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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살 싱글대디 이민용
ⓒ mbc
미친개. <거침없이 하이킥> 이민용의 별명이다. 몽둥이를 휘두르는 독재자형 체육선생. 두발단속이며 오토바이단속, 핸드폰 압수 등 아이들이 싫어라 하는 일을 도맡아하는 그를 일러 학생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런가 하면 그는 브래드 피트다. 세기의 미남자 브래드 피트? 하지만 이민용 선생을 사랑하는 서민정 선생의 눈에는 그저 브래드 피트다. 미친개와 브래드 피트 사이에 이민용이 있다.

이 남자 까칠하다

까칠한 이 남자, 싫은 건 죽어도 싫다. 어느 날 한의사인 형수 해미가 민용의 선배피디를 통해 방송출연을 부탁하지만 민용은 말을 꺼내려하면 피해버린다. 형수를 피하기 위해 잠자는 척하기도 하고(간지럼 고문을 견디며), 화장실에 숨었다가 해미가 들어오자 창문에 매달리다 다쳐 응급차를 타고 가는 지경에 이른다.

이런 성격의 민용이 형 준하를 존경할 리 없다. 하지만 어느 날 준하가 민용의 데이트 장면을 눈감아주자 형을 존경하기 시작한다. 식신준하, 괴물준하는 까칠한 동생의 존경을 얻자 엉덩이춤까지 추며 좋아죽는다. 어리둥절한 해미에게 말한다.

"여보, 걔가 어떤 앤데. 40년 만에 걔가 나한테 형 대접을 하는 거야! 존경한대잖아! 저 녀석이 어떤 녀석인데~ 민용이가 나를 존경하면서 우리집 식구들 전부가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구!"

물론 그 존경은 삼일천하로 끝나고 말았다. 눈치 빠른 해미가 캐묻자 준하는 순식간에 비밀을 발설했고 '존경은 개뿔'이라는 한마디로 서로의 관계는 원상 복귀한다.

말리지 마라, 원칙대로 간다

▲ 몽둥이와 썰렁함은 그의 트레이드마크
ⓒ mbc
학교에서 민용은 '미친개'로 불린다. 아이들은 이 '미친개'에게 걸리면 끝장이다. 미인계며 애교도 통하지 않는다. 전교 꼴지 유미. 하지 말라고 한 짓은 다하고 다닌다. 민용의 레이더에 당연히 걸린다. 민용의 괴롭힘에 대처하는 유미의 자세 "선생님 저, 사실 나이 많거든요" 끄덕도 않는 민용의 답은 썰렁하다. "그래, 그게 어쨌다는 거야? 나이 많으면 학생 아냐?"

작전을 바꾼 유미, "선생님 저, 사실 간첩이거든요." 다른 사람 같았으면 약간의 표정변화라도 있었을 것 같은 이 상황 앞에 민용씨 썰렁하다. "그래서 뭐, 간첩이면 공부 안 해도 돼... 네가 간첩이든 무장공비이든 간에 넌 지금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 뭐가 달라져?...무슨 간첩이 뭐 이리 무식해, 간첩이면 적어도 영어나 지리는 잘해야 되는 거 아냐."

결국 유미는 민용이가 내준 숙제인 연습장 2권 중 20장을 채우지 못한 벌로 회초리 20대를 맞게 됐다. 게다가 복장단속에 걸려 5대가 추가, 총 25대의 맞고선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이 마지막을 수놓았다. 이 방송이 나가고 '까칠민용'에 이어 'FM민용'이라는 별명이 추가 됐다.
민용이 마냥 까칠했다면 그가 사랑받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초지일관, 위아래 상관없이 원칙대로 밀고 가는 까칠함에는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다.

이 남자 따뜻하다

▲ 옥탑방 개장시간을 기다리는 가족들
ⓒ mbc
하이킥의 베스트로도 뽑힌 116회 '민용월드'편은 민용이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보금자리인 옥탑방.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무시로 드나드는 '공공장소'다. 범이와 민호는 컴퓨터게임을 맘 놓고 하고 유미는 훌라후프를 돌리고, 찬성이는 랩 연습을 한다. 준하는 노트북을 켜고 있고, 엄마 문희는 옥상에 빨래 널러 갈 때 편하다며 '봉타기'를 즐겨한다.

급기야 화가 난 민용이 '옥탑방 출입제한 선언'을 한다. 민용의 방은 모두의 방이기도 하다. 민용이가 까칠하기만 한 사람이었다면 옥탑방에 누구나 무시로 드나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출입금지령을 내려도 되겠지만 일정한 시간에 '개장'을 해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음씨, 따뜻하다.

전처인 신지에게는 자상한 전 남편이다. 신지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달려가 주고, 전화 목소리가 좀 이상하면 감기 걸렸니? 약은 먹었니? 걱정해주는 다정한 사람이다. 그의 섬세한 마음씨에 신지는 그때마다 흔들린다.

김병욱표 인물에 보내는 찬사

주몽은 술 취하면 어떤 버릇이 있었을까? 황진이는 옷장정리를 잘 했을까? 이런 우스꽝스런 상상을 해 보는 이유는 텔레비전 속의 인물들은 한결같이 천사표거나 그 반대인 악한으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실 속의 인물들은 그렇지 않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히틀러 통치하에 수많은 유대인을 가스실로 보낸 책임자는 이웃사람에겐 클래식을 사랑하고 정원 가꾸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슈퍼우먼 해미는 변기가 막힐 정도의 똥을 누고 술주정하는 모습은 가관이다. 근엄하고 독재 스타일의 아버지인 순재는 야동을 즐겨보고 첫사랑에 연연해한다. 민용씨, 그는 까칠하고 썰렁하다. 하지만 은근히 모든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사람들을 따뜻하게 배려할 줄 안다. 까칠한 만큼 부끄럽지 않게 산다. 학생들에겐 미친개이고, 연인에겐 브래드 피트다.

<거침없이 하이킥>, 김병욱의 시트콤이 주는 즐거움은 인물의 리얼리티다. 복잡미묘한 사람의 내면을 그리는 탁월한 시선, 바로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에피소드들, 그리고 무엇보다 정형화 되지 않은 인물설정은 그 어떤 대하드라마 보다 낫다. 인간은 원래 다면체라는 거, 김병욱의 시트콤은 자주 자주 되새기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티뷰기자단


태그:#거침없이 하이킥, #이민용, #김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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