 배경이 '검찰쇄신'에서 '검찰안정'으로 180도 바뀐 것이다. '천성관 효과' 때문이라는 게 유력한 해석이다. 결국 김준규 후보자의 인선은 '인사청문회 통과'에 있었음을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김준규 후보자도 청와대의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3년 이하 징역에 해당하는 위장전입에서 배우자 이중소득공제 등 각종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오는 17일로 예정된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험로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위장전입] 92년과 97년 두차례 위장전입... "잘못된 행동이었다" 시인

김 후보자를 가장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검증대목은 위장전입이다. 그는 두 자녀를 강남 소재 학교에 보내기 위해 두 차례 위장전입을 했다.

첫 번째 위장전입은 지난 1992년에 이루어졌다. 당시 서울 사당동에 살고 있던 김 후보자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첫째 딸을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세화여중에 보내기 위해 1년간 부인과 딸의 주소를 지인의 집으로 옮겼다.

두 번째 위장전입은 지난 97년. 94년부터 주미 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으로 근무해온 김 후보자는 97년 2월 귀국해 서울 대방동으로 이사했다. 그런데 그는 두 딸을 반포동의 중고등학교로 보내기 위해 가족 전체의 주소를 지인의 집으로 옮겼다.

김 후보자 자녀들이 다닌 학교가 강남 명문교라는 점에서 명문대 진학을 위해 위장전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이 불거지자 김 후보자는 "부인이 세화여고 교사로 근무하다 사직한 인연이 있기 때문에 같은 재단인 세화여중에 큰 딸을 입학시키기 위해 반포동에 있는 지인 주소로 옮겼다"며 "잘못된 행동임을 인정한다"고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했다.

다만 김 후보자는 97년 위장전입과 관련 "미국에서 근무하다 혼자 계신 어머니가 암에 걸리셔서 조기 귀국하게 됐다. 반포동에 살기로 결정하고, 일단 아이들의 학교등록을 위해 불가피하게 지인의 집 주소로 전입신고를 한 것"이라며 "그해 7월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경황이 없어 반포동에 집을 못 구하고 어머니 집 등에서 지냈는데, 전세를 줬던 대방동 아파트가 비어 그 집으로 이사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는 범법행위에 해당한다. 공소시효(3년)가 지나 처벌받을 수는 없지만, 법을 엄정하게 집행해야 할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위장전입은 인사청문회 최대 아킬레스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기명 채권 증여] IMF 외환위기 틈타 증여세·상속세 회피?

김 후보자는 국회에 총 23억3000여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 12억3000여만원, 서울 종로구 경운동 상가 2억2000여만원, 예금·보험 등 금융자산 8억4000여만원, 서울클럽 회원권 7500만원 등이다.

특히 부인의 금융자산은 5억7900여만원에 이른다. 그런데 부인의 금융자산은 지난 98년 김 후보자의 장인에게서 무기명채권으로 증여받은 것이다. 김종률 민주당 의원은 "2003년 7월 김 내정자는 5년 만기 액면가액 5억원짜리 무기명 채권을 현금화해 제2금융권 금융기관에 5억7천만원 예금으로 예치했다"고 말했다.

일반자산이었다면 1억원대의 증여세를 내야 했지만, 부인은 한푼의 증여세도 내지 않았다.

김 후보자의 장인이 딸에게 무기명채권을 증여한 때는 외환위기가 터진 직후였다. 당시 정부는 지하자금 등을 끌어내기 위해 비과세 무기명채권을 한시적으로 발행했다. 이런 정책에 따라 무기명채권의 경우 증여세를 낼 의무가 없었다. 김 후보자도 "당시 IMF 직후라 비과제 상품이어서 상속세 등을 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당시 정부가 발행한 무기명채권은 누가 사고, 누가 파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부유층의 상속·증여 수단으로 적극 활용됐다.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부유층을 위한 특혜조치였던 셈이다. 그런 점에서 김 후보자의 장인이 상속세를 내지 않기 위해 딸에게 거액의 무기명채권을 증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여전하다.

김종률 민주당 의원은 "김 내정자는 '당시 비과세 상품이었으므로 상속세 등을 내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는 면죄부 채권을 증여받았음을 시인한 것"이라며 "현행 증여세법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적어도 2억원이 넘는 거액의 증여세를 탈루했다"고 주장했다.

[이중소득공제] 3년간 300만원 부당공제... 소득세법 위반에 해당

김 후보자는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연말소득공제에서 배우자공제를 신청해 매년 100만원의 세금을 되돌려받았다. 하지만 그의 부인은 배우자공제대상이 아니었다.

배우자공제를 받으려면 연간 실소득이 700만원(과표기준 100만원) 이하여야 한다. 하지만 김 후보자의 부인은 펀드환매수익과 임대소득 등을 포함해 2006년 7300만원, 2007년 5600만원, 2008년 760만원의 소득이 있다고 신고했다. 그의 부인은 2006년 3월 서울 종로구 경운동의 한 오피스텔 상가를 매입한 이후 이곳에서만 연 1200만원의 임대소득을 올렸다. 당연히 배우자 공제를 받을 수 없었다.

이렇게 부인의 소득이 연간 수천만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자는 배우자 공제를 신청해 총 300만원을 부당하게 공제받은 셈이 됐다. 이러한 '이중소득공제'는 소득세법 위반에 해당한다.

김 후보자측은 "연말정산 때 늘 하던 대로 관련자료를 경리계에 제출했다"면서 "실수가 확인되면 조치를 하겠다"고 해명했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참석] 고위공직자 근무시간에 12시간 예심 심사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가 대전고검장 시절인 지난 4월 27일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 관리동에서 열린 '2009 미스코리아 대전·충남 선발대회' 예심 현장에서 지역 인터넷언론인 <디트뉴스24>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가 대전고검장 시절인 지난 4월 27일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 관리동에서 열린 '2009 미스코리아 대전·충남 선발대회' 예심 현장에서 지역 인터넷언론인 <디트뉴스24>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 <디트뉴스24>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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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자는 대전고검장 시절인 지난 4월과 5월 '2009 미스코리아 대전·충남 선발대회'의 예심과 본선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경력이 입방아에 올랐다.

김 후보자는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지난 4월 27일 예심과 5월 8일 본선에 참석했다. 그는 당시 지역 인터넷신문인 <디트뉴스24>와 한 인터뷰에서 "여기 나오신 대전·충남 미스코리아가 서울까지 가서 전체 미스코리아가 돼서 외국에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12시간의 예심이 진행된 4월 27일이 평일이었다는 점이다. 고위공직자가 근무시간에 '성을 상품화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미스코리아 지역대회 심사를 한 셈이다. 

미스코리아대회 심사를 맡은 경력 때문인지 김 후보자는 검찰총장 인선 과정에서 "미스코리아 출신들과 어울려 다닌다"는 음해성 투서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주최 측에서 '위원으로 위촉이 됐다'고 연락이 와 고민 끝에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아 수락했다"며 "당시 위원 중에서 나이가 제일 많아 위원장을 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귀족검사 논란] 승마·요트-서울클럽 회원권-매년 500만원씩 신용카드 공제

김 후보자의 취미가 승마·요트이고, 7500만원짜리 서울클럽 회원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그를 '귀족검사' 혹은 '웰빙검사'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술과 골프를 하지 않는 대신 각종 스포츠를 즐긴다"며 "요트와 승마는 기회가 닿아 저렴한 비용으로 배웠는데 호화 스포츠만 하는 것처럼 비치는 부분이 있다"라고 호화취미생활 의혹을 부인했다. 

"지난해 부산고검장 시절 관내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고위급 검사회의를 열면서 요트협회의 지원을 받아 참석자들을 요트 관광시켰던 것을 계기로 5주간 세일링 요트를 배웠다. 또 올해 대전고검장을 하면서 대전시장의 권유로 시가 운영하는 승마장에서 1만원권 티켓 20장을 끊어 승마를 배웠다."

특히 김 후보자는 국회에 신고한 재산목록에 시가 7500만원짜리 서울클럽 회원권(구입가 6000만원)을 포함시켰다. 10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클럽은 저명인사, 재벌2세 등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최고급 사교·스포츠클럽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김종률 의원은 "재벌 인사나 사회적 저명인사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명실상부한 '귀족검사'로서 자격이 충분하기 때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김 후보자의 '신용카드 씀씀이'도 눈총을 받고 있다. 그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4년 동안 매년 500만원씩 공제받았다. 이는 신용카드 공제액의 최대 한도다. 매년 최소 3200만원 이상씩 써야 최대한도인 500만원씩의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그의 연봉이 7000-8000만원 수준인 점을 헤아릴 때 신용카드 사용액이 상당히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

김 후보자가 제출하지 않은 2004년 이전과 2008년 신용카드 사용액이 공개될 경우 '귀족검사'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야당은 철저하게 검증한다지만 '결정적 흠' 잡을 수 있을까?

검찰총장 내정 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고 불거져 결국 사퇴한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며 직원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검찰총장 내정 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고 불거져 결국 사퇴한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며 직원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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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위장전입에서 호화취미생활, 부당소득공제 등으로 번지자 민주당 등 야당은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회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우윤근 의원은 "김 후보자측이 큰 잘못이 없다는 '백옥론'을 고집하는 건 잘못된 태도"라며 "검찰총장의 도덕성 검증은 다른 국무위원보다 철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은 '스폰서 검사'라는 오명을 받았던 천성관 전 후보자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천성관 후보자 낙마의 파급효과가 워낙 커서 웬만한 의혹이 아니면 낙마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민주당이 미디어법 원천무효 투쟁에 다걸기하고 있어 천성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만큼 '결정적 흠'을 잡아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런 상황 때문인지 한나라당도 "치명적인 하자는 아니다"며 '통과'를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


태그:#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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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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