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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9일 밤 9시, 문화예술 진흥분야 공익채널인 예당아트TV를 통해 방송되는 다큐멘터리 '장애문화예술인 낙원을 꿈꾸다'의 주인공은 아주 특별한 장애인 4명이다.

 

뇌병변이란 장애를 갖고 태어난 길별은, 다운증후군인 강민휘, 뇌성마비 1급지체장애인 김호빈, 그리고 4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중견배우 김인문이 그들이다.

 

40년 연기생활로 이미 국민배우 반열에 올라있는 김인문은 지난 2005년 8월 뇌경색으로 쓰러졌었다. 담당의사는 회복하더라도 걷기 힘들 것이라며 더 이상의 연기활동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김인문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이대로 쓰러질 수 없다, 나는 반드시 일어난다'고 강하게 마음을 먹었다. 하루 만보 이상씩 걷는 힘든 재활과정을 이겨낸 그는 지난해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과 연극 <날개 없는 천사들>을 시작으로 다시 연기활동을 시작했고 올해엔 화제가 됐던 한 이동통신사 광고에 피노키오의 제페토 할아버지로 출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몸은 예전 같지 않다. 아직 지팡이 없이는 걸을 수 없고 말투도 어눌하다. 실제로 제페토 할아버지 역할을 할 때에도 정확한 발음이 되질 않아 결국 개그맨 김준호가 목소리 대역을 했다. 그런 그가 장애인 배우 세 명을 직접 지도하고 있다. 김인문이 직접 연기지도를 하고 있는 제자들은 모두 장애인이다.

 

뇌경색이란 절망 딛고 일어선 중견배우 김인문

 

 

영화 <사랑해 말순씨>에서 바보 소년 '광호'역을 맡았던 강민휘. 그는 실제 다운증후군 장애인이다. 연극과 영화 등에서 단역배우로 활동 중인 길별은씨도 지체장애2급 장애인이다. 뇌병변을 가지고 태어나 지금도 걸을 때 휘청거려야하고 발음도 정확치 않다.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인 김호빈은 더 심하다. 전동휠체어가 없이는 외출도 할 수 없고 혼자서 음료수를 마실 수도 없다.

 

김인문이 이런 장애인들에게 연기를 지도하게 된 것은 본인에게 찾아온 장애가 계기가 되었다. 사실 그 전까지 장애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이 몸도 가늘 수 없는 그런 상태가 되고 보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은경 대표의 주선으로 장애인 배우지망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일반인도 아닌 장애인들의 연기를 지도한다니… 게다가 본인도 뇌경색으로 불편해진 몸을 이끌고… 강의가 제대로 이뤄질까?

 

"선생님의 재활 치료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자리를 마련했었죠. 처음엔 사실 저도 걱정을 했죠."

네 사람의 연기 수업시간. 얼핏 들어서는 무슨 대화를 주고받는지도 알 수 없는 어눌하기 짝이 없는 어색한 광경을 한참 지켜보고 있노라면 '하나님은 왜 이 세상 많은 이들 중에 장애인이라는 존재를 만들었을까?'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고 김은경 대표는 말한다.

 

반신반의하며 강의를 시작했던 김인문씨은 시간이 지나면서 장애인 배우들에게서 보석처럼 순수한 열정을 보았다고 한다.

 

"지금은 모두 가능하다고 봐요. 순수하고… 어떤 성한 사람들보다 감수성도 예민하고 더 절실하고 가식 없이 연기해서, 나중에는 장애인 전문 배우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애인 연기자들, 무대 위에 꿈을 올리다

 

 

지난 9월 국립극장 토월극장에서는 '낙원을 꿈꾸다'라는 색다른 댄스뮤지컬 한 편이 공연되었다. 이 공연에는 주인공 역을 맡은 장애인 배우 길별은씨와 지체장애1급인 은평천사원 원생 9명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많은 관객들 중에는 김호빈, 강민휘 그리고 김인문씨도 있었다. 뮤지컬을 관람하던 김인문씨가 연신 눈물을 훔쳐 냈다. 뮤지컬이 끝나고 방송사와의 인터뷰 도중 그는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

 

"얼마나 바라던 일인데… 무대에 섰잖아. 소원을 이룬 거지. 그 모습을 보니까 저절로 눈물이 나. 그냥 눈물이 나와…."

 

그의 발음은 여전히 어눌하고 잘 알아들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제자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지, 연기자로서의 열정이 얼마나 큰지 인터뷰를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은 금방 알 수 있었다.

 

배우 김인문과 세 명의 장애인 제자들의 꿈과 열정을 담은 아주 특별한 이야기. 어려운 경제, 그보다 더 차가운 겨울 한파로 얼어붙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여줄 다큐멘터리 '낙원을 꿈꾸다'는 오는 9일 밤 9시 예당아트 케이블TV를 통해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덧붙이는 글 | 노혁강 기자는 예당아트TV PD로 근무하고 있으며 다큐멘터리 '낙원을 꿈꾸다' 제작에 직접 참여하였습니다. 


태그:#낙원을 꿈꾸다, #김인문, #길별은, #김호빈, #강민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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