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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수록 점점 분명해지는 것이 있다. 천재지변이 없는 한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나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사실이 그것이다.

 

물론 조중동을 필두로 한 수구언론이 침묵의 카르텔을 구축하고 있는 탓도 적지 않겠지만, 유권자 대다수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보이고 있는 관대함과 인내심은 참으로 경탄할만한 수준이다.

 

부동산 투기 의혹과 BBK로 상징되는 주가조작 의혹에도, 위장전입과 탈세 등의 위법행위에도 이 후보의 지지율은 도무지 요지부동이다. 흡사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명박 후보에게 아무리 중대한 윤리적, 법적 흠결이 있더라도 이를 무시하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그토록 예민하게 작동했던 대한민국 국민들의 '윤리적 센서'가 이명박 후보 앞에서는 한없이 둔해지는 이유가 무얼까?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듯싶다.

 

'참여정부 반감-경제성장 기대'가 이명박 지지의 버팀목

 

첫째는, 참여정부에 대한 극심한 염증과 반감이다. 외환위기 이후 강화된 양극화에다 참여정부의 이런저런 정치적 실수, 거기다 조중동의 악의적 주술(呪術)이 더해져 참여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완전히 외면당한 상태다. 참여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은 이미 지난 5·31지방선거에서 조짐을 보인 바 있는데 이번 대선은 참여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이 무척 짙다. 

 

둘째는, 물신숭배의식의 팽배와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이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시대정신은 단연 물신숭배라고 할 것이다. “부자 되세요!”라는 구호만큼 이를 잘 대변하는 구호도 달리 없을 것이다.

 

한편 신자유주의의 무한질주 속에서 삶이 고단해진 서민들은 자신들을 질곡에서 구원해 줄 초인을 기대하고 있다. 경제성장에 대한 이들의 목마름은 확실히 눈물겨운 데가 있다. 대한민국 유권자들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서민들의 눈에 이명박 후보야말로 물신숭배의식과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킬 초인이다.

 

대한민국 유권자들의 정신상태가 걱정스럽다

 

우려되는 것은 유권자들의 이 같은 판단이 그리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백보를 양보해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과 혐오가 상당한 근거를 갖고 있다 해도 단지 그 이유 때문에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분노라는 감정에 내맡기는 꼴이기 때문이다.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투표장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짧고 삶은 길다.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로 이 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그리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이 후보가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담보할 비책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설혹 이 후보에게 그런 묘책이 있어 대한민국 경제를 성장시키더라도 그 성과는 거의 재벌과 지주들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의 삶과 가치관, 이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한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이를 확실히 보장한다.

 

사정이 한결 심각한 것은 유권자들이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통해 얻으려고 하는 두 가지, 즉 참여정부 심판과 경제성장은 잘해야 스트레스 해소에 그치거나 실현이 극히 불투명한 반면 과감히 포기하려고 하는 도덕성과 준법의식은 국가를 경영하는 데 필수적 요소라는 사실이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묻지마 식 지지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멘털리티가 깊이 병들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명박 후보의 국가 정체성이 불안하다며 출마를 선언해 20% 내외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회창 후보에 이르면 17대 대선은 희극으로 전락한다. 물론 이 희극이 끝난 뒤 펼쳐질 대한민국의 미래는 잿빛일 가능성이 높다.

 

민주주의와 중우정치 사이에서

 

2007년 말 대한민국 국민들의 행태는 흡사 바이마르 공화국 말기 대공황과 무질서에 질린 독일국민들이 히틀러의 품에 안겼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가 민주주의라는 괴물을 키우기로 작정한 이상 그에 따른 비용도 감수할 수밖에.

 

어쩌면 이번 대선은 민주주의와 중우정치의 사이가 아주 가깝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 끝으로 투표라는 정치행위에는 엄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무지도 죄라는 사실을 대한민국 유권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자보와 뉴스앤조이,다음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바이마르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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