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2007 K리그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K리그의 새내기'들은 과연 올해 K리그를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여기 풋풋한 새내기들이 있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K리그의 현장에서 일한 사람들입니다. 신인선수에서 부터 1년차 구단 직원까지…. '새내기가 말하는 2007 K리그'는 4회에 걸쳐 새내기들의 목소리로 올해 K리그를 결산해보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이상윤 해설위원과 함께 한 김양희 리포터 김양희 리포터는 올 시즌 MBC-ESPN이 중계한 경기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 이상윤 해설위원과 함께 한 김양희 리포터 김양희 리포터는 올 시즌 MBC-ESPN이 중계한 경기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 김양희 제공


축구는 TV 중계가 참 중요하다.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경기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보통 A매치(국가대표 경기)에는 12대 정도의 카메라가 동원되고 더 중요한 경기에는 15대가 넘게 동원되어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영상을 제공한다. K리그는 그보다 적은 7~8대 정도의 카메라로 중계한다.

축구중계는 단순히 경기만 보여주지 않는다. 중간 중간 재밌는 팬들의 모습도 보여주고, 경기가 끝난 후에는 선수나 감독에 대한 인터뷰로 팬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특히 K리그 중계 끝 무렵 '오늘의 MVP'를 선정, 해당 선수와 인터뷰 후 트로피를 수여하는 것은 스포츠 전문 케이블 MBC-ESPN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오늘의 MVP' 수상자는 해설자가 직접 인터뷰를 하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서 여성 아나운서나 리포터가 진행하기도 한다.

그 중 김양희(26) 리포터는 올해 처음으로 K리그에 뛰어들어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제공했다. 2005년부터 게임채널과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리포터 경험을 쌓았던 그는 지난 5월 MBC-ESPN이 K리그에 관심 있는 여성 리포터를 구한다는 지인의 소개에 곧바로 찾아가 지원해 5월 12일 FC서울-전북 현대의 경기에 투입됐다.

경기장 열기가 뜨거우면 인터뷰도 흥겹다!

그녀는 K리그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친구가 한 프로구단의 선수라 자주 경기장에 찾아가면서 알게 된 것이다. 관중으로 지켜보던 K리그였던 만큼 인터뷰하고 싶었던 선수도 많았다고 한다.

리포터로 소원풀이를 하게 된 그녀가 만난 첫 선수는 전북의 브라질 출신 공격수 제칼로였다. 후반 종료를 얼마 안 남겨두고 극적인 동점골로 MVP에 선정된 것이다.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터지도록 생각해 긴장 상태에서 질문을 하며 겨우 넘기는 듯했다.

"그런 대로 흐름에 맞게 연결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말 중요한 통역의 말을 자르고 혼자서 다시 질문을 한 거예요. 시청자들이 포르투갈어를 어떻게 안다고 말이에요."

중계가 끝난 뒤 모니터를 하면서 그녀는 놀랐다. 제칼로의 통역을 담당한 통역사의 어이없어하는 표정과 그것도 모른 채 당당하게 질문하는 자신을 보면서 너무 웃겼다는 것이다. 축구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리포터 뭐 하는 사람이냐'는 글을 보고 조금은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도 항상 준비는 철저하게 한다. 경기 전 감독과 취재진들은 당일 경기에 대한 이야기나 여러 이슈를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

처음 시작과 끝마무리만 잘하면 리포터는 굳이 이런 만남에 낄 필요가 없다고 생각들을 하지만 그녀의 준비는 철저하다. 기사를 많이 읽는 것은 기본, 경기를 앞두고 캐스터, 해설가와 함께 감독의 말을 듣고 나면 경기를 좀 더 신경 써서 볼 수 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김양희 리포터 그녀는 2008 K리그에서 심판판정 시비나 선수들의 도가 넘치는 항의, 서포터들의 거친 응원이 자제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 김양희 리포터 그녀는 2008 K리그에서 심판판정 시비나 선수들의 도가 넘치는 항의, 서포터들의 거친 응원이 자제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 이성필

다양한 경기를 접했던 그녀의 머릿속에는 6강 플레이오프행 티켓 마지막 1장을 결정짓는 대전 시티즌-수원 삼성의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 있다. K리그의 흥행요소가 모두 담긴 경기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양 팀 서포터즈의 응원, 오랜 방황을 털고 돌아온 '앙팡테리블' 고종수의 활약, 시민구단을 향한 관중의 뜨거운 성원 등 모든 것이 기억에 남는 것들이었다.

자연스럽게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짓고 MVP로 선정된 외국인 공격수 데닐손의 인터뷰는 흥분된 상태에서 진행됐다. 그 후의 그라운드에서 울려 퍼진 뜨거운 열기와 흥분은 전기리그 때 보았던 대전이 아니었다.

"전반기 대전은 침체한 팀 분위기와 텅 빈 관중석 때문에 안타까웠어요. 하지만, 그날의 대전은 달랐어요. 관중석을 발 디딜 틈 없이 메운 관중은 시민구단인 대전의 부활을 제대로 느끼게 했어요. 정말 반갑게 느껴지더라고요."

"선수들이 틀에 박힌 말만 해요"

다양한 인터뷰를 하다 보면 재미있었던 상황들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김양희 리포터는 지난 8월29일 서울의 히칼도, 10월 6일 수원의 박성배와 했던 인터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히칼도와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만날 때마다 꼭 인터뷰 같이 하자고 약속했는데 이날 경기에서 두 골을 넣으며 MVP로 선정됐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기뻐서 그라운드에 뛰어 내려가 인터뷰를 했는데 히칼도도 너무나 좋아했다고 한다.

박성배와의 인터뷰는 조금 당황하던 순간이다. 이날 그는 골을 넣고 바지를 배 위까지 끌어올리는 일명 '배 바지' 골 뒤풀이를 했다. 이것이 재미있다고 느껴졌던 그녀는 인터뷰에서 한 번 더 보여주기를 요청했는데 침묵 끝에 돌아온 것은 얼음 같았던 박성배의 표정과 "죄송합니다"는 그의 말 한 마디. 등줄기에 땀이 흐를 수밖에 없었던 순간이었다.

김양희 리포터는 힘들게 경기를 뛰고 나서 인터뷰에 성의껏 응해주는 선수들이 고맙지만 조금은 선수들에게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한다.

"생각보다는 선수들이 말을 잘하더라고요. 그런데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이 정도 기세라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고 잘할 것이다'라는 말이 대부분이에요. 거의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틀에 박힌 말을 하는데 좀 더 재미있는 말을 하면 인터뷰가 한결 부드러워질텐데요."

요즘은 선수들이 먼저 김양희 리포터를 알아보고 반겨줘서, 기분도 좋고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 K리그의 한 선수는 "내년에는 꼭 골을 넣어서 김양희 리포터와 인터뷰를 하고 싶다. 팀 선배가 하는 것 보니 정말 부럽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올해 김양희 리포터가 겪은 K리그는 많은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많은 사건의 현장에 있었다. 심판들의 판정논란과 그에 따른 선수들의 거친 행동을 모두 목격한 것이다. 과격한 일부 서포터들의 행동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끝까지 한 시즌을 치렀고 2008 K리그를 언급하면 '김양희 리포터'가 꼭 떠오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그녀의 바람이다. 벌써 그녀는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좀 더 새로운 것들을 해보기 위해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 문제가 됐던 것들이 모두 사라져 활기차고 깨끗한 K리그가 됐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축구천재 박주영 선수의 날개 돋친 활약과 2002년 월드컵의 영웅 안정환 선수의 부활도 보고 싶어요."

김양희 리포터 MBC-ESPN K리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