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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지역의 대표적인 장시(場市)로는 강화 읍내장과 황어장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두 곳은 일제강점기시절 3.1만세운동의 시발지로, 장시가 단순한 상업적 기능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적 기능과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장시는 조선시대 여러 문헌에 나오는데, 상설시장 혹은 5일장을 일컬어 왔습니다.

시장은 단순히 상업-경제적 기능만 하는게 아니다.
 시장은 단순히 상업-경제적 기능만 하는게 아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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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장시는 국사책에도 나와있듯이 서울 종로의 육의전입니다. 지방의 장시는 대부분 5일장인데, 장시는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길목과 중심가에 위치해 왔습니다.

그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장시가 시장으로 변하게 된 것은, 개항 이후 상품경제 발달과 연관이 있습니다. 1914년 조선총독부는 장시에 대한 관리-통제를 위해 '시장 규칙'을 반포하는데, 인천에서 장이 아닌 상설시장이 들어선 것은 이 '시장 규칙' 이후입니다. 개항 초 제물포 풍경 사진을 보면 해안가에 좌상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인천 장시의 특징은 바로 어시장이다.
 인천 장시의 특징은 바로 어시장이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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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순수 민간시장이 나타난 것은 인천의 역사와 사회상과 깊은 연관이 있는데, 광복 직후 귀환한 동포들이 정착하고 한국전쟁 후 월남한 피난민들이 호구지책으로 널빤지를 모아 노점을 차리면서 그 수가 약 500여 개에 달했다 합니다.

또한 노점상들은 이합집산을 거듭해 개천가와 배다리 철교, 창영동 꿀꿀이죽-양고기 골목, 영화학교 철길까지 이어졌고 화평동 철교에서 전동 구름다리와 만석동까지 퍼져나갔다 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한 중앙시장, 답동시장, 송월동시장, 숭의시장, 송림시장 등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시장이란 간판을 단 송림시장
 현대시장이란 간판을 단 송림시장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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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좌판의 소쿠리 가득한 토마토에 사람들이 너도나도 몰려들었다. 정다운 말을 건네는 사람들. 이게 바로 시장이다.
 길거리 좌판의 소쿠리 가득한 토마토에 사람들이 너도나도 몰려들었다. 정다운 말을 건네는 사람들. 이게 바로 시장이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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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인천의 급격한 인구 증가와 도시화에 따른 상권 이전과 시장 규모의 확장 등으로 과거보다 개선된 시설과 점포수의 평준화를 보인 전통재래시장은, 현재 재벌기업의 대자본이 투입된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지역상권-경제 잠식에 힘겹게 맞서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천시와 구가 상거래 질서확립과 도시미관 조성 등의 이유로 벌인 재래시장 개선사업으로, 시장의 역사와 전통과 함께 살아온 노점상들의 일터와 생존이 빼앗겨 왔습니다.

송림시장에 그 많던 노점상들은 속절없이 내쫓겨왔다.
 송림시장에 그 많던 노점상들은 속절없이 내쫓겨왔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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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가 엎드려 단잠을 자고 있다.
 아주머니가 엎드려 단잠을 자고 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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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11월에는 동구 송림동 송림로터리에서 알뜰시장 노점상 철거에 반발해 전노련 소속 노점상들이 집회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알뜰시장 철거작업 도중 노점상 한 분이 용역업체 직원의 둔기에 맞아 중태에 빠지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노점상들의 애환이 깃든 송림시장을 오랜만에 찾았습니다. 달동네로 유명한 송림동 송림로타리 한편에 자리한 송림시장은 현재 현대시장이란 이름을 달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 어머니의 손을 잡고 시장에서 100원짜리 호떡을 사먹었을 때는 다들 송림시장이라 불렀습니다. 그 때는 비좁은 시장 골목에 다닥다닥 좌판이 펼쳐져 있었고, 정말 시장답게 왁자지껄 했고 사람이 워낙 많아 쉽게 앞으로 나가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볼거리 가득한 시장골목
 볼거리 가득한 시장골목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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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던 송림시장은 세월따라 많이 변해 있었고,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시장은 한산했습니다. 기억속의 시장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말끔히 변해버린 송림시장 안에서, 아직 변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동복 가게와 골목을 마주하기도 했습니다.

손님이 없어 잠시 엎드려 단잠에 빠진 노점상의 모습도 애틋하고 정겨웠습니다. 인천과 서민들의 삶과 함께 해온 송림시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전합니다.

생선을 손질하고 있다.
 생선을 손질하고 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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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관 때문에 노점상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미관 때문에 노점상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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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송림시장, #노점상, #인천시, #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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