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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부전나비는 꽃에도 잘 모이지만 수컷의 경우에는 물을 먹기 위해 짐승의 배설물이나 계곡의 습지에도 많이 모여들어. 암컷은 나뭇가지 끝에 앉아서 텃세를 부리기도 해… 들신선나비는 계곡 습지에서 물을 먹기도 하지만 꿀이나 나무즙을 빨아먹거나 동물 시체에 모여들기도 해…은판나비는 길에 떨어진 과일이나 동물의 배설물, 시체 따위에 날아들어 즙을 빨아 먹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어. 하지만 꽃에 앉아 꿀을 먹지는 않아. 다시 말해 꽃에 모이지 않는 나비라는 거지… - 책 속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나비가 설마?' 싶다. 하지만 곤충학자 김정환의 <쉽게 풀어 쓴 우리나비>에서 만나는 우리 토박이 나비들의 먹이 습성 중 일부다(책 속에서 만나는 나비 절반 가량은 이런 나비들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나비는 대체적으로 꿀을 먹고 살지만, 이처럼 어떤 나비들은 나무의 진액을 먹고 살고, 어떤 나비들은 새똥 등의 동물 분비물을 먹고 산다. 심지어는 동물의 시체에서 즙을  빨아먹는 나비도 있다. 사람의 땀 냄새를 좋아하여 등산객에게 날아드는 나비도 있단다.

 

나아가 바둑돌부전나비처럼 좀 더 적극적인 나비들은 진딧물이나 깎지벌레를 잡아먹기도 한다. 또한, 개미와 공생하면서 개미의 애벌레까지 먹어치워 개미의 씨를 말리는 나비 애벌레들도 있다.

 

 

이와 같은 먹이를 먹고 사는 나비들은 우리들이 흔히 만나는 날개가 아름다운 나비들과는 달리 다소 칙칙하고 거친 날개를 가졌을 것 같다. 그런데 아니다. 우리들이 공원이나 들판에서 흔히 만나는 아름다운 일반 나비들이요, 이 땅의 토박이 나비들이다.

 

나비의 애벌레들이 꽃이나 배춧잎 등과 같은 식물을 갉아먹는다는 누구나 쉽게 알고 있지만, 벌과 함께 꽃의 수정을 도와주는 대가로 꿀만 먹고 살아간다고, 예쁜 꽃이 만들어내는 꿀과 이슬만 먹고 살아 그 꽃 성분이 날개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나비의 이런 먹이 특성은 여간 흥미로운 게 아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먹이 특성을 가진 나비들은 대부분 수컷이며, 왕오색나비처럼 자기 영역에 들어온 박쥐나 비둘기를 쫒아낼 만큼 적극적인 생태 특성을 보이는 나비들이라는 것이다.

 

나비는 애벌레에 비해 훨씬 짧은 생을 산다. 나비가 되는 순간 짝짓기를 하는 종류도 있다. 짝짓기를 마친 암컷 나비는 애벌레가 먹고 자랄 식물을 찾아 알을 낳고 짝짓기를 마친 수컷은 죽어 개미 등의 먹이가 된다.

 

그렇다면 나비의 먹이와 짝짓기, 적극적인 것 등과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저자는 이에 대해 별다른 부언을 하고 있지 않지만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며 좀 더 알아본다면 훨씬 재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울러 아이들의 탐구력이 배가 되지 않을까?

 

꿀만 먹는 연약한 나비?,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우리 토박이 나비도감

 

아이들과 함께 보면 좋을 <쉽게 풀어 쓴 우리나비>는, 우리나라에서 서식하고 있는 265종 가량의 나비 중 토박이 나비 50가지를 곤충학자인 김정환 선생님이 알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쓴 나비도감이다(전 세계 2만 여종의 나비가 산다).

 

이 도감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나비들을 특성에 따라 호랑나비과, 흰나비과, 부전나비과, 네발나비과, 뱀눈나비과, 팔랑나비과로 나눈 다음, 각 나비의 생김새와 생태적 특성, 한살이, 나타나는 시기와 장소 등을 자세히 이야기해 준다.

 

특히 어떤 식물을 중심으로 알을 낳고 애벌레와 나비는 어떤 먹이를 먹는지를 단계별로 자세히 설명, 관련 식물을 세밀화로 그려 넣어서 아이들에게 식물에 대한 관심도 갖게 하는 한편 그 식물들을 중심으로 나비와 애벌레를 찾아 쉽게 관찰할 수 있게 한 점이 돋보인다.

 

애벌레에서 나비로 나타나는 시기에 따라 봄형, 여름형, 가을형으로 구분하여 비교 설명, 암컷과 수컷의 다른 점(생김새와 특성), 같은 나비과들과의 다른 점 등을 비교하여 들려주는 등, 사계절 동안 나비가 살아가는 모습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어서 훨씬 도감이 아닌 생물 에세이처럼 재미있게 읽혀진다.

 

또한 각 장마다, 나비의 이름은 어떻게 붙일까? 나비와 나방은 어떻게 구분할까? 아름다운 날개옷의 비밀, 가냘픈 나비의 강인한 생명력, 개미야, 단물 줄 테니 날 지켜줘 등처럼 전체 나비들의 이야기를 종합해주고  있어서 나비에 대한 폭넓게 생각하게 한다.

 

곤충학자인 저자가 20여년간 관찰해 온 나비들이라고 한다. 이제부터 나비의 계절이다. 혹독한 추위를 견뎌낸 나비 애벌레들이 깨어나 아름다운 날개를 팔랑거리는 그런 계절이다. 

 

나비만큼 우리에게 사랑받는 곤충이 또 있을까? 하지만 생태는 대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은 우리들이 이제까지 흔히 보아왔던 나비의 아름다운 날개와 그 이면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또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

 

▲한국의 나비가 건너가 일본 고유종처럼 소개되고 있는 꼬리명주나비 ▲아랫입술만이 아닌 앞발로도 맛을 볼 수 있는 나비들 ▲100여 마리가 손수레 다섯 대 분량의 미나리를 먹어치울 만큼 먹성 좋은 산호랑나비 애벌레 ▲같은 길로만 다니는 청띠제비나비 ▲동작이 굼뜨기로 소문난 기생나비 ▲짝짓기를 위해 번데기 상태의 암컷 주변에서 며칠이고 기다리는 남방노랑나비▲ 나방처럼 한밤중의 불빛에 날아드는 애기세줄나비 ▲더듬이를 비벼대며 사랑을 표현하는 왕오색나비 ▲똥탑을 쌓는 버릇을 가진 줄나비 애벌레 ▲길이나 바위에 앉아 텃새를 부리는 청띠신선나비▲ 풀밭을 낮게 날아다니며 폭격기가 폭탄을 투하하듯 알을 낳는 굴뚝나비▲보호색과 경계색을 모두 갖춘 뱀눈그늘나비▲나방처럼 날개를 접는 유일한 멧팔랑나비▲제주도 한라산에만 사는 희귀종 산굴뚝나비

 

- 저자의 다른 저서로 <열려라 곤충나라>, <곤충마을에서 생긴 일>, <개미>, <곤충의 사생활 엿보기>, <백두산으로 날아간 된장잠자리>, <안녕? 거꾸로 여덟팔나비>, <세상에 장수풍뎅이가 되다니!> 등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쉽게 풀어 쓴 우리나비>/김정환 지음/리강 그림/사파리 출판사/2008년 01월 30일 출간/15000 


쉽게 풀어 쓴 우리 나비

김정환 지음, 리강 그림, 사파리(2008)


태그:#나비, #생물도감, #석주명, #우리나비, #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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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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