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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 다녀온 후로 짧든 길든 여행에는 늘 아이들이 동행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아무리 멋진 드라이브길이라 해도 차 뒷좌석에서 짜증내기 일쑤였고, 좋은 추억이 되리라 여긴 곳에 가서도 금방 싫증을 내곤 했다. 오히려 지나가다 우연히 들른 놀이터와 흙 장난, 모래 놀이를 훨씬 더 좋아했다.

 

그러니 여행지를 정하는 것에서부터 숙소, 음식, 놀이까지 아이들 중심이 될 수밖에. 언젠가는 엄마 아빠 따라다니기 싫다고 할 때가 올 거니까, 하면서 넘겨야 했다.

 

그런데 드디어 때가 왔다. 강원도 인제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왔는데 마침 큰 아이가 학교 수련회를 가는 기간이었다. 작은 아이는 멀리 이모네 가 있고.

 

여름 내내 휴가 일정을 잡지 못한 남편과 반짝 여행을 하기로 했다. 강의 하루 전에 떠나 여행을 하고, 하룻 밤 잔 후 강의를 하고, 다시 또 여행을 하는 거다. 일도 하고 여행도 하는 일석이조의 기회가 될 것 같았다.

 

지난 수요일(8월 27일) 아침, 짐 꾸려서 아이 수련회 보내고 드디어 출발. 행선지는 강릉. 아무리 길이 막혀도 어른들끼리니 참을 만했다. 점심 메뉴 역시 아이들의 식성과는 상관 없이 고르니 세상 없이 편했다.

 

 

 

강릉 '해운정' 근처에서 원하던 대로 순두부로 점심을 먹고, 매월당 김시습 기념관 - 선교장 - 오죽헌을 들렀다가 정동진역으로.

 

드라마 <모래시계> 보던 때 이야기도 하며 '고현정 소나무' 앞에도 서보고, 이어서 멋진 해안도로인 헌화로를 달렸다. 이렇게 바다가 가까이 보이고 파도가 길을 넘나드는 곳이 있다니… 감탄, 또 감탄이다.

 

 

 

올 여름 바닷물에 발 한 번 담그지 못한 한(?)을 풀어야지. 차에서 내려 바닷가로 간다. 바닷물에 손도 담그고, 발도 담그고, 밀려오는 파도를 피해 도망도 치고….

 

 

그런데 영 재미가 없다. 아이들 없이 바닷가에서 놀아보기는 처음이니까 그럴 수밖에.

 

비가 오락가락하는 속에서 속초로 이동. 대포항에서 늦은 저녁을 먹는다. 역시 아이들 식성을 따지지 않으니 선택의 폭이 넓다.

 

그리고는 하룻밤 묵을 숙소를 향해 밤길을 달린다. 아이들이 뒷자리에 있었더라면 잠자리에 들 시간 고려해서 서둘러 움직였겠지만 어른 두 사람이니 여유만만이다.

 

별 말이 없던 남편도 같은 마음이었나보다. 한 마디 보탠다.

 

"아이들 없으니 정말 한갓지다. 좀 심심하긴 하지만!"


태그:#여행, #부부, #강릉, #해운정, #헌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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