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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정토회 JTS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 매주 굶어죽어가는 북한동포를 살리자는 거리모금과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20일 일요일날은 비가 오는 관계로 인사동에서 하지 않고, 잠실역 롯데월드와 백화점 들어가는 곳에서 했습니다.

 

전날 밤에 잘때까지만 해도, 다음날 아침밥을 차릴 때까지만 해도, 당연히 거리모금을 나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식구들 점심을 챙겨주고 나니 가기가 싫습니다. 비도 오고, 일주일에 단 하루 쉬는 일요일인데 싶고, 어짜피 안할 청소면서도 왠지 집안일을 해야할 것도 같고, 무수히 많은 장애가 저를 집에 있으라고 붙잡습니다.

 

그냥 나왔습니다. 그날 거리모금에는 여덟분만 오셨습니다. 먼저 도착한 분들과 롯데월드쪽 경비아저씨가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는데 심상찮습니다. 백화점 측에 먼저 공문을 보내 신청을 하지 않았기에 사람들에게 서명을 받을 수 없다는 겁니다. 저희는 부스를 설치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전단지와 서명만 받겠다 했지만 절대 안 된답니다. 저희가 충분히 북한동포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설명을 하고 나서야 조용히 하라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굶주리는 북한동포를 살려주세요", "북한동포의 대량아사 방지를 위해 정부는 최소 20만톤의 식량을 인도적 차원에서 긴급히 지원해야 합니다. 정부예산 1%를 북한 경제개발에 사용해야 합니다", "만원이면 북한동포 한 가정을 한달간 살릴 수 있습니다" 라는 서명용지를 들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다가갑니다.

 

어르신들과 40대 50대 분들은 안해주십니다. 가뜩이나 금강산 피격 사건으로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민감해져 있었습니다. 또 젊은 연인들은 연인들 대로 바쁩니다. 반면에 학생들은 대체로 잘해줍니다. 처음에는 분별심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거절당해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그들은 내 가족도 아니고, 내 뜻대로 되어야 하는 사람들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떤 젊은 여성이 제가 첫마디를 꺼내자 마자 손을 탁 들어 그만두라는 신호를 보내고 쌀쌀맞게 가버리는데 순간 제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갑자기 수치심이 확 올라오면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내가 내 이익을 위해 나온 것도 아니고, 편히 쉬고 싶은 주말에 나와서 사람들에게 거지취급을 받았다는 생각에 눈물이 확 쏟아지는 겁니다. 그래서 가만히 허공을 쳐다보고 심호흡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울 수는 없지 않습니까.

 

마음이 진정됐을 때 사람들에게 다시 다가갔습니다. 제가 북한 돕기 거리모금을 하면서 한번 운 경험이 있는데 그때는 사람들이 거절해서가 아니라 하루에도 4~5천명씩 굶어죽어가는 북한동포를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파서였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북한동포에 대한 연민 때문이 아니라 거절당하는 제 자신이 너무 불쌍해서 울었습니다.

 

'거절당하고 싶지 않구나. 거절당했을 때 내가 이렇게 자존심을 상해하는구나. 사실 상대 입장에서는 거절할 수도 있는 일인데... 나도 거절해본 경험이 있으면서 왜 힘들까. 아. 어떤 사람의 거절은 괜찮은데 어떤 사람의 거절방식에는 내가 화가 나는구나. 차라리 "돕기 싫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괜찮은데 사람을 무시하듯 손으로 내치는 행동에는 상처를 받는구나...'

 

모금활동을 같이 한 어떤 분은 거절당하는 것은 괜찮은데 상대가 화낼까봐 두려움이 생겼다고 합니다. 저는 차라리 화내고 소리지르는 것은 두렵지 않은데 냉냉한 사람한테 두려움이 생깁니다.

 

북한동포 돕기를 하면서 저는 평상시 보지 못했던 저 자신을 많이 들여다 봅니다. 가진것이 많으면서도 남보다 가진 것이 없다 생각했던 나였음을, 내게 닥친 시련만 눈덩이처럼 크다고 여겼던 나였음을, 나의 눈에 대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끌만 보는 나였음을... 북한동포는 제게 많은 것을 알게 해줬습니다. 150원이 없어 한끼 식사를 하지 못하는 북한동포에 비해 내가 얼마나 많은걸 가진 부자인지,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북한사람은 다 죽어도 된다고 말하는 어느 아저씨의 음성이 아직도 귀에 남습니다. 생명은 다 같은 생명입니다. 어떤 생명은 죽어도 되고, 어떤 생명만 살아야 하는 건 없습니다. 생명은 어떤 생명이든 존중받아야 합니다. 북한에 굶어죽는 어린이도 자기 부모에게는 애간장 녹이는 소중한 자식입니다. 목숨을 걸고 지켜주고 싶은 자식입니다. 내 자식이 그렇게 굶어 죽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요.

덧붙이는 글 | 1. 북한동포들을 살리기 위한 식량지원에 많은 후원을 바랍니다. 

    국제구호단체인 JTS를 통해 1만톤의 식량을 민간차원에서 먼저 보내기 위해 모금을 하고 있습니다.   
    www.jts.or.kr  
    <식량 보내기 후원하기> 국민은행 484201-01-134875 (예금주 : (사)JTS)   
    <문의전화> 02-587-8992

 

2. 북한의 식량난 소식은 이곳에 들어가면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www.goodfriends.or.kr/foodcrisis   
    <소식지 발행 후원하기> 국민은행 086-25-0021-251 (예금주 : (사)좋은벗들) 

 

3. 인도적 긴급식량지원을 위한 100만인 서명을 꼭 부탁드립니다!
    <100만인 서명하러가기> www.jungto.org/activity/activity8.html


태그:#북한어린이, #만원, #거절, #거리모금,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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