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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아이건강국민연대와 함께 '한국의 아이들이 위험하다' 기획기사를 내보냅니다. 영양불균형, 가공식품 섭취, 체력 약화, 실내 위주 생활 등으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병들고 있습니다. 아이들 건강 문제는 이제 손 잘 씻고 이 잘 닦는 옛날식 사고방식으로는 해결할 수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오마이뉴스>와 아이건강국민연대는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아이들 건강 문제가 폭넓게 논의돼 국정지표로 선정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이번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말]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처음 시작할 때 보면 허리 부위를 회전 시키거나 고관절 사용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몸통 전체를 좌우로 흔들며 마치 로봇이 움직이는 모양처럼 부자연스럽게 걷는다.

이는 상체와 하체의 균형 감각이 부족하고 척추와 골반을 좌우로 돌리는 요령이 몸에 배지 않고 동작에 필요한 근육이 활성화 되어있지 않아서라고 쉽게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신체 감각이라는 것은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아서 뇌가 특정한 운동 유형들을 활성화 시키고 이것들을 다시 개개의 근육과 관절 그리고 뼈의 조화로운 팀워크를 형성해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인 반복이 뒤따라야 한다. 이 반복적이고 그에 해당되는 유형의 운동이 부족한 경우에는 바르고 조화로운 동작 표현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 예를 들어 요즘의 어머니들은 아이들 돌보는 시간을 짧게 하려고 아이들이 아직 일어서는 능력이 생기기도 전에 보행기에 태운다. 보행기라는 것이 아이들이 일어서는데 필요한 근육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도 이를 보조해 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행기를 일찍 태운 아이들은 몸을 일으켜 세우는 데 필요한 근육이 정상적인 발달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일어서는 데 필요한 근육이나 기본적인 평행 감각은 성장단계에서 정상적인 순서를 거치지 못하면 이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오늘날 우리 아이들이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양한 형태의 반복적인 신체활동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한 운동의 경험이나 단순한 동작의 활동보다는 놀이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신체활동 경험이 필요한 것이다.

일생을 통하여 감각적인 운동기관이 가장 예민하게 최고조로 반응하는 시기는 10대 초반이다. 그 예로 세계적인 여자체조 선수들을 보면 대부분 10대 중반 전후의 연령에 철봉 위에서, 공중에서, 장애물 위에서 그 정교하고 아름다운 어려운 동작들을 소화해낸다. 그 시기를 그대로 지나치면 감각적인 신체운동 능력의 발달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이처럼 성장 단계마다의 필요한 신체활동은 신체지능(머리의 지능과는 별도의 신체가 가지는 지능)에 의해 몸에 기억되고 평생의 신체 활동을 결정하는 요소들이 되는 것이다.

신체의 움직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다. 뛰어난 현대 과학으로 만든 로봇의 움직임을 보면 얼마나 부자연스럽고 딱딱한가? 200개가 넘는 뼈와 187개의 관절, 600여개의 근육군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수많은 동작들은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 넘는다. 성장과정에서 일상과 운동 등의 신체활동이 부족해지면 마치 로봇의 단순하고 이상한  동작처럼 우리 신체의 기능도 어딘가 뒤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요즘의 아이들은 그 움직임을 너무나 제한 당하거나 기피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신체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먼저 근육이 활동을 해야 한다.

1. 먼저 근육이 사용되어야 하지만 근육은 명령이 있어야만 움직이고 움직이라는 명령이 없으면, 근육은 원래 위치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우리 자신이 움직이려는 의지를 갖고 활동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인간의 최소한의 생명활동은 스스로 알아서 작동이 되지만 근육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거기에 근육들은 서로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어 어떤 근육이 작동을 멈추게 되면 주변 근육도 영향을 받는다.

2. 근육은 움직여야 산다.

근골격계는 규칙적으로 근육을 사용해야 그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근골격계가 정상적으로 활동하지 못하게 되어 치료가 필요한 상태가 되기까지는 두 단계를 거친다. 첫 번째 단계는 규칙적으로 근육을 자극하지 않는 근육은 그 고유의 기능을 다시 필요로 할 때까지 계속 퇴화하여 결국은 몸이 사용하지 않는 기관을 폐쇄한다.

두 번째 단계에선 원래의 일을 담당해야 할 기관이 폐쇄되어 일 할 능력을 상실하게 되면 몸은 다른 근육을 빌려서 일을 하게 된다. 이렇게 자기 고유의 기관이 일을 못하게 되고 임시로 빌려온 주위의 근육은 힘과 구조적 역량이 부족하다. 따라서 몸은 차츰 점점 평행선과 수직선의 상태를 잃고 결함(통증)을 호소하게 되는 것이다.      

근육이나 뼈를 움직일 수 없다거나 통증의 고통을 겪는다면 무엇인가 그 이유가 있다. 인간의 몸은 움직이는 기계와 같고 그 중에서도 몸무게의 60%를 차지하는 뼈와 근육을 보면 금방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뼈는 지레의 역할을 하고 근육은 도르레처럼 움직이면서 효율적인 신체활동을 돕게 설계되어 있어서 우리는 종종 몸이 어떤 동작이든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한다. 또 기계처럼 무한한 인내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여 자칫 몸 사용을 잘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필요한 것이 통증이다. 통증의 기능은 우리에게 위험을 경고하여, 몸을 구조와 설계된 목적대로 움직여 신체적 고통을 되돌리고 예방하도록 알려주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 기본적인 신체활동이 부족한 경우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리적 요구를 감당할 능력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이 없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몸이 녹이 슬어 기능 장애에 빠졌다는 것이다.

3. 사용하지 않는 부위는 에너지 공급을 줄이고 종착에는 기관을 폐쇄한다.

근골격계의 사용하지 않는 기간이 오래 지속되면 기관을 폐쇄하기까지 이르게 된다. 또 한편으로 몸 쓰임에 따라 순응하며 적응을 하는데, 어떤 일을 할 때 원래 그 일을 해야 할 근육이 작동이 안 되면 다른 근육의 힘을 빌려서 일하려 한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되는데, 빌려온 근육이 일을 대신하게 되면 몸은 구조적 역량이 부족하게 되어 균형의 상태를 잃으면서 점점 정상적인 상태에서 벗어난다. 구조적 결함이 시작되는 것이다. 또 근골격계가 움직임이나 자세를 잡는 것에만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 외에도 호흡과 혈액 순환, 신진대사 등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몸의 모든 기능은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 이는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 해당하는 이치다.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고서는 건강해질 수 있는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4. 작은 근육들을 사용해야 한다.

대부분의 스포츠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강한 힘을 사용하기 때문에 주동근(큰 힘을 주로 쓰는 근육)들에 의존도가 높다. 때문에 비교적 작은 근육의 발달이 그에 미치지 못하여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스포츠 종목 중에서도 제3의 신체를 사용하는 테니스, 탁구, 골프 등을 보면 이 작은 근육들의 중요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강하고 빠른 스윙을 아무리 잘한다 하더라도 정확성이 떨어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처럼, 가볍고 부드럽고 세밀한 힘도 큰 힘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는 이 작은 근육들의 역할을 ‘감각’이라고 포괄적으로 표현하고 크게 관심을 두지 않지만 비교적 작은 근육들은 관절을 안정감 있게 지탱하여 자세를 바르게 교정하거나 정교하고 부드러운 동작, 천천히 움직이는 완만한 동작 등의 수행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 작은 근육들의 발달은 주동근육의 단련법과는 달리 강한 자극보다는 부드럽고 완만한 움직임을 필요로 하고 많은 반복이 요구된다.(이 다양한 신체 움직임의 필요는 일상생활에서 부지런히 신체를 움직이도록 하는 것 역시도 매우 중요하게 된다)

5. 근육을 오랜 시간동안 긴장 상태로 방치해 두면 근육은 경련을 일으킨다.

근육을 방치하면 근육에 충분한 영양소가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근육이 쇠약해진다. 긴장 상태와 더불어서 불안감도 근육이 경직되는데 이는 신경시스템의 과도한 부담이 근육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 불안감은 집중력 장애로 이어져 결국은 운동 수행능력을 급격히 떨어지게 한다. 

*근육이 통증을 일으키는 것은 근육을 잘못 움직였거나 근육을 너무 움직이지 않아서 일어난다.

6. 근골격계 활동과 의미

많은 사람들은 신체활동을 근력을 강화하고 운동능력을 향상 시키는 정도로 그 의미를 축소해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근골격계는 움직임이나 자세를 잡는 것에만 관여하는 게 아니라 호흡을 중점적으로 담당하고 혈액 순환에도 참여한다. 몸의 신진대사를 일으키는 등 생명활동 모든 것에 관여한다. 만일 신체 움직임이 없다면 몸 전체의 흐름이 약해진다. 자연히 몸 안의 장기와 시스템은 약해진다는 말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식욕이 없다’ ‘소화가 안 된다’ ‘몸이 무겁다’ 등등은 모두가 기본적으로 움직임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현상인 것이다.

또한 정상적인 위치에서 벗어난 불안정한 근골격계는 산소를 펌프질하는 고유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 이런 기능 장애는 횡경막과 폐의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두통을 앓는 사람들은 목과 어깨가 앞으로 구부러져 있다거나, 소화 장애나 폐 기능이 약한 경우는 등이 굽어있는 등이 그러한 경우라고 봐야 한다.

모든 근육은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 이것은 살아있는 모든 조직의 특징이다. 만일 충분한 자극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원래의 역할을 잊어버리게 되고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제대로 기능하면 더 움직이고 싶어하면서 운동 프로그램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다.

결론적으로 사람의 신체활동 능력의 대부분은 성장단계에서 좌우되어지며 따라서 성장단계마다의 다양하고 적절한 신체활동은 그 사람의 일생동안 몸 사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 아이들과 현재 아이들의 체격과 건강이 달라졌다는 말들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하고 있지만 그 심각성이 어는 정도인지는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피부로 느끼는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다. 

필자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1000명 정도의 학생수를 가진 남중학교인데, 일년 내내 각 학년에 최소한 1~2명의 학생들이 뼈나 관절에 이상이 있어 깁스를 하고 다닌다. 과거 70~80년대 학교로 돌아가 보면 1년에 한두 학생 정도가 고작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깁스를 하고 오는 학생이 있으면 다른 아이들이 깁스가 신기하여 구경을 할 정도로 드물었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 아이들보다 몸씀이 거칠어졌는가 하면 전혀 그 반대인데도 뼈와 관절이 약해짐으로써 조그만 충격에도 뼈가 부서지거나 관절에 부상을 입는 것이다. 뼈는 적당한 자극이 꾸준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약해지는 이치로 볼 때 운동부족과 환경이나 불량한 먹을거리 등이 아이들의 뼈를 좀먹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 매년 하는 체력검사를 보면, 멀리 거슬러 올라갈 필요 없이 5년 전의 기록과 비교해 보아도 차이가 눈에 보일 정도로 체력이 급격히 저하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제일 심각한 것은 신체활동을 자꾸 제한 당하다 보니 몸씀 자체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중학교 남학생 시기를 보면 신체활동이 일생을 통해 가장 왕성한 시기로 그 힘을 도리어 주체하지 못하여 사고(?)를 일으켜야 하는 시기인데도 상당수 아이들은 아예 몸 움직이기를 싫어할 정도로 생명력이 저하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교사들도 부상의 위험이 있는 종목은 수업에서 자꾸 제외시켜 간다. 자칫 아이들이 부상이라도 입으면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를 받아야 하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김영효 기자는 30년째 중등학교에서 체육교과를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태그:#건강, #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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