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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3일 설 연휴를 앞두고 정중혁(21) 상병이 월급을 모아 구입한 쌀을 본지 ‘나눔은 희망입니다’에 보도된 어려운 이웃들에게 직접 전달해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 정중혁 상병 지난달 23일 설 연휴를 앞두고 정중혁(21) 상병이 월급을 모아 구입한 쌀을 본지 ‘나눔은 희망입니다’에 보도된 어려운 이웃들에게 직접 전달해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 강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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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설 연휴를 앞두고 신문사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2월 레바논으로 파병을 가게 된 군인인데 본지가 연재하고 있는 기획 ‘나눔은 희망입니다’에 보도된 어려운 이웃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24일 오후, 살을 에는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정중혁 상병(21·송파구 방이동)과 아버지 정종철씨는 쌀을 싣고 강동구 성내2동에 위치한 장애인 그룹홈인 다사랑공동생활가정(시설장 신두이)으로 한 걸음에 달려왔다. 경제 한파로 후원이 뚝 끊겨 하루하루 먹고 살기 힘들어 생활고에 맘고생이 심했던 이웃들은 정중혁 상병의 선행 소식을 전해 듣고 눈물바람을 했다.

조그마한 방에서 옹기종기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한 시간 가량 담소를 나눈 가운데 설을 앞두고 생각치도 못한 선물을 받은 이웃들은 정 상병의 손을 잡고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을 펼치고 있는 동명부대에 파견돼 레바논 지역의 감시 정찰과 검문소 운용, 민사작전 등의 임무를 수행할 예정인 정중혁 상병은 출국 전 뜻 깊은 일을 하고 싶어 매달 7만원 정도의 월급을 꼬박꼬박 모았다.

8년 전 아들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2명의 손주를 어렵게 키우고 있는 강옥자(60)씨는 “고혈압으로 인해 콜레스테롤과 관절염, 식도염 등으로 고생하고 있어 손주 녀석들한테 설빔도 못해줘 가슴 아팠는데 착한 군인 덕분에 설날 아침, 뜨신 밥이라도 실컷 먹일 수 있어 고맙다”며 연신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쳤다.

디스크 후유증으로 다리에 이어 팔까지 서서히 굳어가고 있는 지체장애인 성완경씨(44)도 “초등학생인 두 딸에게 이번 설에는 떡국을 푸짐하게 끓여 줄 수 있어 행복하다”며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월급을 모아 불우이웃을 도운 정 상병의 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도에도 월급을 모아 강동구에 소재한 우성원에 성금을 전달하는가 하면 1000시간이 넘는 봉사로 강동구에서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하고 있다.

이 같은 정중혁 상병의 이웃사랑은 아버지 정종철씨와 어머니 김미자씨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 정 상병의 부모님은 강동구 토박이로 중국집과 카센터를 운영하면서도 자장면 대접하기, 요구르트 서비스 등을 통해 20년 넘게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부모님의 봉사활동 현장에는 늘 정 상병이 함께 해 책상교육 보다 값진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고, 귀로 듣는 ‘순도 99%’의 봉사를 체득해온 셈이다. 그래서 20대 초반 먹고 싶은 것도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고, 여자 친구도 사귀며 한창 혈기왕성할 때지만 초코파이 하나 사먹지 않고 월급을 모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선행을 베풀게 된 것이다.

정중혁 상병은 “군인의 신분으로 이웃들과 나눌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지만 앞으로 군 제대 후 사회인이 되면 더 다양하게 불우이웃을 도와 더불어 사는 삶을 살고 싶다”며 “오늘 어르신들께서 제게 많은 격려의 말씀과 용기를 북돋아 주셔서 감사하고 그 분들의 행복한 미소가 외롭고 힘들지도 모르는 파병생활에 큰 위안이 될 것 같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의 군인으로서 나라를 위해 이바지 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해서 파병을 지원했는데 우수한 인재들 가운데 좋은 기회를 얻게 됐다”며 “두렵기도 하지만 제 생에 있어 가장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품위를 지키고 완벽한 임무수행으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대한민국 군인이 되겠다”고 밝혀 군인으로서의 포부도 다짐했다.

한편 강동구장애인연합회(회장 박근용)는 정중혁 상병의 선행에 감사장을 전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강동송파구 주민의 대변지 서울동부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중혁, #동명부대, #파병, #레바논, #불우이웃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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