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안녕하세요? 나는 5천 살 먹은 '개펄'이랍니다. 지구별에서도 이제 꽤나 나이 먹은 축에 들어가네요. 

 

오래 살다보니 딸린 식구들도 참 많습니다. 갯지렁이 집안 식구들이 100여 가구 되고요. 낙지처럼 흐물흐물한 친구들(사람들이 '연체동물'이란 별난 이름을 붙였습니다)이 200여 가구되고, 황복이나 농어 민물뱀장어 같은 물고기 집안도 200여 가구가 이쪽저쪽에 진을 치고 있답니다. 꽃게같이 딱딱한 갑옷을 입은 친구들도 250여 가구 남짓 되지요. 이런 식솔들을 넘보는 노랑부리백로와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에 알락꼬리마도요새들은 늘 주위를 기웃거리지요.  

 

나는 동식물이 자라는 마당이자, 사람이 더럽혀 놓은 물을 깨끗하게 거르는 일을 하지요. 사람들이 몰려와서 종일 콩콩 뛰며, 휘젓고 놀아도 하루만 지나면 멀쩡하답니다. 사람들과 함께 한 날들이 아득하게 쌓였는데, 이제 사람들은 내가 성에 차지 않나 봐요. 나를 메워 농사도 짓고 공장 터로도 쓴다는군요. 

 

사람들이 마련한 계획대로 된다면 약 25년 정도 지나면 집안 대가 끊길 것 같아요. 가까운 벗들 가운데 천수만이니 군산 장항만, 아산만 같은 이들이 벌써 명을 다했지요. 5천년 동안 이어온 대가 불과 30년이 채 안되어 끊긴다니 조상님들께 죄스럽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개펄, 경제+생태+환경+문화 가치 합치면 3919만원

 

 

영국이란 나라에서 우리 몸값을 한 번 매겨본 모양입니다. 가로 세로 100m씩 금을 그어(1ha) 계산을 해보니 개펄일 때 9900달러, 논으로 쓰면 92달러 정도 값어치가 된다는군요. 

 

개펄이 많은 한국에서도 계산을 해본 모양인데, 경제적 가치에다 생태, 환경, 문화 가치를 두루 합쳐 3919만원 정도 되나 봐요. 낱낱이 뜯어보니 동식물 보존에 1026만원, 동식물에게 살 곳을 제공하는 값 904만원, 물을 깨끗이 거르는 값 444만원(인구 10만 명 도시의 하수처리 능력), 여가를 즐기기에 좋은 곳이라고 174만원 쳐주네요. 아, 재해를 막는데도 공이 크다며 173만원 얹어줍디다. 

 

사람들이 동물 가운데 셈에 가장 밝다고 들었는데, 논으로 쓸 때보다 값이 100배나 더 나가는 우리를 자꾸 값싼 논으로 만드는 걸 보면 그렇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사람과는 5천 년을 도와가며 함께 살아왔는데, 먹을거리 조금 얻자고 매몰차게 파묻어버리니 섭섭하네요. 놀러왔다가 눌러앉은 온갖 새들과 물고기들은 또 무슨 잘못입니까. 사람들 속담처럼 "모진 놈 옆에 있다 벼락 맞은 꼴"인가요?

 

묻기 전에 계산기 한 번만 더 두드려 보세요. "거~참, 이대로 놔두면 남는 장사라니까!"  


태그:#4대강 개발, #개펄, #그래!숲, #환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나무와 숲 그리고 조경일을 배웁니다. 1인가구 외로움 청소업체 '편지'를 준비 중이고요. 한 사람 삶을 기록하는 일과 청소노동을 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