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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시작되는 첫날. 아이들과 남대문 시장을 들러 시청 광장으로 스케이트를 타러 가기 위해 숭례문 앞을 지나게 되었다. 서울에 살았지만 처음 보는 숭례문 앞에서 작은 아이가 '엄마 저게 뭐야?"하고 물었다. '숭례문이야.'하고 알려주자 큰아이가 의기양양하게 '응~ 저 숭례문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중요한 보물이야!'한다.

 

그렇게 며칠 전에 우리나라 제일 중요한 보물을 눈으로 보고왔었는데, 보물 구경한지 며칠 되지 않아 그 보물이 잿더이로 변했다. 밤 늦게 화재 뉴스를 접하고 다음날 아침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보물로 기억된 숭례문이 잿더미로 변해버려 이젠 보물의 가치를 상실했다는 사실을 말해 줄 수가 없었다.
 
다시 찾은 숭례문은 복구 공사를 위해 높은 가림막을 설치하고 시민들이 복구 과정을 볼 수 있게 가운데 구멍을 뚫어 놓았다.  그 구멍으로 보이는 광경만으로도 무참히 당한 숭례문의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현장에는 많은 시민들이 숭례문을 애도하기 위하여 모여있었다. 특히 숭례문과 삶을 같이하신 어르신들이 많이 모여 근심과 분노와 걱정이 섞인 한숨과 눈물을 지으셨고, 어느 할머니는 묵묵히 서명란에 숭례문 그림을 그리시며 눈물로 애통해 하시는 가슴아픈 광경도 목격되었다.

 

졸업식이 있었던 날이니 만큼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발걸음도 많았으며, 의정부에서 왔다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학교 수업시간에 숭례문을 비롯한 우리나라 문화 유산을 직접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스크랩하고, 설명을 적어넣은 스케치북을 들고 시민들에게 설명을 해주는 광경도 목격되었다.

 

또한 역삼동에서 온 황정혜씨는 딸과 조카에게 참담한 숭례문 현장을 설명하며 서명을 하였고, 아이들은 '사랑해 숭례문아', '내가 컸을 때 다시보자'라고 글을 남겼다. 황정혜씨는 외국에 사는 친구가 뉴스를 통해 사건을 접하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안타깝고, 나라 망신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어 '너무 아깝고 속상하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그 보다 더욱 슬퍼해야 할 일은 조상이 피, 땀으로 만든 혼과 얼이 담긴 문화유산을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명품은 진품이어야 명품으로써의 가치를 인정 받는다. 국보1호 숭례문은 명품이었다. 하지만 화재로 인하여 명품의 가치가 완전히 소실되었다. '내가 컸을 때 다시보자'라고 쓴 아이가 큰 다음에 보게 될 숭례문은 진품이 아닌 모조품이 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아이들에게 '숭례문은 500년 역사를 가진 문화유산으로써 숫한 전쟁도 이기고, 6.25도 무사히 견뎌내었으나 한 시민이 나라에 대한 억울함을 표현하고자 숭례문을 태워버려, 다시 준공한 모조품이라고 설명을 해야 한다.

 

초등학교 시절 문화유산은 내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며 후세에 남겨줘야 할 소중한 것이라고 배운 기억이 있다. 어른된 입장에서 안타까운 눈빛으로 숭례문을 바라보던 아이들에게 창피하고 미안하다. 하지만 엄숙해야 할 숭례문 화재 현장의 분위기는 낯설다. 검게 탄 숭례문 앞에서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을 슬픔과 통곡으로 조용히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이 때에 서로 내탓이 아닌 네탓으로 돌리는 옳지 못한 모습들이 보여지고 있다. 화재가 나기전엔 대접받지 못했던 국보가 화재가 난 후에야 국보 대접을 받고 있다. 늘 그랬듯이 소 잃어 버리고 한발 늦게 외양간 고치는 부끄러운 모습도 더이상 보이지 말아야한다. 

 

가림막으로 가린다고 시민들 마음의 눈을 가리진 못한다. 숭례문이 무너진 만큼 국민들의 마음도 무너졌고, 검은 재로 변한 만큼 국민들 마음에도 상처가 났다. 아이들은 어른들 만큼 숭례문에 대한 아픔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숭례문으로 인하여 어른들이 보여주는 모습으로 더이상 어른들은 자손들에게 얼룩진 기억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는데도 서로 책임을 회피하여 소중한 것의 가치를 더욱 떨어뜨리는 어리석은 모습보다 철저히 회개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 잃어버린 것의 소중함과 값어치를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또한 발등에 불 떨어졌을 때에만 소란스럽게 신경 쓰다가 금방 잊어버리고 나 몰라라하는 책임감 없는 모습도 보이지 말아야 한다. 얼마 지나지 않은 태안기름유출 사건이 벌써 국민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하지만 문화유산은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또 그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자손 만대로 보존되어야할 보물이기 때문에 한시도 소홀히 대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어른들의 잘못된 습관을 답습하지 않도록 보여줘야 한다. 이미 부끄럽게도 보물을 소홀히 대한 탓에 잃어버리고 난 뒤에야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더이상은 우리 자손들의 재산과 보물을 지키지 못하여 물려주지 못하는 어리석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이 아픈 교훈을 가슴 깊이 오래도록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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