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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자꾸 놀려요."
"아니에요. 먼저 놀렸어요."

 

엉엉 울고 있는 아이에게 그 연유를 물으니, 억울함을 호소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울음이 반이고 말이 반이어서 무슨 말인지를 알아듣기가 어렵다. 감정이 격한 아이에게 자극을 주면 더욱 더 흥분이 될 것은 분명하였다. 아이의 감정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감정이 가라앉았다. 아이가 주장하는 말을 확인하고는 놀린 아이들을 불렀다. 지적을 당한 아이의 생각도 듣는 것이 공평한 처사다. 네 명의 아이가 불려 나왔다. 그들의 표정을 보니, 그들 또한 할말이 아주 많았다. 자신들 또한 억울하다는 것이다. 놀리고 싶어서 놀린 것이 아니라, 먼저 놀렸다는 것이다.

 

상반된 주장들이 부딪혔다. 다섯 명의 아이들의 말이 동시다발적으로 교차하고 있었다. 한 치 양보도 없었다. 자기 잘못은 조금도 없고 모두가 상대방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들 기세가 얼마나 등등한지, 말 사이에 끼어들 수가 없을 정도로 치열하였다. 그만큼 자기 생각을 지키기 위하여 혼신의 힘을 다 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말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있었다. 다섯 명 모두가 똑같이 하지 않는 것이 있었다. 모두가 자신이 하는 말에는 열정을 보이고 있었으나, 하나 같이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하지 않았다. 자신의 주장만을 앞세우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 해결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가만히 지켜보면서 생각나는 점이 있었다.

 

듣기 지도.


초등학교 2 학년 어린이들이지만, 상대방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태도를 바라보면서  듣기 지도에 너무 소홀하였다는 것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말을 잘하는 것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귀로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이다. 상대방 말을 잘 듣게 되면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가랑이대에 앉아 쉬고 있는 잠자리를 본다. 앉아 있는 잠자리의 모습은 상대방의 말을 열심히 듣고 있는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세상의 소리를 듣기 위하여 날개마저 접고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인상적일 수 없다. 잠자리는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있지만, 듣는 것만으로 웅변가의 달변보다 더 큰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준이(가명)가 아이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것도 듣지 않기 때문이요 네 명의 아이들이 얼굴이 벌게지면서 고함을 지르는 것도 바로 경청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자신의 주장을 하기 전에 상대방의 말을 먼저 잘 듣는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말만을 앞세우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최강의 설득은 듣기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진리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잘 듣는 것이 대화의 주도권을 잡는다. 상대방이 어떤 듣기 성향이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3 가지 원칙을 지켜서 말한다면 다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아이들에게 듣기의 중요성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것이 잘못이었다.

 

듣기 성향은 4 가지 타입이 있다. 사람 지향적 청자, 행동 지향적 청자, 내용 지향적 청자, 시간 지향적 청자가 바로 그 것이다. 듣기 성향을 파악하여 말하기 전에 먼저 들을 수 있도록 참을성을 키워야 한다. 인내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고 다툼은 사라지는 것이다.

 

 

잠자리처럼 집중하여 상대방의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연습이 필요하다. 한번의 설명으로 아이들이 잘 들을 수 있도록 할 수는 없다. 자신의 말을 굽히지 않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잠자리의 인내를 가르쳐야겠다. 말하기 전에 먼저 들을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말하기 전에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보자."
"상대방의 말에 동의할 수 있니?"
  
아이 하나하나에게 당부하듯 물었다. 그 때서야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선생님의 권위에 밀려서 동의하는 것이 분명하였다. 듣기란 강요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 스스로 마음을 열고 들으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아이들의 태도를 바라보면서 쉼없는 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반 강제지만 합의를 하고나니,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난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정읍시에서 촬영


태그:#듣기, #성향, #배려,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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