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아베 신조 총리가 자민당 결의대회에서 간부들과 함께 이번 참의원선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재팬> 요시카와 타다유기

일본 집권 자민당이 29일 실시된 참의원선거에서 37석을 획득하는 데 그치는 충격적인 참패를 당했다. 자민당의 연립정권 파트너인 공명당도 9석을 얻는 데 그쳐 역시 사상 최악의 성적을 냈다.

이로써 연립 여당은 이번 선거 대상이 아닌 58석을 합친 참의원 전체 의석이 104석으로 줄어 과반수(122석)에 훨씬 못 미치게 됐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무려 27석을 잃었고, 공명당도 3석을 잃었다. 여당 성향의 무소속 당선자를 끌어들이더라도 과반수 확보가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이다.

반면 제1야당인 민주당은 28석을 추가한 60석을 획득함으로써 이번 선거 대상이 아닌 49석을 합쳐 109석을 확보, 일약 제1당으로 부상하면서 참의원 운영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자민당이 참의원에서 제1당 자리를 내주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밖에 야당들로 공산당 3, 사민당 2, 국민신당 2, 신당일본이 1석을 각각 얻어 야당 측이 참의원 과반수를 차지하게 됐다(무소속 7석).

아베 "겸허하게 받아들이지만, 개혁 추진이 나의 사명"

아베 신조 정권에 대한 신임투표 양상으로 전개된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이 대패함으로써 향후 일본 정국은 격진에 휩싸일 것이 불가피하게 됐다. 당장 아베 총리의 책임 문제가 부상하면서 당내외에서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이날 저녁 자민당의 대패 결과가 알려진 뒤 각 방송사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 "총리에 취임해서 개혁 추진과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를 국민에게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켜나가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 생각한다"고 말해 퇴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아베 총리는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 뒤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의 패배가 확실해지자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정권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은 총리를 사실상 중의원에서 선출하기 때문에 참의원에서 여당 과반수가 무너졌다고 해서 총리가 물러날 필요는 없다. 또 자민당 내에서 아베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렇게 크지 않고, 전체 계파를 아우를만한 '차기 주자'도 뚜렷이 부상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아베 정권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번 아베 정권이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입은 정치적 타격이 워낙 크기 때문에 퇴진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자민당은 당초 목표로 했던 참의원 과반수 유지는커녕, 하시모토 류타로 정권의 퇴진을 몰고 왔던 지난 1998년 참의원 선거의 44석에도 훨씬 못 미치는 의석을 얻었다. 역시 우노 소스케 총리의 퇴진으로 귀결됐던 1989년 참의원 선거 당시 획득한 36석에 이은 최악의 결과다.

'여소야대' 정국 어떻게 헤쳐 나갈까

▲ 도쿄 시내에 나붙은 참의원선거 후보자 공고 게시판.
ⓒ <오마이뉴스 재팬> 요시카와 타다유기
아베 총리는 과연 이런 상처를 입고서 향후 정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 생각일까? 참의원이 '여소야대'로 바뀐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정국 운영에 이만저만한 장벽이 아니다.

법률안이나 각종 안건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중의원과 참의원의 일치된 결의가 필요하다. 법률안의 경우 중의원이 먼저 심의해 가결되면 참의원으로 보낸다. 참의원도 이를 가결하면 법률로써 성립하지만, 만약 내용을 수정할 경우에는 중의원으로 되돌려진다.

여기서 중의원이 수정안에 동의하면 법률로써 성립하지만, 양원의 결의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에는 '양원협의회'를 열어 조정을 거치게 된다. 끝내 양원의 의견이 다를 경우에는 중의원에서 출석의원 3분의 2의 찬성으로 일방적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

현재 중의원은 연립 여당 의석이 전체의 3분의 2를 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법률안을 처리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이론일 뿐이며 기본적으로 야당 측의 협조가 없으면 원활한 정국운영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야당 측이 법안심의에 한정 없이 시간을 끌면 원하는 시간 내에 처리할 수 없는 등 정권을 애먹이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참의원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중의원 결의가 곧바로 국회의 전체 결의로 인정되는 총리 지명과 예산안·조약 등의 처리도 마찬가지이다. 야당 측이 '꼼꼼한' 심의를 명분으로 시간을 끌면 정권으로선 난감한 상황이 된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결과가 나온 뒤 아베 정권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내려졌다고 보고 곧바로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앞으로 주요 법안이나 예산안 등의 처리를 둘러싸고 자민당과 사사건건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퇴진' 보다는 '중의원 해산, 총선거' 가능성

새로운 의장 선거를 위해 8월 초순 소집될 예정인 임시국회에서부터 여야는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우선 참의원 의장을 서로 양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미군의 이라크전 수행을 후방 지원하기 위해 인도양에 파견돼 있는 해상자위대의 활동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대테러 특별법'도 처리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참의원 심의에서 시간을 끌면 자위대를 일단 철수시켜야 하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아베 정권은 스스로 퇴진하는 길을 택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정권을 끌고 가보고, 그래도 안 되면 '중의원 해산, 총선거'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아베 총리가 스스로 물러나고, 자민당에서 총재선거를 다시 실시해서 새로운 총리를 내세운다고 해도 참의원의 '여소야대' 상황은 변하지 않으며, 이런 상황을 뛰어넘을만한 리더십이 나올 가능성도 지금으로선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아베 총리가 '중의원 해산, 총선거'를 단행한다면 그 시기는 빨라도 내년 3월 예산안 통과 이후가 될 것이란 예상이 강하다. 그러나 참의원 '여소야대'란 일본 정치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일본은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 등장 이후 총리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안정된 리더십'이 끌고 왔다. 이번 참의원 선거 결과는 그런 시대의 종막을 의미한다. 이제부터는 90년대처럼 '단명 정권'이 이어지는 혼란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는 일본의 내정과 대외정책의 방향에 폭넓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 7월 29일 참의원 선거 실시를 알리는 현수막.
ⓒ <오마이뉴스 재팬> 요시카와 타다유기

태그:#일본 참의원 선거, #자민당 참패, #아베 신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