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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인기를 얻으며 총리가 된 남자가 퍼레이드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그를 축하해준다. 방송은 그 광경을 생방송으로 중계한다.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방송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평화로운 광경이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작은 무선 비행기가 공중에서 날아온다. 그것은 총리가 타고 있는 오픈카 쪽으로 오더니 폭발한다. 그것으로 총리가 사망하고 세상은 경악한다.

 

평범한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아오야기 마사히루. 그는 퍼레이드가 한창일 때 근처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어느 순간, 친구는 그에게 도망치라고 한다. 아오야기는 무슨 소린가 싶다. 친구는 그저 도망가라는 말만 한다. 아오야기는 어리둥절하며 친구와 헤어지는데 이때부터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뀐다. 세상이 그를 총리 암살범으로 지목한 것이다.

 

온 세상이 자신을 추격한다면 어떨까? <사신 치바>와 <칠드런>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 소설가 이사카 고타로의 <골든 슬럼버>는 그러한 설정으로 시작하고 있다.

 

아오야기는 친구와 헤어지자마자 봉변을 당한다. 경찰이 체포하려고 하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그 자리를 대피한 아오야기는 사건의 전말을 듣고 황당해 말을 못한다. 한순간에 총리 암살범이 됐다는 사실은 물론이거니와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경찰이 추적을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아오야기는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잠시 몸을 피하려고 하지만 그곳에서도 경찰의 추적은 계속된다. 어디로 도망가든지 마찬가지다. 경찰은 어디에나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골든 슬럼버>의 배경은 '감시'하는 사회다. 총리 암살 사건이 벌어지기 전, 흉악한 연쇄살인이 벌어지자 국가는 상당한 비용을 들여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국민의 동의가 있든 말든, 국가는 마음만 먹으면 이메일을 엿보고 전화통화까지도 엿들을 수 있다. 도시 구석구석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거 어떤가. 완벽할 정도로 감시가 가능한 사회가 됐다. 누군가 문제 제기를 했어야 했던 문제였건만 연쇄 살인마의 등장으로 그것이 가능해졌던 것이다.

 

아오야기가 어디에 있든 간에 경찰에게 추적당하는 것도 그러한 시스템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게다가 벌떼처럼 달려드는 매스컴 또한 위험했다. 그것은 아오야기를 범인이라고 확신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그는 '공공의 적'이 되고 만 것이다. 그래도 아오야기는 악착같이 도망친다. 도망치다보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총리 암살과 같은 엄청난 짓이니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아오야기를 옥죄는 분위기가 팽배해진다. 아오야기가 폭탄 기술이 능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고, 아오야기가 모터 비행기를 연습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며, 과거에는 치한이 됐던 악질 나쁜 사람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더군다나 자신이 없던 곳에서 자신을 봤다는 사람들도 나타나 그가 범인이라고 증언하는 일이 생긴다.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된 것일까? 평범한 남자 아오야기는 도주하다 경찰에게 붙잡히자, 오히려 경찰에게 묻는다.

 

"제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대체 어딨습니까?"

"증거는 속속 드러나고 있어."

"속속? 대체 어디서 어떻게?"

"미안하지만 나오게 돼있어."

 - 책 속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엄청난 사건을 계획하여 아오야기를 범인으로 모는 세력의 정체는 무엇인가? 아오야기는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치밀한 복선으로 똘똘 뭉쳐 독특한 재미를 선사하는 <골든 슬럼버>, 그 역량을 보건대 최근에 조용해진 일본 소설 '붐'을 일으키는 시작이 될 것 같다.


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웅진지식하우스(2008)


태그:#일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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