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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와대는 바쁘다. 경제도 살려야 하고, 감시와 통제도 해야 한다. 지난 11일 민주당 김유정 의원은 청와대가 경찰청에 용산철거민참사로 악화된 여론을 되돌리기 위해서 연쇄살인범 강아무개씨 사건을 적극 홍보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대정부 질문에서 한승수 총리에 질문했고, 12일 <오마이뉴스>는 청와대에서 경찰청에 보낸 e-메일 내용을 공개했다.

 

12일 <88만원 세대>를 쓴 우석훈 박사(41·연세대 문화인류학 강사)가 정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정부 비판을 자제하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12일은 정부 고위관계자가 누구인지 자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13일 <경향신문>은 한 정부 고위인사가 "청와대 홍보실에서 글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도 했다"면서 "사실상 청와대가 원 소스이고 이를 전달하기 위해 나를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우석훈씨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다.

 

우석훈 박사는 지난 참여정부때도 몇 번 경고를 들었지만 오해를 풀자는 식이었는 데 반해, 이명박 정권은 "'이런 식으로 쓰면 곤란하다'는 식으로 경고 수위가 높았다"고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청와대는 악화된 경찰 여론을 되돌리기 위해 e-메일을 보내고,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쓰는 필진들에게는 그런 글을 쓰지 말라고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보다 항상 입에 달고 사는 '경제살리기'에 전력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4대강 정비사업과 경인운하, 방송법 따위를 들고 있다. 하지만 4대강 살리기와 경인운하는 경제성도 별로 없음이 드러나고 있다. 방송법이 통과되면 일지라 2만개가 새로 생긴다고 했지만 2만개 일자리는 버스 기사와 택시기사까지 포함된 것임이 밝혀졌다.

 

지난 4일 MBC <뉴스데스크>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한 연구원과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다. 그 연구원은 인터뷰에서 "예를 들면 MBC에서 일자리가 더 생기는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경제 전체니까 MBC 앞에 있는 식당이랑, MBC 앞에 왔다 갔다 하는 버스 기사랑, MBC를 자주 들락날락하는 택시 기사랑 그런 고용까지 다 포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인운하와 4대강 정비사업을 이른 바 삽질경제와 방송법은 일자리 창출 목적보다는 재벌방송과 조중동신문 탄생을 위한 것으로 경제 살리기와 관계 없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경인운하와 4대강 정비사업에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환경도 살리고, 경제도 살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라고 홍보했다.

 

문제는 이명박 정권의 이런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학자라면 정부 정책을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석훈 박사도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추진 중인 4대강 정비사업과 경인운하를 비판하는 글을 지난 5일 <한겨레>에 '녹색성장이라는 사기극'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녹색성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우석훈 박사는 이 글에서 "녹색 본래의 의미는 '반핵'인데 이명박 정부는 철저하게 원자력 위에 서 있기로 선택한 것이라서 녹색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기본적으로 반녹색"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는데 <경향신문>는 아마 이 글을 보고 정부 고위관계자가 직접 연락한 것 같다고 우석훈씨를 말을 빌어 보도했다.

 

녹색이라는 이름만 붙였을 뿐 오히려 반녹색이라면 양심을 가진 학자라면 당연히 비판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 고위관계자가 그런 글을 쓰지 말라고 한다면 이는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일이다.

 

<경향신문>은 우석훈 박사가 “내가 글 쓰는 기조가 있고 글은 계속 쓸 것이므로 어찌됐든 앞으로도 충돌은 피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당연한 일이다. 학자적 양심과 철학으로 정부가 펴는 정책에 잘못이 있다면 비판해야 한다.

 

경제살리기에 온 힘을 쏟는 청와대가 할 일은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일에 시간 들이지 말고, 진짜 경제 살리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 감시와 통제 없어도 대한민국 체제는 무너지지 않는다. 우석훈 박사가 체제 전복세력이 아니지 않은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바른 글 쓰겠다고 하는 사람들 더 이상 재갈물리지 말고, 진짜 경제도 살리고, 환경도 살리는 정책을 펴면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를 지지할 것이다.


태그:#우석훈, #청와대, #경제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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