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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들은 늘 움츠리기 마련일까요? 아무리 안심을 시키고 토닥거리고 웃으며 안아주어도 알지 못할 미래에 대한 불안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으며, 특히 개인의 삶에서 새로운 공동체로 편입되는 대안학교에 입학하는 새내기들의 불안은 더할 것이 분명합니다. 봄은 오고 있지만 아이들의 마음은 여전히 추운 겨울이라면 학부모나 선생님들이나 안쓰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경남 합천 적중면에 있는 대안학교인 원경고등학교는 그런 새내기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 위해 한 주간의 학교 적응 프로그램을 시행하였습니다. 3월 3일 화요일 입학식부터 따뜻하고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소중한 원경인이 된 것을 마음 모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로 펼침막을 걸고 선생님들이 각각 인연이 있는 아이들에게 환영의 글을 쓴 엽서와 장미 한 송이를 건네었습니다.

 

 

오후 2시에 시작된 입학식이 끝나고 학부모들은 새내기들을 두고 모두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남겨진 아이들을 위한 환영회를 저녁 7시에 기숙사 5층 강당에서 열었습니다. 촛불 의식으로부터 환영회는 시작되었습니다.

 

학생회 임원들이 무대로 나와 어설프지만 촛불로 사랑의 하트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새내기들을 한 원으로 만들고 그 원을 감싸는 또 한 겹의 원을 재학생들이 만들어 촛불을 나누었습니다. 부끄럽고 어색한 새내기들에게 어둠은 편안함을 주었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촛불은 마음을 따뜻하고 환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촛불이 두 개의 큰 원을 그렸을 때 선배들이 새내기들에게 주는 글을 낭송하였습니다. 그리고 모두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부르며 촛불 의식을 마감하였습니다.

 

새내기 환영회는 다음날까지 이어졌습니다. 학교 입학하여 첫 밤이라 잠을 설친 새내기들과 선배들을 서로 섞어 11개로 모둠을 꾸리어, 대형 전지에 모둠원을 소개하는 글과 그림으로 꾸미게 하여 발표하도록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재미있는 모둠 이름을 정하고 아이들의 이름과 출신 지역, 그리고 별명 등을 소개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즐거워하며 새로 온 아이들에게 대한 호기심을 드러내었고 아이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특징과 느낌들을 찾아내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오후에는 모둠원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는 과제를 주고 함께 부를 수 있는 동요를 선정하도록 하고 절대 음감 릴레이를 하였습니다. 선배 후배를 가리지 않고 서로 이름을 외워 불러줌으로써 훨씬 더 빠르게 친숙해질 수 있었고, 절대 음감 릴레이는 아이들이 가진 부끄러움과 어색함을 밀어내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전 9시에 시작된 환영회는 저녁 5시 30분에 끝마쳤는데요, 그 긴 시간을 아이들은 별로 지루해하지 않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절대 음감 릴레이를 하며 내뱉은 환호와 탄식, 기대와 실망, 긴장과 이완이 아이들의 마음을 좀더 넉넉하게 만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행동이 편안해졌음을 기운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새내기들이 입학한지 3일째 되는 목요일에는 본격적인 공동체 적응 교육을 시행하였습니다. 먼저 인성부장 선생님의 생활교육 강의를 통해 청소하는 법, 세탁기 돌리는 법, 신발 정리하는 법, 개인 사물함 정리하는 법, 분리수거, 음식 남기지 않기, 금연, 봉사활동, 배려문화, 질서 지키기 등을 동영상으로 생동감 있게 보여주어 학생들의 호응을 받았습니다.

 

이어서 기숙사 방으로 들어가 개인 사물과 생활 물품들을 점검하였고, 실제 청소를 하며 생활교육이 몸에 익어지도록 하였습니다. 오후에는 학창 시절의 꽃인 동아리 활동을 권장하며 16개 동아리에 대한 소개를 하고 동아리 가입과 참여를 독려하였습니다. 동아리 회장과 선생님들이 번갈아 나와 동아리 소개를 하였고, 새내기들은 진지한 눈으로 탐색하였습니다.

 

입학 4일째, 금요일에도 생활교육은 계속되었습니다. 오전에 반장 부반장 등 학급 임원 선출을 하여 반 조직 구성에도 참여하게 하였으며 구성된 조직을 바탕으로 학급별로 '아름다운 공동체 문화 토론회'를 하도록 하였습니다. 새내기들은 자신들이 처음 참여하는 공동체에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 서로 지키고 배려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반별로 토론한 내용을 가지고 학생들은 모두 강당에 모여 전교생이 함께 하는 '아름다운 공동체 문화 대토론회'를 열어 모두가 함께 살아나가야 할 공동체에 대해 숙연한 자세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따뜻한 선배가 되자는 의견이 나와 참 반가웠습니다. 부당하게 대우하지 말고 서로 양보하며, 갈등이 생길 때 서로 많이 이해하자는 말이 나왔을 때는 모두가 큰 박수로 화답하여 훈훈한 공동체의 싹을 볼 수 있었습니다.

 

새내기 적응 프로그램의 끝은 소방교육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안전과 직결된 소방훈련은 주로 대피훈련을 위주로 하여 시행하였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밤에 화재가 난 것으로 가정하고 시행된 이번 소방훈련은 생활교육의 한 정점이기도 하였습니다. 기숙사라고 하는 특수한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난에 대비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죠.

 

 

이제 토요일 클럽활동 편성을 하면 이번 한 주는 끝이 납니다. 아이들은 긴 숨을 몰아쉬며 휴식하겠지요. 일반 학교 같으면 바로 교실 수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생각할 수도 없는 새내기 학교 적응 프로그램은 대안학교 원경고등학교의 중요한 체험학습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새내기들은 훨씬 밝아지고 생동감을 찾아가며 축구도 하고 탁구도 치며 꼬물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새내기들은 선배들과 한 주 동안 몸으로 부딪치고 함께 교육받으며 토론하고 훈련하면서 서로를 많이 알게 되었고 친근감을 느끼게 되었다며 고마워하였습니다.

 

생활교육이 한창일 때에 재작년 졸업생 하나가 홈페이지에 글을 보내왔습니다. 애도 많이 먹였던 그 졸업생은 "그때보다 훨씬 더 건강한 마음을 가지게 된 지금 예전보다는 더 많이 세상을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그때 받았던 정말 너무나 큰 사랑, 어떻게 돌려드려야 할지. 밖에 나와 보니 정말 세상에 이유 없이 큰 사랑을 받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제야 정말 절실하게 알 것 같아요." 하는 글을 남겼습니다. 가슴이 뭉클하여졌죠.

 

그 뭉클한 마음으로 새내기들을 보며 속말을 하였습니다. '그래, 이제 시작이다. 이젠 너희들이 일어나 걸어가라. 학교와 선생님들과 학교 주변에 펼쳐진 적중 들판과 파란 하늘이 다 너희들을 이유 없이 사랑할 것이다.' 아이들 마음에도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태그:#새내기, #환영회, #적응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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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작은 대안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내일을 여는 책), <너를 놓치다>(푸른사상사)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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