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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크고 비쩍 마른 정치인이 있었다. 변호사였다. 상원의원으로 활동한 일리노이주 바깥에서는 알아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어느 날, 중요한 정치집회에 기조연설자로 초청을 받더니 단 한번의 열정적인 연설로 하루아침에 대통령 후보가 되고, 마침내 백악관 주인으로 입성한 사람이 있었다. 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그 주인공은 '에이브러햄 링컨'이었다.

 

그도 키가 크고 말랐으며, 변호사였고, 일리노이주에서만 조금 알아주는 사람으로 주상원의원이었다. 어느 날, 민주당 전당대회에 초청받아서 단 한 번의 열정적인 연설로 전국적인 인물이 되었고, 3년 뒤 대통령 후보로 마침내 오늘,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150여년의 시차에서 상황과 지역은 똑같지만, 주인공이 달랐다. 그는 '검은 링컨'이라 불리는 버락 오바마다.

 

2008년 11월 4일,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날이다. ‘검은 혁명’이 일어난 날이다. 그 '검은 혁명'의 지도자는 버락 오바마, 혁명군은 미국민이다. 혁명의 캐치프레이즈는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변화(We can believe in CHANGE)"였고, 대중들이 외치는 구호는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이었다. 마침내 오바마는 96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에서 12년 만에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이제 한국에서도 자칭 오바마가 여럿이 나올 지도 모르겠다. 뭐라 해도 다 좋고 환영한다. 오바마를 꿈꾸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다만, 새로운 꿈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나는 이미 '한국의 오바마를 기다리며'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사람으로서 '한국의 오바마'가 탄생하길 기대하고 있다. 오늘은 '검은 혁명' 지도자에게서 배워야 할 교훈을 7가지로 정리해 봄으로써 '한국의 오바마' 탄생에 일조할 수 있다면 더없는 기쁨이겠다.

 

① 자신의 언어로, 말로 설득할 수 있는 정치인

 

2004년 7월 27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오바마는 온몸을 받쳐 열정적인 연설을 했다.

 

"이른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 나라를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편 가르고 주사위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붉은 주는 공화당, 푸른색 주는 민주당. 그러나 그들에게 제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푸른색 주의 경이로운 신을 모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붉은색 주에 위치한 우리 도서관을 뒤지는 연방수사관이 싫습니다. 우리는 푸른색 주에서 소년야구리그를 지도합니다.

 

예, 그래요, 우리는 붉은색 주에 우리의 동성애 친구가 있답니다. 이라크전쟁에 반대하는 애국자도 있고, 이라크전쟁을 지지하는 애국자도 있습니다. 우리는 한 국민입니다. 우리는 모두 성조기 앞에서 조국에 대한 충성을 다짐합니다. 우리는 모두 미합중국을 수호하는 것입니다.

 

진보의 미국도, 보수의 미국도 없습니다. 오직 미합중국만이 있을 뿐입니다. 흑인의 미국도, 백인의 미국도, 라틴계 미국도, 아시아계 미국도 없습니다. 오직 미합중국만이 있을 뿐입니다."

 

앞에서 그에게 단 한번의 연설로 대통령이 된 사람이라고 했다. 단 한번의 연설이 바로 이 연설이다. 정말 단 한차례의 연설로 '떠오르는 샛별' '마니아' '신드롬' 등 온갖 수식어를 '오바마'라는 이름 앞뒤에 달았다.

 

속칭 '정치인은 말로 먹고 사는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연설을 잘 해야 한다. 원고 한 장 없이 즉석에서 연설할 수 있어야 한다. 한 편의 잘 짜인 연극을 연출하듯 청중과 함께 웃고 울고 때론 눈물을 흘리고, 수많은 청중들을 쥐락펴락하는 연설 능력을 길러야 한다. 10분을 연설하기 위해 밤샘을 하며 원고를 다듬고, 연습해야 한다.

 

'연설의 기술'도 중요하겠지만, 진짜 중요한 핵심은 연설자의 생각이다. 자기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정리하여 연설의 핵심에 옮기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결여된 사람은 연설은 잘하지만, '영혼'이 없는 연설자가 되어버린다. 내가 알고 있는 정치인 중에서 이런 능력을 가진 정치인은 별로 보지 못했다. 오해의 소지도 있지만, 김대중·노무현·유시민 정도였다.

 

종종 명문장가는 명연설자가 아닌 경우는 있지만, 명연설자는 명문장가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연설문을 작성하는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담대한 희망(Audacity of Hope)>과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Dreams from my father)>이라는 두 권의 책을 썼다. 전후사정을 알아보니 거의 직접 썼다고 한다.

 

오바마의 연설문 모음집인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변화>를 읽어보아도 자신의 가치관과 경험을 생생하게 녹아 넣어서 표현하고 있다. 한국에서 지위가 높은 정치인일수록 자신의 연설문뿐만 아니라 자서전까지 대필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워낙 바쁘다는 점을 이해하지만, 계속 그렇게 하면 언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겠는가? 오늘부터 오바마처럼 청중을 휘어잡으려면, 자신의 머리로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입으로 온몸으로 연설하라!

 

② 새로운 가치·비전·정치를 주창하는 정치인

 

가치를 사전에 찾아보면, 가치는 현실세계에 대한 인간의 실천과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의식적인 관계가 축적된 결과로서 역사적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인간과 대상의 관계를 통해 정착된 가치는 인간의 사고와 태도에 영향을 미치며 동시에 그들의 존재조건·욕구·이해관계 등을 보여주는 개념이 된다. 따라서 가치의 내용은 변화되는 의식구조를 반영하면서 시대적·사회적 여건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2003년 가을, 퓨 리서치센터는 3년 동안 8만명을 면접조사하고 연구한 내용을 발표했다. 미국사람들은 정치·문화·종교적 입장이 크게 다르며, 뚜렷한 양분화와 양극화 현상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남부와 중부의 주들은 기독교 보수 백인들이 거주하는 주로 가장 종교적이고, 사회적으로 보수적이며, 국가안보 문제에서 강경파를 지지하고, 동부와 서부 주들은 비교적 많은 동성애자들과 소수인종 그리고 고등교육 지식인들이 거주하는 주로 덜 종교적이고, 사회적으로 덜 보수적이고, 안보문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온건파에 속했다.

 

이처럼 극심한 양극화가 대통령 선거에서 붉은 주와 푸른 주로 나뉘고, 선거의 전략의 일환으로 자기 지지 세력에게 더 강한 메시지를 전파하여 더욱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었다. 여기에 오바마는 '국민통합'을 외친 것이다. "미국이란 인종, 계층, 그리고 문화적 차이점들이 서로 분열하는 곳이 아닌 함께 섞여 하나의 완전한 공화국을 이루는 곳"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당파성의 정치에서 벗어나 민주당과 공화당이 서로 중복되고 있는 지점에서 대타협의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자신이 법대 로스쿨을 가고 정치를 하고자 할 때, 친구의 충고처럼 타협이 본래 나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의 바탕이 한편에 자리하고 있고, 또 한편에서는 그가 투신했던 시카고 빈민지역에서 활동한 민중운동이 정치활동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사회적 격차 해소를 통한 '국민통합'과 '하나의 미국'이라는 당파성을 뛰어넘는 '국민통합'이라는 2개의 구호는 오바마의 변화를 상징하는 핵심 주장이다.

   

"오늘 밤 우리는 우리나라의 위대함을 확인하기 위해 여기 모였다. 미국은 마천루의 웅장함이나 군사력, 경제 규모 때문에 위대한 것이 아니다. 200년 전 독립선언문에 나온 대단히 간단한 말은 우리가 가진 자긍심의 기초다. 우리들은 다음과 같은 것을 자명한 진리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조물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  

 

우리는 경제의 힘을, 억만장자들이 몇 명이고 포춘지 500대 기업들의 이익이 얼마인지로 평가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이디어를 가진 누군가가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지, 손님에게 받은 팁으로 살아가는 웨이트리스가 일자리 잃을 걱정하지 않고도 아픈 아이를 돌보기 위해 하루 휴가를 낼 수 있는지를 가지고 평가한다. 우리는 노동의 가치와 존엄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경제를 만들려 한다."

 

오바마는 미국의 꿈과 희망을 곧바로 인권선언문과 헌법에 연결했다. 헌법 정신에서 자신의 신념과 가치, 미국의 정신, 미국인의 꿈의 원천을 제시한다. 그의 연설이 '노동의 가치'를 강조하고 비정규직 웨이트리스까지 거론하는 것이 포플리즘적인 미사여구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메인스트리트보다 월스트리트를 우선 했던 시절을 끝내자. 최상위층이 아니라 중산층을 돌보는 재무부 장관을 뽑겠다"는 말로 모든 사람이 정치에 환멸과 냉소를 보낼 때, 희망의 정치를 역설하고 새로운 정치를 주창했다. 지나치게 보수적이면서 땅에 떨어진 워싱턴 정치에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③ 링컨·케네디·킹 목사로 상징모델을 구축한 정치인

 

오바마는 링컨의 땅 일리노이주 의사당 건물 앞에서 노예반대에 관한 유명한 ‘분열의 집’ 이라는 제목의 연설을 한 그 장소에서 대통령 출마를 선언했다. 오래 전 링컨이 외쳤던 화합의 메시지에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얹어서 나라의 변화를 역설했다. 상원의원시절, 의식적으로 링컨의 주장과 이미지를 연결하다가 지역 언론 칼럼에 혼이 나기도 했다.

 

또한 오바마의 후보수락 연설에 전, 앨 고어 전 부통령은 "링컨의 지지자들이 가장 높이 샀던 경험은 대결의 시대에 희망을 불러일으킨 링컨의 강한 역량"이었다면서, "그런 비범한 역사적 전환점에 대한 동일한 경험을 가진 후보를 갖게 됐다"고 오바마를 링컨 대통령에 비유했다. 자신의 지역구가 일치하고 주장의 메시지가 일치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는 '흑인 링컨'이 되었다.

 

오바마는 '흑인 케네디'로 비유되기도 한다. 그의 정치적 이념이 진보주의자 케네디 형제와 거의 같기 때문이다. 특히,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의 진보적 사상과 주장에 깊은 공감을 표하는 연설과 글이 많이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 케네디 막내 동생인 에드워드 케네디는 병원치료 중인 몸을 이끌고 나와서 지지연설을 하였다.

 

오바마는 40년을 기다린 미국 진보주의자 리버럴의 꿈이다. 오바마의 집회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가 40년 전, 로버트 케네디가 스페인어로 외쳤던 "시, 세 푸에데(Si, se puede)"라는 점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버락 오바마는 마틴 루터 킹 목사를 곧바로 떠올리게 한다. 그에게 인종적 일치도 있지만, 그의 비전도 '꿈(Dream)'이다.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고 워싱턴 메모리얼 광장에서 외친 마틴 루터 킹 목사처럼, 오바마의 모든 연설은 '꿈과 변화(Dream and Change)'다.

 

그가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을 한 날 8월 28일이 킹 목사 연설 45주년이었다. 오바마에게 '인종문제'는 본인의 정체성 문제이면서, 미국의 꿈에 관련된 본질적 문제다. 킹 목사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이 오바마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미지를 통합해 냈다. 그는 온몸으로 아메리카 꿈(Dream)을 노래했다.

 

"저는 케냐 출신 흑인 남성과 캔자스 출신 백인 여성의 아들입니다. 저는 2차 세계대전에서 패튼 장군의 부대에 복무하여 대공황을 헤쳐 나온 백인 할아버지와, 그가 해외에 있을 때 포트 요새의 폭격기 조립공정에서 일하신 백인 할머니의 도움으로 자랐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최고인 학교들 중 몇 곳에 다녔고, 세계 최빈국들 중 하나에서 살았습니다. 저는 흑인여성(미셸 오바마)과 결혼했는데, 그녀는 노예들과 노예 소유주들의 피를 갖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소중한 두 딸들에게 우리가 넘기는 유산입니다.

 

저는 세 개의 대륙에 흩어져있는 모든 인종과 모든 색조(피부색)의 형제·자매·조카딸·조카·아저씨와 사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살아있는 한, 지구상의 어떤 다른 나라에서도 제 이야기가 가능하지조차 않을 것이란 점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 배경은 저를 가장 전형적인 후보로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유전적 구성에 이 나라가 부분의 합 이상이며, 여럿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진정 하나라는 관념을 새겨 넣은 것이 바로 그 배경입니다."

 

④ 완벽하게 설득하는 능력과 해결의 솔루션을 가진 정치인

 

그가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 전에 일리노이주에서 주목을 받는 일이 있었다. 2002년 10월 26일 시카고 페데럴 플라자 연설로 이라크 전쟁 반대집회에서, '어리석은 전쟁을 반대한다'라는 제목으로 연설하였다. 당시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시절이었는데, 그 연설로 미국 상원의원으로는 유일한 이라크 전쟁을 처음부터 반대한 사람이 되었다.

 

그는 이 연설에서 "저는 모든 전쟁을 반대하지 않습니다"라는 후렴구를 사용하여 전쟁은 정치술수에 근거해서는 안 되고, 정당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점, 전쟁의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면서 "우리가 기꺼이 가담할 전투는 무지와 편협, 부패와 탐욕, 빈곤과 절망과의 싸움이다"고 선언했다. 아주 짧은 연설이었지만, 충분한 논거를 설명하고, 정치적 공격자의 관점에서 논리적 구성을 치밀하게 전개하여 본의 뜻을 일관된 주장하는 연설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차원이 다른 대안을 제시하였다. 이것이 오바마의 설득력이다.

 

그는 재향군인회가 초청한 연설에서 재향군인을 보살피는 일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제대군인원호법'이 교육과 기회를 바탕으로 미국의 꿈을 성취하도록 만들어 주었다고 했다. 그에게 아버지나 다름없는 할아버지와 그의 가족이 오늘날 여기에 있는 근거라고 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재향군인회는 보수적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제대군인에 대한 보호는 '애국적 의무'와 '가장 근본적 차원의 도덕적 의무'라고 역설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다.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연설에서도 균형 잡힌 관점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 나간다.

 

오바마의 특기 중에 하나는 다수당의 일원이거나 소수당의 일원이거나 상관없이 일을 성취할 수 있었다는 열린 자세와 노력이다. 그는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시절이나 연방 상원의원 초반은 공화당이 다수당을 이루는 시절이었는데, 공화당 의원들과 협력하여 지지했던 법안들은 국경보안 강화와 이민법 개정, 재래식 무기 감축 등에 관한 것이었다. 그 때는 존 매케인, 알렌 스펙터, 리커드 루가, 탐 코번 등 공화당 의원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당파적 이익을 넘어 초당적 협력을 호소하는 그의 주장이 이상주의적인 생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충분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선거는 경제문제가 최대 안건이 되었다. 미국경제가 심각한 수준의 침체국면으로 들어가면서 그동안 부시대통령의 정책들과 대립해 오던 오바마의 정책들이 부각되고 있다. 레이건 대통령 이후 공세적 이념이 된 '감세'가 기가 꺾어지고, 클린턴이 도입하려고 했다가 실패한 '전국민의료보험'도 현실화되고 있다. 오바마의 주장이 대안을 넘어서고 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기지 저당을 갚아낼 수 있는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느냐를 통해 진보를 이루려고 합니다. 또 여러분이 작은 여유 자금을 모아서 여러분의 자녀가 언젠가 학위를 받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통해 진보를 이루려 합니다. 우리는 또 23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서 진보를 이루려고 합니다. 평범한 미국인 가정이 2000달러 소득이 감소했던 부시 행정부가 아닌 7500달러 소득이 늘어났던 얻었던 클린턴 행정부 때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기본적인 경제의 힘은 우리가 이 나라를 위대하게 만들어온 원칙적인 약속입니다. 바로 그 약속이 제가 오늘 밤 이 자리에 서 있는 이유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지켜내야 할 약속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지금 필요로 하는 변화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제가 대통령이 되어서 그 변화들을 펼쳐나갈 수 있게 지지해 주십시오."

 

⑤ 결정적 순간, 정면승부를 할 줄 아는 정치인

 

버락 오바마는 2001년 가을에 정치컨설턴트를 만났다. 그는 옆에 있는 신문의 1면 톱기사를 가리키면서 "참 고약하게 되었네요"고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면서 정치인으로 가망성이 없다고 판결해 버린다. 그 기사는 '9·11테러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큼직한 활자로 인쇄되어 있었다.

 

그 때 오바마는 2000년 민주당내에서 연방하원의원 경선에 나섰다가 낙선한 후였다. 낙심천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의 한계를 인식하자 더 큰 도전에 나섰다. 연방 상원의원선거에 출마 선언한 것이다. 그의 자서전에서는 아내에게 이번에 낙선하면 정치를 그만하기로 약속하고 도전했다고 쓰여 있지만, 정면 승부를 할 줄 아는 사람으로서 정치적 판단이었다고 믿는다.

 

오바마의 담임목사인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의 "갓뎀 아메리카" 설교 파문이 확산되자 정면승부를 건 것이다. 그는 펜실베이니아 주의 필라델피아 시에 있는 헌법기념관 단상에서 40여분 간 특별연설을 통해 인종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상세히 밝혔다. 그는 라이트 목사의 문제 발언들에 대해 "진정으로 통합이 필요할 때 분열을 일으킨 발언이었으며 명확하게 반대한다"고 전제하고, 인종문제를 둘러싼 여러 쟁점들을 모두 거론했다.

 

그는 "라이트 목사의 발언은 수세대에 걸쳐 미국 사회가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인종문제의 복잡성을 드러낸 것으로 인종문제도 우리가 완전하게 만들어 나가야 할 이 나라의 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인종문제는 흑인과 백인 양진영에서 강경론과 온건론으로 각각 발전할 수 있는 인화성이 강한 쟁점이었다. 오바마 본인의 출생과 성장과정에서 느꼈던 문제점을 포함하여, 미국의 역사에서 각자의 상처와 좌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현실을 직사하면서도 희망을 창조하자고 호소했다. 정치 영역에서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정면에서 토론하지 못했던 '인종문제'를 가장 진지하고 깊이 있게 접근한 연설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⑥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를 실행한 정치인

 

오바마의 선거 공약은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쪽에서 보면, ‘큰 정부’로 상징되는 중산층 세금은 감세하지만 연소득 25만불 이상 고소득 최상층에게 세금을 인상하겠다는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교육과 의료 등의 복지비 지출을 확대하는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에서 추진한 감세와 추가 규제완화, 사회안전망 축소라는 보수혁명을 밀어붙인 결과, 미국의 경제침체로 완전히 역전되고 있다. 오바마는 자신의 저서에서 1930년대의 '뉴딜정책'으로 양당간에 닭싸움을 하기 싫다고 했지만, 이제 오바마와 민주당의 주요정책은 루즈벨트의 정책에 한층 가까워져 있다.

 

이번 대선으로 약 30여 년간 진행된 '감세와 증세 논쟁'이 종결되었다. 공화당 쪽에서는 끊임없이 선거쟁점으로 제기해 보았지만, 오바마의 경제 솔루션을 더 지지하는 결과가 나왔다. 클린턴이 1994년 시도했지만 정치적으로 참담하게 실패한 '건강보험 개혁안'이 이제 '전국민의료보험 추진'으로 공약화 되는 등 적극적 사회복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오바마는 글로벌 경쟁에서 미국의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교육, 과학기술, 에너지 자립화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외친다. 구체적으로 교육과 관련한 정책을 살펴보면, 오바마는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 재원을 연방정부 기준에 못 미치는 학교나 대안학교 등에 전략적으로 투자하자는 입장이다. 오바마는 매케인의 학교 간 경쟁보다 교사의 자질 개발을 위한 능력급제를 지지하고 있다.

 

그는 오하이오 주 데이톤에서 한 연설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훌륭한 교사로부터 배운다는 확신을 줄 필요가 있다"면서 "성과가 좋지 않은 교사들은 추가 지원을 받고, 그런데도 개선이 되지 않으면 교체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전교조가 깊이 새겨봤으면 하는 정책이다.

 

또한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한 교토 의정서의 조속한 비준과 더불어 에탄올 등의 대체에너지 개발을 촉진하겠다고 하면서 동시에 석유에 얽매이지 않는 에너지 정책이 대외 평화를 가져온다고 했다. 단순한 환경론자로서 '신에너지 시대'를 여는 의미를 넘어서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의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획기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핵무기와 핵물질의 확산 방지를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 및 핵심 관계국의 정상들이 참여하는 회의 개최를 추진키로 함으로써 핵 문제에 있어서 양자 및 다자 대화를 병행해 나가겠다고 했다. 

 

"21세기의 위협, 테러와 핵 위협, 가난과 인종학살, 기후 변화와 질병 등을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국가간 협력체계를 만들겠습니다. 저는 또 우리의 도덕적 위상을 재부각하겠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한 번 더 자유를 찾는 모든 사람들, 평화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의 최후의 보루이자 최고의 희망이 될 수 있게 하겠습니다."

 

⑦ 가족을 사랑하는 팔불출 정치인

 

우리나라 정치인의 자서전에서 가족 이야기는 양념이다. 특히 진솔하게 밝히는 아내 이야기는 거의 없다. 오바마는 그런 점에서 그의 자서전과 책자(특히 담대한 희망에서는 하나의 주제로 설정했다.)에서 가족의 문제를 충분하게 다루고 있다. 그는 가족 이야기를 통해 미국의 꿈을 설명했고, 가족간의 사랑에 자신의 오늘날의 모습을 부여했다. 아버지 역할을 하신 외할아버지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하루 전날 돌아가신 할머니 이야기까지 정말 극적인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기어이 오바마의 눈물까지 선거에 보태졌다.

 

그는 "담대한 희망"에서 전통적으로 가족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공화당의 이념적 위치를 빼앗아 왔다. 그는 오늘날 진보와 보수가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여러 쟁점들, 그 중에 결혼과 이혼, 임신과 낙태, 가사와 육아 문제를 포함해서 맞벌이 현대인 남성의 고민을 진솔하게 털어 놓았다.

 

"제 인생 최대의 축복은 바로 제 가족입니다. 너무나 훌륭한 아내를 만났고 우리는 사랑스런 두 딸이라는 축복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교회활동에도 열심히 임하고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은 저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며,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 시간에 제가 하는 대부분의 일이기도 하죠."

 

오바마는 아내인 미셸을 '나의 바위'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의 아내는 웬만한 정치인보다도 더 연설을 잘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경선 초기에 조율되지 않은 발언 때문에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그런 아내와 8살 사샤와 5살 말리아라는 딸을 가졌기에 오바마는 자랑스럽게 가족을 소개했을 것이다. 한국의 정치인도 이제 팔불출이 되었으면 좋겠다. 매일 심각하게 이성적으로 회의하고 정리하는 기계가 되지 말고, 감성으로 함께 느끼는 살아있는 동물, 공감하는 정치인이 되길 빈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좋은정치포럼(www.goodpol.net)에 같이 실렸습니다. 


태그:#오바마, #대통령 선거, #진보주의, #꿈,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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