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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5일 새벽 0시 30분]


남북정상회담 개최, 평화협정 체결 추진, 평양·서울 경제대표부 설치….

범여권의 대북정책이 아니다. 보수정당을 표방해온 한나라당의 것이다. 한나라당은 4일 오후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국회의원·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위의 내용이 포함된 새로운 대북정책을 담은 '한반도 평화비전'을 발표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당내에서 반발이 일고 있어 대선 공약으로까지 내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 정형근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4일 국회의원연석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경제협력 활성화, 남북자유왕래, 북한 방송.신문 전면수용, 북한 극빈층에 대한 쌀 무상지원 등을 골자로 한 새 대북정책 `한반도 평화비전`을 발표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형근 "한나라당, 그간 탈냉전 흐름 간과"

새 대북정책의 기틀을 마련한 의원은 정형근 최고위원이다. 그는 1국장, 1차장 등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전신)에서 13년간 간부로 일하며 주요 공안사건의 수사를 지휘한 경력이 있다. 당내에서도 강경 보수파에 속한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05년 5월 "심각한 식량난으로 아사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는 북한 동포들을 위해 무조건적인 비료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지난해엔 라디오 방송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정 의원이 이끄는 평화통일특별위원회(평통특위)가 마련한 '한반도 평화비전'은 적극적인 대북개방과 소통이 그 뼈대다. 평통특위는 이 정책안을 제안하면서 "그동안 한나라당은 대북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선 안보, 후 교류협력을 강조한 나머지 동북아의 탈냉전 흐름을 일부 간과하는 등 현실적 대응력이 미흡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평통특위는 "한나라당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한민족공동체 건설'이란 목표하에 우리 체제에 대한 자신감, 우리의 국력, 세계정세와 국민의 대북인식 변화를 바탕으로 전향적이며 적극적이고 유연한 '대북 개방·소통 정책'인 '한반도 평화 비전'을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평통특위는 5대 중점과제를 ▲비핵평화체제 착근 ▲경제공동체 형성 ▲통행·통신협력체제 기반 구축 ▲인도적 협력·지원 ▲인권공동체 실현로 정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했다.

연 3만명 북한 산업연수생 도입... '파격'

먼저 비핵평화체제의 주요 실천방안에는 '비핵화, 평화정착을 위해 필요시 남북정상회담 개최, 남·북·미·중 4자간 종전선언 수용 검토, 한반도의 완전한 긴장완화시 평화협정 체결 추진 등이 있다. '필요시', '한반도의 완전한 긴장완화시'라는 단서가 달리긴 했으나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한다는 부분은 파격적이다.

경제공동체 형성 부분에서도 '평양·서울 경제대표부(경제협력관 상주) 설치, 연 3만명 규모의 북한 산업연수생 도입, 서울-신의주간 신경의고속도로 건설 지원 등이 눈에 띈다. 특히 특위는 김포-순안간 남북 정기항공로 개설, 한강-예성강·한강-임진강 뱃길 개설을 제안하면서 "(남북간) 바닷길과 하늘길을 열자"고 제안했다.

북한경제발전 종합계획도 발표했다. 남북한판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철원, 파주 등에 개성공단형 경제특구 조성, 속초·거진항을 대북특구로 개방, 금강산·설악산을 연계한 관광특구 조성 등이 주요 내용이다.

또한 평통특위는 통행·통신 협력체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학술·문화·체육·NGO 교류 및 지원 확대, 단계적인 남북 전면 자유 왕래 추진, 선 북한 방송·신문 전면 수용, 남북한 유·무선 통신 개통 추진 등을 제안했다.

이밖에도 평통특위는 북한 인권 개선 조치와 탈북자 지원 대책도 발표했다. '300만명의 극빈계층에 연 15만톤 쌀 무상지원', '임산부, 영유아, 어린이, 노인 등 취약계층에 분유, 식량, 영양제 무산지원' 등이 담겼다.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다워야"... 당내 보수파는 '반발'

하지만, 이 정책은 발표 첫날부터 당내 강경보수파의 반발에 부닥쳤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한나라당을 두고 평화통일을 방해하는 세력이라는둥 우리가 욕을 먹고 있는데 (새 정책은) 유연하고 통일지향적이다. 한나라당이 오늘 남북문제에 대한 새롭고 확실한 시각을 발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지만, 보수성향 의원들의 입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김용갑 의원은 "시대가 변하고 남북관계도 변했으니 한나라당이 대선을 맞아 수구적인 것을 탈피해야 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다워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김기춘·이상배 의원도 가세했다. 김 의원은 "이 내용을 당론으로 채택하자는 것이냐. 민감한 부분이 많다"며 정책안에 난색을 표했다. 이 의원도 "조급할 필요가 없다. 의원총회 등을 통해 충분히 검토하고 나중에 당의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후보가 공약으로 밝히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태그:#정형근, #한나라당, #대북정책, #탈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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