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가 열린 경기장 상황 ⓒ 두산베어스 팬 챠미리카


포스트 시즌을 맞아 연일 만원사례를 기록하고 있는 프로야구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티켓 예매관리 소홀로 큰 문제를 일으켰으나, 이에 대한 주최측의 해명이나 사과가 없어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문제가 생긴 것은 지난 14일 두산과 한화의 플레이오프 1차전. 좌석 예매자들이 자리에 앉지 못하는 일이 대거 일어난 것이다.

사고는 'e-쿠폰' 확인절차에서부터 불거졌다. 예매자들은 경기장 입구에서 집에서 출력한 'e-쿠폰'을 내밀었고, 경기장 관리요원들은 눈으로만 보고 입장시켰다.

여기서 문제가 일어났다. 눈으로만 확인했기 때문에 'e-쿠폰'을 복사했더라도 관리요원들이 잡아내지 못한 것. 결국 정원을 훨씬 뛰어 넘는 관중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 플레이오프 예매는 인터넷 쇼핑사이트 G마켓에서 예매권을 산 후 e-쿠폰을 출력해 경기장 티켓창구에서 입장권으로 바꾸거나 입구에서 바코드를 확인해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현장에 바코드기가 없었다는 것. 나중에 G마켓 측은 "고장났다"고 해명했지만, 어쨌든 이날 바코드기는 가동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날 잠실야구장은 3만500석의 좌석을 모두 채우고도 모자라 계단과 통로까지 관중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서 아수라장을 이뤘다.

잠실야구장을 찾았던 이연수(44)씨는 "e-쿠폰을 확인할 수 있는 바코드기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 쿠폰이 인쇄된 종이만 들고 있으면 아무나 입장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어떻게 이런 식으로 티켓 판매를 구멍가게처럼 운영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쿠폰'을 들고 야구장을 찾았던 배훈(32)씨도 "마치 경기장 관리요원들이 표를 확인할 의사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며 "사실상 표가 없어도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어서 e-쿠폰을 던지다시피 건네고 들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한 입장 후에도 "계단과 통로까지 온통 사람들로 꽉 차 있어 화장실 한번 갔다 오는 것도 고역이었다"고 관중 초과입장 의혹을 제기했다.

지정석 중복, 급하게 좌석 재배정하는 일도 일어나

뿐만 아니라 좌석이 정해져 있는 지정석 티켓의 경우, 같은 좌석번호가 표기된 입장권이 중복 발행되어 급하게 좌석을 재배정하는 일도 일어났다. 익명을 요구한 야구팬 서모씨는 "지정석을 예매하고 갔는데, 좌석이 겹치는 사람이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며 "이번 티켓팅에 대해서 KBO와 G마켓은 야구팬들에게 사죄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두산베어스 홈페이지 등에도 예매권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인터넷쇼핑사이트 'G마켓'과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성토하는 글들이 수십 건씩 올라왔다. 15일 하루 동안 KBO에 올라온 글은 약 80개. 이 중 20여개가 티켓 문제를 지적한 글들이었다.

 KBO 홈페이지에 올라온 티켓 관련 불만 의견들

KBO 홈페이지에 올라온 티켓 관련 불만 의견들 ⓒ 캡처


"인터넷예매 쿠폰을 입장권으로 바꾸기 위해 그 많은 인파 속에서 10시부터 12시 10분까지 줄서 있었습니다. 차례 지켜서 완전 바보되었습니다.(안내판, 안내요원 전혀 없었음.) 12시 넘어서 구장 들어가니 당연히 자리 없었고. 그래서 그냥 구장을 나왔습니다."-KBO 홈페이지 한**

"현장 판매분 사려고 일찍 오신분들은 몇 시간씩 이리 줄 서고 저리 줄서고..하물며 지정석 중복까지 생기고...바코드 리더기는 고장나고 정해진 시간에 입장도 안되고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KBO 홈페이지 권**

야구팬인 이모씨는 KBO 홈페이지에 "3만명 티켓 판매하면서 이렇게 한심하게 일처리하는 데가 어딨냐"면서 "돈내고 즐기는 게 아니라 짜증만 났다"고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야구팬인 유모씨는 "정말 3만표 판매한 게 맞느냐? 내가 보기에 5만장은 판 것 같다"며 "완전 피난촌이 따로 없었다"고 관중석 풍경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사람이 지나다닐 공간조차 없어 계단을 지나가던 관중들의 신발이 벗겨지고 넘어지는 등 대형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두산베어스 홈페이지에서도 KBO와 G마켓을 비난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챠미리카'라는 필명으로 글을 남긴 야구팬은 "'e-쿠폰'만 복사하면 수천명, 수만명도 무료로 입장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며 "이 일이 암표상한테까지 알려졌다면 아마 잠실구장이 무너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진형 KBO 홍보부장은 "당일 바코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팬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준비소홀을 시인했다. 이 홍보부장은 동일좌석 티켓 중복발행에 대해서도 "G마켓이 야구티켓 예매를 처음 하는 것이라 몇 가지 오류가 발생했다"고 인정한 뒤 "2차전부터는 바코드 시스템도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오류도 없었다"면서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홍보부장은 정원을 훨씬 초과한 관중 문제에 대해서는 "'e-쿠폰' 확인문제로 인해 관중들이 초과입장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며 "지정좌석이 아닌 일반석의 경우 한 명이 두 좌석을 차지하거나 의자에 짐을 올려놓는 경우도 많아 좌석이 부족해지게 된다"고 올바르지 못한 관전문화 때문에 늘 발생하는 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야구장을 찾았던 팬들에 의하면 일반석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적정인원은 훨씬 초과한 것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배훈씨는 "예전과 달리 이제는 한 사람이 여러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KBO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와 관련 티켓예매를 대행했던 G마켓 측도 바코드 시스템 준비 미흡을 인정했다. G마켓 관계자는 "바코드를 인식할 수 있는 PDA 기기 설치를 외부업체에 맡겼는데, 준비가 늦어져 소란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지정석 티켓의 중복발행은 단순 전산오류로 인한 것이었다"며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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