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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 않은 산길을 따라 가면서, 산림욕도 하고, 물놀이도 즐기고, 자연공부도 할 수 있는 내장산 국립공원내에 있는 계곡
▲ 남창계곡 힘들지 않은 산길을 따라 가면서, 산림욕도 하고, 물놀이도 즐기고, 자연공부도 할 수 있는 내장산 국립공원내에 있는 계곡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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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에게 길을 묻다

7월 13일. 도시는 아침부터 늘어진다. 시원한 계곡산행을 하고자 장성 입암산으로 향했다. 애들에게는 힘들지 않은 산이며, 계곡에서 시원한 물놀이를 할 수 있다고 유혹을 했다. 흥겨움으로 달리던 호남고속도로. 갑자기 세찬 빗줄기를 맞는다. 빗줄기는 와이퍼가 힘들어할 정도로 차창을 세차게 때린다.

"계속 가야 돼?"
"소나기 같기는 한데."
"그럼 131로 물어봐."

아내는 운전을 하면서 헛걸음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역번호 누르고 131눌렀다. ARS. 답답하지만 차분하게 오늘 목적지인 장성 지역 기상예보를 듣는다. 전화기에서는 오늘 강우량 9미리라는 기분 좋은 안내를 듣는다. 이미 내린 비로 9미리는 넘었겠다.

"가도 돼. 비 안 온대."

내장산국립공원 안에 있는 남창계곡

커다란 삼나무가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 입암산 들어서는 길 커다란 삼나무가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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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사 나들목으로 나와 국도 1호선을 따라간다. 몇 년 전 백양사 단풍구경 왔다가 기차를 기다리던 백양사역과 버스터미널 풍경이 그대로다. 얼마 못가 남창계곡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보인다. 한적한 길을 조금 들어가니 매표소가 보인다. 매표소는 문이 닫혀 있으나, 여기부터 국립공원임을 알려주고 있다.

남창계곡은 내장산국립공원 안에 있다. 내장산국립공원은 정읍 내장산과 장성 백암산, 입암산을 포함한다. 그래서 한때 국립공원 이름을 놓고 다툰 적이 있다. 국립공원 이름을 내장산·백암산국립공원으로 바꾸자고 한 것이다. 하지만 반대하는 쪽도 만만치 않았는지 아직도 내장산국립공원이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길은 푸른 산빛을 받아 싱그러운 느낌이다. 서둘러온 피서객들이 계곡을 오르내리며 미리 온 더위를 즐기고 있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해는 중천에 떠서 내려보고 있다. 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 풍경은 단출한 가게가 몇 군데 있고, 군데군데 펜션을 짓는다고 공사를 벌여 놓았다.

오늘 산행에 꼬마조카 도희(3)도 동행을 했다. 계곡에 간다니까 데려가라 해서 함께 왔다. 힘들지 않은 산이라지만 산행을 생각하니 난감하다. 처음 계획은 산성골로 들어서서, 남문과 북문을 거쳐 갓바위를 올라갔다가 은선골로 내려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도희와 함께 가려면 힘들겠지. 가는데 까지 갔다가 돌아와야 할 것 같다.

시원한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올라가는 산길

산으로 들어서자 계곡 옆으로 커다란 삼나무가 늘씬하게 하늘을 보고 있다. 계곡에는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산길은 넓다. 이 길은 장성새재로 옛날에 장을 보러가거나, 한양을 가기 위해 정읍으로 넘어갈 때 지름길로 이용하던 길이라고 한다.

새재 갈림길에서 입암산쪽으로 계곡을 따라 간다. 시원한 물소리. 조금 전 소나기로 숲은 물기를 잔뜩 머금었다. 모기도 극성이다. 재형이(초6)는 다리를 집중공격하고 있는 모기에 짜증을 부린다.

계곡을 건너 다리를 만나고 이어진 길은 온갖 나무들의 전시장이다. 숲길은 안개를 담기도 하고, 나뭇잎 사이로 햇살을 들이기도 한다. 도희는 아내와 재형이의 손을 잡고 장난을 하면서 걷는다. 그림책으로만 보던 다람쥐를 보고서 무척 신기해하기도 하고, 나비를 보면서 해맑게 웃는다.

계곡에는 안개가 피어나고 있다.
▲ 산길 옆으로 흐르는 계곡 계곡에는 안개가 피어나고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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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과 장난을 하면서 여유롭게 갈 수 있는 길
▲ 즐거운 산행길 애들과 장난을 하면서 여유롭게 갈 수 있는 길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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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삼나무 숲

시원한 계곡은 애들이 자꾸만 멈추게 한다. 물만 만나면 들어갔다가 나온다. 신발은 젖었지만 마냥 신나기만 한다. 재형이는 또 투덜거린다. 신발이 다 젖었는데 어떻게 산에 가냐고? 내심 산은 그만 올라가고 물놀이나 했으면 하는 투다.

조금 오르니 삼나무 숲속으로 난 숲속체험로가 나온다. 삼나무 숲은 다른 숲길보다도 더 시원하게 느껴진다. 반듯하게 자란 나무 사이로 조금씩 보이는 하늘은 한없이 높게만 보인다. 나무 사이 갈지자로 난 길 끝에는 휴식용 의자가 놓였다. 애들이 누워본다.

이곳에 조성된 삼나무 숲은 전남대학교에서 연구학습용으로 1961년부터 조성해 놓았다고 하니, 오래된 것은 50살이 되어간다. 여기 심어진 삼나무는 일본이 고향이라고 한다. 침엽수에는 피톤치드라는 식물의 자기방어물질이 나오며, 일상생활로 바쁜 사람들에게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유익한 물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삼나무 숲길을 걸어간다.
▲ 삼나무 숲길 물기를 잔뜩 머금은 삼나무 숲길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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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올라갔다 오자

쉬엄쉬엄 50분을 걸어서 은선골과 갈림길인 삼거리에 도착했다.

"그만 갈까?"
"정상을 갈려면 얼마나 걸리는데?"
"아마 한 시간 반 정도는 더 가야할 걸."

도희 데리고 정상을 가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 못내 서운하기만 하다. 남문까지는 25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산성까지는 갔다가오기로 하고 길을 올랐다.

도희는 이제 업혀서 간다. 힘들겠다. 아내는 도희를 안고가다 바위에서 미끄러져 무릎이 깨졌다. 얼른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였다. 산성까지만 가자고 괜한 욕심을 부린 게 아닌가 싶다. 미안하다.

큰 전쟁 때마다 격전지가 된 입암산성

물소리는 점점 크게 들려오더니 커다란 성벽이 보인다. 입암산성 남문이다. 남문에는 따로 문이 없고 커다란 성벽사이로 시원한 물줄기를 흘러내리고 있다. 커다란 돌에 문기둥 자리였는지 홈이 남아있다. 허전한 성문을 느티나무가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다.

계곡을 따라 성문을 남겨 놓고 쌓았다.
▲ 입암산성 남문 계곡을 따라 성문을 남겨 놓고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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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순절비 팻말이 마음을 허전하게 한다.
▲ 누가 걸어 놓았는지 작은 순절비 팻말이 마음을 허전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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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암산성(笠岩山城)은 삼국시대부터 축성된 포곡식(包谷式) 산성으로 성둘레가 5,028m다. 고려 말(1256년, 고종43년) 송군비(宋君斐)장군이 이 성을 지키고 몽고군을 물리쳤다고 하며,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왜적을 맞아 농성(籠城)한 윤진(尹軫)장군 등이 장렬히 전사한 곳이라고 한다.

나무에 걸린 하얀 작은 팻말에는 윤진, 이경국, 이안국 순절비라고 써 놓았다. 마음에 허전한 바람이 지나간다. 작은 팻말이나마 다시 한 번 그 날의 의로운 죽음을 되새겨 본다. 성벽에 노란 원추리가 햇살을 즐기고 있다.

바쁜 마음을 내려놓은 계곡

간단한 점심을 먹고 그길로 다시 내려왔다. 내려오다 만난 계곡에 애들은 발을 담근다. 처음에는 옷을 안 젖게 한다고 얕은 곳만 다니다가 결국 물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나도 손을 담가본다. 계곡물이 시원하다. 앉기에 좋은 커다란 바위를 잡아 앉았다. 물에서 나오는 찬 기운은 머리까지 서늘하게 한다.

애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지만 나는 움직이기가 싫다. 너무나 편안한 마음에 엉덩이는 바위에 딱 달라붙었다. 도희는 내려오는 길 내내 보채더니 기어이 잠을 잔다. 일찍 찾아온 한여름. 한적하고 시원한 계곡을 찾아 여름도 즐기고 바쁜 마음도 내려놓는다.

애들은 점점 물놀이에 빠져 들어간다.
▲ 물놀이 애들은 점점 물놀이에 빠져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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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신났다.
▲ 물놀이 애들은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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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에 들어가서 바쁜 마음을 조용히 내려놓고 나왔다.
▲ 조용한 계곡 그 속에 들어가서 바쁜 마음을 조용히 내려놓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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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남창계곡, #입암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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