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8 서울 사랑나눔 친선경기에서 FC서울은 FC도쿄와 1대 1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스코어보다 훨씬 나빴고, 친선경기라고는 해도 서울에게는 매우 불만족스러운 경기였다. 왜냐하면 이날 경기는 단순한 친선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반기 서울이 거둔 성적은 5승 5무 1패의 4위. 나쁘지 않은 성적이긴 하나 선두 수원에 무려 11점이나 뒤져 있다. 우승을 노리는 서울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후반기 대반전을 노릴 수밖에 없는 상황. 따라서 이 경기는 후반기 반격을 위한 전초전이었다. 하지만 FC 서울은 이 경기에서 전반기와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이전부터 지적되어 왔던 문제점을 반복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뒷공간을 너무나 쉽게 상대에게 허용한 점

 

FC서울 수비진이 느리다는 점은 작년부터 계속 지적되어 오던 것이었다. FC도쿄는 그 점을 의식한 듯 빠른 스피드를 보유하고 있는 까보레, 하뉴가 계속해서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하였으나 서울 수비진은 이에 대한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뒤를 쫓기 급급했다. 특히 까보레는 좌우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찬스를 노렸는데도 오히려 측면 수비수들은 공격적으로 전진해 있다가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결국 전반 38분, 서울 수비진은 볼을 돌리다 까보레에게 가로채기를 허용하며 골키퍼와 다시 1대 1 상황을 내주며 파울을 범했고 까보레는 자신이 얻은 패널티킥을 직접 성공시켰다. 이때까지 서울은 까보레에게 3번의 1대 1 찬스 허용했다. 만약 까보레가 좀 더 골결정력을 발휘했다면 점수차는 좀 더 벌어져 있었을 것이다.

 

후반전이 되자 귀네슈 감독은 김치곤을 측면수비수 윤홍창과 교체하며 아디를 센터백으로 전환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전략이 주효한 듯 후반 들어 서울은 수비에서 훨씬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남은 경기를 무실점으로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FC도쿄 역시 전반 맹활약한 까보레와 하뉴를 후반에 모두 교체했고, 후반에 경기의 긴잔감이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이 날 서울 수비진은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었다. 

 

실마리를 찾지 못한 공격

 

이 날 FC서울은 수비뿐만 아니라 미드필드에서도 고전한 반면, FC도쿄는 경기를 지배하며 자신들의 플레이를 마음껏 펼쳐 보였다. 도쿄가 간결하고 빠른 패스로 미들을 쉽게 통과하며 여러 차례의 결정적인 찬스를 잡은 반면, 서울의 공격은 답답하기만 했다. 양 팀 모두 자국리그에서 각각 3, 4위에 있는 강팀인데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일까?

 

양 팀의 차이는 과감성과 다양성의 차이에 있었다. FC도쿄는 스피드의 까보레, 하뉴, 높이의 히라야마 등 다양한 옵션을 활용하며 공격을 전개했다. 특히 FC도쿄는 한 박자 빠른 패스를 선보이며 좀처럼 볼을 빼앗기지 않고 골에어리어까지 침투했다. 귀네슈 감독조차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상대의 볼을 뺏기 너무 힘들었는데, 우리 선수들은 너무 쉽게 볼을 빼앗겼다"라고 인정할 정도였다. 게다가 도쿄의 선수들은 공간을 노리는 패스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과감한 중거리 슛을 시도하며 서울의 골대를 위협하기도 했다.

 

반면 전반 서울의 공격은 이종민-최원권의 오른쪽 돌파에 한정된 모습을 보였다. 설령 측면을 돌파했어도 이후의 전개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이었기에 전혀 위협적이지 못했다. 정조국-김은중의 투톱은 전반 내내 전혀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귀네슈 감독은 전반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김은중과 데얀을 교체하면서 공격에 승부수를 띄웠다. 들어오자마자 할리우드 액션으로 옐로카드를 받으며 체면을 구긴 데얀은 후반 28분, 2대 1 패스를 주고 받으며 골 에어리어로 침투 결국 동점골을 기록하며 패배 위기의 팀을 구해냈다. 데얀의 투입 이후 서울의 공격은 활기를 띠었고 데얀은 이후에도 몇차례 찬스를 잡으면서 경기를 주도하였으나 아쉽게도 더 이상의 골은 기록하지 못했다.

 

데얀의 득점으로 체면치레는 했지만 서울의 플레이는 아쉬웠다. 선수의 개인능력으로 골을 기록했을 뿐, 전후반 내내 서울은 경기의 흐름을 뒤집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경기를 통해 서울은 분명 자신들의 단점을 재확인 할 수 있었다. 이는 남은 휴식 기간과  후반기에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FC서울은 충분한 능력을 가진 선수들을 보유한 팀이기에 이날 경기는 너무나 아쉬웠다. 앞으로의 문제는 이 선수들을 활용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귀네슈 감독은 "후반기의 목표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후 우승하는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 날 경기에서 우승을 위해 준비해야 할 과제를 얻고 말았다. 이제 시작되는 후반기에서 도약을 위해 귀네슈 감독의 운영의 묘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축구공화국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6.16 11:36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축구공화국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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