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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지왕초 목사인 김홍술씨가 노숙자 공동체인 '부활의집'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사진은 지난 기사 '거지왕초 목사, 보금자리 수리 대장정'에도 게재된 바 있다.
ⓒ 송상호
"며칠 뒤가 딸내미 20살 생일인데 그날 집안 친척들 다 초청해서 '성인식'을 겸해서 할라꼬 하는데…."

이렇게 시작된 거지왕초 김홍술 목사가 들려주는 자신의 딸아이 '성인식'의 자초지종은 이렇다.

"마. 우리 딸내미 '성인식'은 내 형제들의 식구들캉 어머니랑 우리 집 식구들캉 모두 모여서 할라꼬요."
"무슨 이유라도?"
"딸내미가 주위의 축복을 받으며 성인이 되는 것을 축복하는 의미도 있지만서도 그것보다 더 큰 이유가 있능기라."
"그것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고요?"
"그날 친척들 보는 앞에서 딸내미에게 공식적으로 선언할게 있어서 그렇다 아임니꺼. 그건 바로 이제 성인이 되는 딸내미에게 부모로부터 '독립선언'을 한다는 거 아이겠심니까. 혼자 살아가기로 공식 선언하는 거라요. 그라이까네 바야흐로 어른이 된다 이야기지예."

그러니까 그의 이야기인즉슨 이날 성인식을 하고난 딸은 이제 부모로부터 일체 용돈이나 학비를 받지 않는다는 선언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젠 어른이니 어른답게 혼자서 돈을 벌어 혼자의 힘으로 공부도 하고 삶도 꾸려나가게 한다는 이야기다. 말로만 어른이 아니라 실제로 이날부터 어른이라는 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선언하고 약속한다는 이야기렷다.

그것 참 '거지왕초 목사'다운 결정이다 싶다. 사실 김 목사가 살아온 내력은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모범을 넘어서는 드라마 같은 인생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노숙자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이야기는 이 시대에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김 목사의 결정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찬성을 하게 된다.

첫째는 성인식을 친척들과 집안 어른들을 모시고 한다는 것이다. 뭘 그렇게 거창하게 하느냐 싶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엄연히 우리 사회의 공식적인 일꾼이 된다는 거다. 모든 주위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자신을 책임지고 살아야 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한 개인이 어른이 되는 것을 넘어서서 한 공동체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된다는 것이니 공동체의 축복 속에서 하는 것이 얼마나 뜻 깊은지 모를 일이 아닌가. 지금도 이슬람 사회에선 소년이 '할례식'을 할 때면 지역 공동체가 모두 축제 분위기라는 거 아닌가. 한 사람이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의식을 할 수 있도록 벌어지는 공동체적 관습이 요즘은 정말 아쉬운 시대이니 만큼 김 목사의 결정은 참 고무적이다 싶다.

둘째는 성인식을 아주 실제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사실 성인식을 했지만, 여전히 아이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부모 그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데 성인식 하는 날에 공식적으로 부모가 해주었던 모든 원조를 끊어버린다는 선언을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스스로도 결의를 다지는 것이고, 부모도 어려운 약속을 하는 것이다. 사실 부모로서 그런 약속을 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목사님의 딸이 처음부터 잘하지는 못하고 힘들어할지도 모를 텐데요?"
"아 그거야. 집사람과 이바구 한 거지만서도 딸내미가 힘들어하는 것이 보인다 싶으면 비정기적으로 도와줄 기라요. 당연히 받는 게 아이라 부모의 고마운 은혜라 이런 이야기지예."

이렇게 조치하기까지 김 목사의 아내가 힘들어했단다. 사실 모성애라는 것은 생각보다 애잔하고 끈질기지 않는가. 그런 것을 포기하려면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부부 두 사람이 그동안 살아온 신뢰가 있기에 서로 합의한 것이다. 물론 그의 딸은 그동안 '독립정신'의 가정풍토에서 살아왔기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참 좋은 현상이라 할 것이다.

하여튼 이런 이야기를 집에 와서 아내에게 들려주며 '우리 집 아이들도 그렇게 하면 되겠다'는 결의 아닌 결의를 다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덧붙이는 글 | * 이 인터뷰는 지난 18일 서울 서대문에서 행한 한 개신교 모임에서 이루어졌다.

* 김목사가 꾸려가는 노숙자의 가난공동체 ‘부활의집’은 부산 구포에 위치하고 있으며 홈페이지는 http://www.homeless.name/ 이다.


태그:#부활의집, #김홍술목사, #송상호목사, #성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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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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