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울산시청 남문앞에서 삼성SDI 비정규직 복직을 요구하고 있는 노동계
ⓒ 박석철

우리나라 여성의 대학진학률(2년제 포함)이 지난 2001년 67.7%에서 2005년 80%를 돌파했다.

이제 여성도 고교를 졸업한 후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보편화된 것. 하지만 여전히 고교 졸업 후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5개월 째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SDI 비정규직 하이비트 여성노동자들. 이들은 대학이라는 달콤한 청춘의 여정을 포기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든 케이스다.

넉넉치 않은 가정살림을 위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취업했고 그동안 열심히 일해 적금도 붓고, 부모님께 생활비도 보태며 장밋빛 꿈을 키워왔다. 하지만 이들 여성들은 어느날 '투쟁' 과 '단결'을 외치는 노동투사가 돼 있었다.

지난 3월 31일자로 계약해지를 당해 거리로 내몰린 삼성SDI 사내기업인 하이비트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들은 수은주가 34도를 넘나들며 폭염이 쏟아지던 20일 오후 2시 울산시청 남문 앞 땡볕에서 머리띠를 불근 싸메고 '투쟁'을 외치고 있었다.

20세에 청운의 꿈을 안고 들오온 회사. 비정규직이지만 삼성이라는 닉네임이 붙어 자부심도 느꼈었다는 그들.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주야 맞교대를 하며 휴일날 특근도 했단다.

피켓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몰랐다는 한 여성 노동자는 어느새 자신이 투사가 되어 있는 걸 발견했다고 한다.

삼성SDI 하이비트 해고 노동자 이지현씨. 폭염 아래 머리띠를 두르고 마이크를 잡은 그녀는 울먹이며 외쳤다. "대대적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전 통보도 없이 폐업한다고 해 우리는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쫓겼다. 하지만 인정할 수 없다."

"삼성SDI 고용창출 약속 지키고 있는지 감시해야"

▲ 복직을요구하는 하이비트 해고 노동자 이지현씨.
ⓒ 울산노동뉴스
그는 울산시에도 쓴소리를 했다. "울산시가 하이테크벨리 조성을 하면 고용창출이 된다고 했는데 고용은커녕 우리를 비롯해 더 이상 노동자들의 해고나 시키지말라고 하십시오."

지난해 울산시가 지역경제 활성화, 신규 고용 창출을 전제로 삼성SDI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울산시장이 삼성SDI가 고용창출 약속을 이행하고 있는 지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폭염 아래 울산민주노동당 소속 당직자들과 전교조 울산지부 회원들도 보였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울산시장에 출마한 노옥희 울산민노당 민생특위원장도 같은 여성으로서 공감한다는 표정을 보였다.

울산금속노조 김영균 부지부장은 "비정규직 여성들에겐 이제 노동부에서 지급되던 고용보험금도 이번달 이면 끝인데, 이들의 생계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3일 울산시는 삼성SDI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PDP생산공장 건설에 대한 지방산업단지 지정 등 각종 지원을 약속했었다. 삼성SDI는 고용창출로 화답하겠다고 했다.

지원은 지원대로, 고용창출은?

울산시의 지원아래 삼성SDI가 있는 울주군 삼남면 지역에는 하이테크밸리(High Tech Valley) 조성사업이 진행중이고 지역계의 요청에 이 곳에 자리한 군부대도 공장부지를 위해 이전에 착수했다.

최근 삼성SDI는 이 지역 3만여평의 부지에 총 7300여억원을 투입,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4라인을 완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비정규직 여성들에게 돌아온 건 고용창출이 아니라 계약해지 통지서였다.

이날 폭염아래 비정규직 여성들은 "복직 시켜 달라"고 절규했지만 언론에 보도된 것은 "삼성SDI 울산공장 직원 2명이 최근 한 달 사이 소백산 등 전국 네 곳의 산악지역에서 산삼 열 뿌리를 캐는 횡재를 했다"는 이색 뉴스 뿐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삼성SDI, #비정규직, #하이테크밸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