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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출신 이주 여성이 4ㆍ9총선 공천에서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후보로 확정됐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필리핀 출신 헤르난데즈 주디스 알레그레 씨(37)를 비례대표 후보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출신이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받기는 국내 정당 사상 처음이다. 헤르난데즈 씨는 1992년 한국으로 이주해 16년째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영어학원 강사 등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남편은 2004년 투병 끝에 작고했다. 현행법상 외국인 출신이더라도 귀화해서 한국 국적을 취득했을 경우 피선거권을 가질 수 있다."

 

위와 같은 필리핀 출신 이주 여성이 4ㆍ9 총선 공천에서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후보로 확정됐다는 언론보도가 인터넷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것은 한국 국민과 결혼하여 한국 국적을 취득해 우리 국민의 자녀를 가져 정상적으로 피선거권을 가진 우리국민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저임금으로 산업현장에 종사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의 피해 문제로 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06년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2005년 외국인과의 결혼이 부부 100쌍 중 13.6쌍이 될 만큼 늘었다고 한다. 특히 2006년 결혼한 농어촌 남성의 41%가 외국인 여성과 결혼했다는 통계자료가 나오기도 했는데, 국제결혼은 한국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결혼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결혼적령 인구인 남자 26∼30세와 여자 24∼28세 인구의 성비(性比)(여자 100명당 남자 수)가 2000년에 110.5명(남자 110.5명 중 10.5명이 짝을 구하기 힘든 상황)인 것처럼, 이것은 남성에 비해 여성이 부족하다는 데 근본 원인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국제결혼은 점점 그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또한 국내연구진의 보고에 의하면 국내 혼혈 인구는 2006년 기준으로 3만5000여 명이며, 2020년 167만여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즉 2020년에는 20세 이하 인구 5명 중 1명, 신생아 3명 중 1명이 혼혈인이 되는 것으로, 국제결혼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필연적인 일이 될 것이다.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외국인 며느리’, ‘외국인 형수’, ‘외국인 올캐’가, 그리고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어눌하여 금방 눈에 띄는 외국인이 엄마라는 혼혈의 고민을 안고 힘들게 살 수밖에 없는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의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닌 우리가족 우리친척의 일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흔한 추세에 맞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언론 및 시민단체는, 언어소통과 문화의 차이로 인한 결혼이주(외국인) 여성의 어려움과 아직은 뿌리깊이 남은 우리 사회의 혼혈아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고통받는 자녀들의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것이 아니라 즉흥적이고 단기적이며 이벤트성의 행사에 치우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장애를 가진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장애 자녀를 쉬쉬하며 감추고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것이 1집에 1대꼴의 자동차문화에 접어들면서 수많은 교통사고로 장애우들이 많이 발생해 남의 일이 아닌 우리 가족의 일이 된 시점에 이르러서야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 솔직할 것이다.

 

그 결과 17대 국회에 여야의 정당에서 비례대표로 장애우를 공천하여 국회의원이 나오고 이로 인해 비록 100% 만족은 못할지라도 여러 제도적인 법적 장치들이 만들어져 이제 장애를 가진 국민들도 최소한 건강한 국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여건을 만든, 우리 사회가 배려하는 사회가 된 것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들이 장애우를 이해하고 배려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사자의 문제가 아니기에 경험하지 못하고 직접 느끼지 못하는 인간으로선 한계가 있는 일이기 때문에 17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장애우가 참여한 것만큼은 우리 사회를 진일보하게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런 것이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 진정한 이유이고 장점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영어몰입교육을 외치고 있다. 그것은 여러 부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통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우리의 처지에 따른 국익을 생각한 결과로서의 언어 소통문제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언어뿐만 아니라 어떤 연(緣)을 가지고 세계와 통한다면 더욱더 국익에 이익이라는 것은, 보통사람의 흔한 인간관계를 생각해보면 우리는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다.

 

성비(性比)의 불균형에 의했든 외국과의 여행이나 왕래가 자유롭기 때문이건 점점 증가하는 국제결혼으로 인해 한국인 2세의 엄마가 되는 외국이주여성의 증가, 그리고 외국의 한 나라가 부모로 인해 혈연을 가지는 한국인의 증가는, 외국과의 관계로 살아가야 하는 대한민국으로서는 약점이 될 수 있지만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좋은 연(緣)으로 발전시켜 장점으로 어떻게 극대화시키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할 탓이다.

 

혼혈의 차별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는 ‘하인스 워드’(그는 어머니가 한국계인 혼혈의 미국인으로 2006년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슈퍼볼에서 MVP로 선정되었음)는 2006년 4월 한국을 방문해 우리 국민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고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초청받았다. 국가나 국민들이 아무것도 해준 것 없고 혼혈을 차별했으면서도, 혼혈의 차별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한 미국인의 성공에 그의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그저 국민들은 열광만 한다.

 

최소한 그러한 것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이제는 우리 국민이 된 외국이주여성의 여러 문제나 외국여성을 어머니로 둔 2세들의 문제에 대해 최소한일지라도 눈을 돌려, 장기적으로 그들이 국익에 헌신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러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외국과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하는 화두가 된 지금의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일에 대해 아무리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해보려 하더라도 당사자가 아니면 헛돌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 사는 이치인 것은 명백한 것 같다. 그것을 우리는 수많은 경험으로 안다.

 

그런 점에서 창조한국당의 외국이주여성 비례대표확정발표는 앞을 내다보는 것으로 신선하다. 그것은 17대 국회에 장애우 신분으로 국회에 진입한 결과 우리의 사회가 장애우들에 대한 관심과 제도, 그리고 시설들이 눈에 띄게 바뀌었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문제는 국회에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는 군소정당이 그러한 일을 발표한 것이었기에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오면서 그 좋은 취지가 퇴색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결혼한 이주여성의 문제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우리 국민의 문제이고, 그들은 2세인 우리 국민을 키우는 사람의 지위인데도, 이것을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문제로 몰아가는 인터넷상의 논란을 지켜보며 씁쓸할 뿐이다. 만약 백인의 미국출신 이주여성이었어도 외국인 근로자와 같이 몰아갔을까를 생각해 보니 더욱 그러하다.

 

이젠, 신선하고 잘하는 것은 신선하고 잘한 것으로 인정하는 그러한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본다.


태그:#이주여성, #비례대표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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