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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옆에 아주 오래되고 유명한 장어요리집이 있습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30년이 넘었다고도 합니다.

제가 이 집에 들락거린 지도 어느새 1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주로 회식자리 등으로 인한 것이었는데 소문처럼 요리를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맛'을 집사람과 아이들에게도 꼭 한 번 보여주고 싶었는데 집사람은 비싸다는 이유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꼼장어가 맛있지 장어는 징그럽다!"며 한사코 손사래를 쳐 왔습니다.

어제도 아이들은 '꼼장어'를 먹으러 가자고 저를 조르더군요. 저는 기회다 싶어 기어이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집사람과 아이들을 데리고 장어집으로 갔습니다. 모두들 억지로 끌려와 입을 쭉 내밀고 있더니 자리를 잡고 앉게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체념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습니다. 저는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안 먹어봐서 그렇지 이제 한 번 먹어보면 다음에 또 사달라고 할 걸!"

주문을 하고 요리를 기다리는데 먼저 나온 장어뼈 '고은 물' 부터 문제가 되었습니다. 먹어 본 적이 없었던 터라 아이들은 냄새와 맛을 본 뒤 '토'하는 시늉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이니 그러려니 했습니다.

다음으로 장어쓸개로 담근 술이 나왔는데 달랑 두 잔이었습니다. 전에 먹어본 바로는 병으로 나와야 했습니다. 아주머니를 불러 따졌습니다.

"제가 이 집에 다닌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이거 병으로 나와야 하는데 왜 두 잔밖에 안 주는 겁니까?"

결국 한 병이 다 나오더군요. 그래도 이미 기분은 상해 있었습니다.

주요리가 나왔는데 색깔부터 전에 먹어본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맛도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물어 봤습니다.

"야! 맛있지?"

둘째 녀석이 대답했습니다.

"맛 없어요! 꼼장어가 훨씬 맛있어요. 이거 뭐 비싸기만 하고…."

사실 제가 먹어봐도 전에 비해 맛이 훨씬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너무나 비싼 요리이기에 꾸역꾸역 다 먹었습니다. 그 때쯤 옆에서 마지막 장어 한 점을 상추에 싸 입에 넣고 우물거리고 있던 애엄마가 염장을 지릅니다.

"이거 뼈 튀김은 안 나오는거야?"

맞습니다. 나와야 하는데 나오지 않았던 겁니다. 종업원을 불러 물었더니 원래 주문을 해야 나옵답니다. 지배인을 오라 했습니다. 다시 10년 넘게 단골임을 강조하며 이래도 되는 거냐고 따졌습니다. 지배인 말이 원래 기준량 이하로 주문하면 그렇다는 겁니다. 제가 다닐 땐 늘 사람이 많아 당연한 것처럼 서비스되던 것이 사실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옵션'이었던 셈이지요.

그래도 오기가 나 기어이 뼈 튀김을 달라 했습니다. 식당측에서도 부아가 났는지 전에 먹던 것과는 다르게 길쭉하고 거무튀튀한 뼈 튀김을 한 접시 가득 내왔습니다. 전에는 손톱만하게 먹기 좋은 크기로 색깔도, 좋은 기름으로 튀긴 것이 확연하게 느껴질 만큼 허여멀건한 것이 나왔었는데 말입니다.

그들의 내심의 의사가 어쨌든 저에게는 "옛다!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하는 뜻으로 받아 들여지더군요. 저 역시 저항의 표시로 두 조각을 먹고는 다 남겨두고 나와 버렸습니다. 등 뒤로 "감사합니다. 또 오십시오!"하는 그들의 인사도 "다시는 오지 마라!" 하는 뜻으로 들릴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제가 이곳에 오지 않는 동안 주방장이 바뀌어 조리방법이 변했을 수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오지 않았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름난 식당'이라는 곳이 언제 그곳에 찾아가도 변함없는 맛과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고 또 제공해 주기에 유명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조변석개하는 맛과 서비스로는 결코 고객을 만족시킬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오늘 제가 찾았던 이 곳은 이제 더이상 저를 만족시킬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맛이며 서비스 모두가 말입니다.

한 끼 저녁값으로 거금 88,000원이 나갔습니다. 집사람은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는 말로 저를 위로하려고 하지만 한 사람당 22,000원짜리 한정식을 먹었으면 얼마나 대접을 잘 받았겠느냐는 질책도 잊지 않았습니다. 또 아이들은 맛도 없고 재미도 없다면서 중간에 일어나 집으로 가버린 상태였습니다.

돈만 쓰고 욕만 먹고 기분까지 망친 저녁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장어(鰻) 유감'입니다.

태그:#장어, #꼼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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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분야는 역사분야, 여행관련, 시사분야 등입니다. 참고로 저의 홈페이지를 소개합니다. http://www.refdo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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