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립공원관리공단 화북분소 주차장에서 본 속리산의 모습입니다. 이곳마저도 '쓰레기투기 집중단속'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화북분소 주차장에서 본 속리산의 모습입니다. 이곳마저도 '쓰레기투기 집중단속'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 김학현

관련사진보기


그리 가까운 곳도 아닌데 글쎄 연속 두 번씩이나 속리산에 갔다 왔네요. 가을이 한창 물들고 있기에, 날씨 또한 산에 오르기에 안성맞춤이기에, 요새 산행을 자주하게 되네요. 산이 날보고 자꾸 오라고 부르니 어떡해요. 그래요. 집에 있자니 좀이 쑤셔 하는 수 없이 지난 13일도 산에 오르고 말았습니다.

가끔은 산에 가서 다른 걸 본답니다. 제가 삐딱해서인지도 모를 일이죠. 남이 안 보는 걸 보는 것도 꽤 재미있습니다. 이번 문장대 산행은 정말 그런 것이었습니다. 물론 좋은 경치도 봤습니다. 문장대에서 내려다 본 속리산은 꽃밭인지 단풍 밭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랍니다. 근데 제 눈에는 딴 것도 보이더라고요.

주차비 5000원, "비싼 거 아닙니다"

속리산국립공원 화북분소 쪽 안내도입니다.
 속리산국립공원 화북분소 쪽 안내도입니다.
ⓒ 김학현

관련사진보기


대부분 속리산에 오를 때는 보은 법주사 쪽으로 오르죠. 저도 그렇게 오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색다른 코스를 택했습니다.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 화북분소가 있는 상주 쪽에서 오르기로요.

이곳에서 문장대까지는 3.3km밖에 안 됩니다. 다른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짧다는 것 외에. 짧으니 가파를 것이란 점도 감안하고요. 국립공원 입장료가 없다는 것은 다 아시죠? 근데 차를 몰고 화북분소 쪽으로 가는데 중간에 무슨 매표소가 있더라고요.

보무도 당당하게 한 아저씨께서 차를 세우세요. 섰죠. 표를 끊으라는 거예요. "무슨 표요?" 했더니 입장표를 끊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또 이렇게 말했죠.

"국립공원입장료는 없잖아요?"
"예, 국립공원입장료는 없습니다. 하지만 주차는 하셔야지요?"

조금은 비아냥조여서 기분이 좀 그렇더군요. 물론 비아냥조라는 것은 저 혼자만의 생각일 수 있습니다. 주차비가 5000원이라는 거예요. 주차비가 좀 비싼 것 같다고 했더니, 그 아저씨가 지지 않겠다는 듯 말씀하시데요.

"이게 주차비만이겠습니까? 관리를 해야 하니까 그렇죠. 비싼 거 아닙니다."

주차비를 주고 노란 주차영수증 하나 달랑 받았습니다. 문화재관람료 영수증에는 사찰 사진이라도 있고, 예전의 국립공원입장료 영수증에는 산 그림이라도 있었습니다. 관리원의 말대로라면 국립공원입장료 없앤 이유가 뭘까요? 주차료를 올리고 문화재관람료를 대폭 인상할 거면 그냥 국립공원입장료 때가 훨씬 쌌습니다. 다행인 건 이쪽은 문화재관람료는 없더라고요.

'1차 20, 2차 40, 3차 60만원'

문장대 바로 아래 걸린 현수막입니다. 단연 돋보이는 현수막입니다.
 문장대 바로 아래 걸린 현수막입니다. 단연 돋보이는 현수막입니다.
ⓒ 김학현

관련사진보기


보은 쪽으로는 상가단지에 주차공간이 많기에 평일에는 굳이 공원주차장에 주차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상주 화북 쪽은 상가도 잘 발달해 있지 않지만 거리가 좀 되더라고요. 하는 수 없이 주차장에 주차하고 산에 올랐습니다.

얼마나 단풍이 아름다운지. 한참 취해 오르는데 '흡연금지, 위반하면 과태료 부과'라는 현수막이 자연과 어울리지 않게 걸려 있더라고요. 그전에 이미 등산길 옆에, '주차금지, 위반하면 10만원의 과태료부과'라는 안내문이 있는 걸 보고 오른 터라 기분이 좀 그렇더라고요.

모든 문구들을 정확하게 외우지는 못하지만 여러 가지였습니다. '이곳은 자연송이 입찰지역입니다. 채취금지, 고발당할 수 있습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취사금지, 야영금지, 어길 때에는 취사 30만원, 야영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과태료 최저 5만원, 최고 100만원', '임산물 채취금지' 등.

온 산이 '과태료부과', '하지마라' 천국이었습니다. 가장 많은 현수막이며 가장 희한한 현수막은 단연 '흡연금지' 현수막이었습니다. '흡연금지' 현수막 중에 가장 높은 곳(문장대 바로 밑)에 걸린 현수막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화북분소에서 문장대로 오르는 중간 지점에 걸린 '흡연금지' 현수막입니다.
 화북분소에서 문장대로 오르는 중간 지점에 걸린 '흡연금지' 현수막입니다.
ⓒ 김학현

관련사진보기


'흡연금지, 위반 시 과태료부과, 1차 20, 2차 40, 3차 60만원'. 참 재미있지 않아요? 단연 돋보이는 현수막이었습니다. 지나던 등산객이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어떻게 첫 번째인지 세 번째인 안데?" 제가 들리지 않는 속말로 대답했습니다. "컴퓨터에 입력 하나 보지요."

그렇게 '하지마라', '과태료 어쩌구'라고 써다 건 사람은 마음이 편했겠습니까.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런 짓을 저지르기에 그랬겠습니까. 그런 걸 십분 감안해도 국립공원 안에 이런 캠페인 문구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으니. 그냥 저만의 생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오른 보은 쪽에선 이런 현수막을 본 적이 없습니다. 다른 데 정신을 팔고 오르내려서 그런지 모르지만. 그런데 쓰레기는 상주 쪽이 더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산은 같은데 관리가 특별해서 그런 건가요? 똑 같은 국립공원인 속리산이 보은 쪽과 상주 쪽이 많이 달랐습니다.

덧붙이는 글 | * 참고로, 국립공원속리산 주차비는 소형이 5000원입니다. 법주사 쪽 문화재관람료는 일반인이 3000원입니다. 국립공원입장료 받을 때는 공원입장료 1600원, 문화재관람료 2200원이었습니다.



태그:#속리산화북분소, #속리산국립공원, #상주시, #흡연금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