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16일 잠실 보조구장에서 선수와 관중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대구 파워트레인의 선수와 서울 유나이티드의 서포터스가 충돌한 것. K3리그 운영위원회는 해당 선수에 대해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고 서유 서포터들에게는 경고 조치했다. 이후 6월 30일 열린 양주 시민구단과의 원정 경기에서 서유의 서포터들은 다시 한 번 양주 구단 선수와 충돌해 지난 7월 무관중 경기 징계를 받았다.

 

지난 9월 11일에는 서울과 수원의 K리그 2군 경기에서 선수가 경기도중 경기장을 벗어나 관중석으로 들어가 야유에 항의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의 당사자인 안정환이 관중의 욕설을 듣다못해 항의하기 위해 관중석으로 들어간 것. 다행히 구단 관계자와 다른 팬들이 안정환을 막아서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대다수 언론매체에서는 안정환의 프로답지 못한 행동을 주로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의 발단이 일부 관중의 도를 넘어선 야유와 선수 가족에 대한 성희롱에 있다고 알려지면서 인터넷에서는 문제를 일으킨 관중을 비판하는 여론으로 들끓고 있다. 물론 관객은 축구를 통해 스트레스를 발산하러 경기장을 찾았기에 어느 정도의 야유는 팬의 권리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도를 넘어선 관중의 야유는 폭력이요. 그런 자들은 서포터가 아닌 훌리건으로서 경기를 방해할 뿐이다.

 

이미 지난 사건들은 되돌릴 수 없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K리그 각 구단과 프로연맹은 관중 관리 대책을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 사건도 심판과 서울 구단 측에서 사전에 조치를 취하였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따라서 K리그 경기, 2군 경기를 막론하고 시합을 방해하는 지나친 행동을 하는 관중은 심판의 권한으로 경기장에서 퇴장시켜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규정 정립 및 강력한 시행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이런 불미스러운 사태를 예방하지 못한 서울 구단 측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각 구단은 경기를 저해하는 요인이라면 어떤 것이든 사전에 방지해야 하며 소란을 일으키는 일부 관중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일부 몰지각한 관중으로 인하여 선수와 다수의 관중이 피해자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한국축구가 발전이 안 된다” 는 안정환의 말을 단순히 화가 나서 한 발언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단순히 선수 한 명, 하찮게 보이는 2군 경기라 해도 한국 축구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않고 흔들릴 때 어떻게 K리그와 한국축구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아직 제 자리도 잡지 못한 K리그에 왜 자꾸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는 지 안타깝기만 하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사건들은 팬들의 발걸음을 경기장에서 멀어지게 할 것이고, 결국 한국 축구를 죽이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12일 안정환은 연맹 상벌위원회로부터 벌금 1천만 원을 부과 받았다. 하지만 경기장 관리를 소홀히 한 FC 서울 구단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징계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것은 분명 유감스럽다. 선수뿐만 아니라 구단 측에도 강력한 징계를 내렸던 K3연맹의 징계와 비교했을 때 프로연맹의 이번 결정은 더욱 아쉽기만 하다. 이번에도 단지 선수 한 명, 일부 서포터만을 마녀 사냥 한 채 흐지부지 되는 것은 아닐까? 프로연맹과 각 구단들은 재발 방지를 위한 확실한 조처를 내놓아야만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플라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09.13 10:25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플라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축구 안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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