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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도쿄 히비야 공원 야외음악당에서는 조총련 약 5천여명이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었다.
ⓒ 박쳘현
ⓒ 박철현

지난 3일 도쿄 히비야공원에서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약 5000명의 대규모 공개집회가 열렸다.

이번 집회의 명칭은 '3·1 인민봉기 88주년 기념, 일본당국의 총련과 재일동포에 대한 부당한 정치탄압과 인권유린행위에 반대하는 중앙대회'. 작년 10월 한 고령의 재일동포여성 약사법 위반혐의 수사를 시작으로 올해 2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일본정부와 경찰당국의 재일조선인 탄압을 규탄하는 집회다.

총련 관계자는 "도쿄집회에는 나가노현에서 후쿠시마현까지, 넓은 의미에서 관동 지역이 총결집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시간, 관서지역의 효고현에서도 같은 규모(약5천명)의 집회가 열린다"고 덧붙였다.

조총련 "도쿄도의 통보는 이지메"

그러나 개최 2일전인 3월 1일까지 과연 집회가 열릴 수 있는지에 대한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집회장소인 히비야 공원 야외음악당의 장소 허가를 둘러싸고 1주일 전인 2월 26일 도쿄도가 공원의 혼잡과 일반 시민의 불편, 우익단체의 반발, 그리고 5000명이 모였을 때의 사고발생의 가능성 등을 이유로 들어 이미 1월 중 허가승인이 떨어져 있었던 사용승인의 '취소'를 조총련 측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통보를 받은 조총련측은 변호사와의 협의를 통해 같은 날 오후 도쿄도를 대상으로 "사용승인 취소요구를 정지하라"는 민사소송을 걸었다. 이 소송에 대하여 도쿄지방재판소는 2월 28일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사용승인을 허가한다고 해서 공공의 복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 (2007년 2월 28일, 도쿄 지방재판소 민사 제38부 재판장 스기하라 노리히코) "

조총련 승소 판결이 나오자마자 도쿄도는 고등재판소에 항고하지만, 고등재판소 역시 3월 1일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관점에서라도…"라는 표현이 판결문에 넣는 등 보다 강한 어조의 원심확정 결정을 내렸다.

3일 집회현장에서 만난 조총련중앙본부 국제국의 문광우 부국장은 재판소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극히 당연한 결정이에요. 우리는 평화적인 집회를 열어 시민에게 불편을 최대한 주지 않으려고 하고 있으며, 또 경찰청과 집회에 관한 협의도 몇차례에 걸쳐서 했었어요. 그런데,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갑자기 사용취소라니, 이거 무슨 장난도 아니고…. '이지메'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어요."

"'우리가 법률'이라며 불법 수사... 이건 '광란'이다"

▲ 대형 현수막과 피켓을 든 시위대열이 히비야 공원을 출발하고 있다
ⓒ 박철현
▲ 긴자 교차로를 지나고 있는 시위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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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총련의 남승우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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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열린 이번 집회는 대략 1시간30분에 걸쳐 진행되었다. 연단에 선 조총련 중앙본부의 남승우 부의장은 다음과 같이 지난 3개월간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우리 재일동포들이 하나로 뭉쳐야 된다고 역설했다.

"'광란'이라는 표현이외에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지난 3개월여간 경찰당국의 불법 강제·부당 수사와 수색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의 지역본부 4곳, 지부 2곳, 상공회 5곳, 민족학교 14곳, 개인 39곳등이 불법수사의 희생물이 되었다.

효고현에서는 수색의 이유를 묻는 우리 관계자에 대해 경찰이 오만한 태도로 '우리가 법률'이라고 말하면서 13시간이상 강제수색을 계속했다. 업무고 뭐고 될 리가 없다. 이런 불법 수색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절대 흔들림없이 마음을 하나로 해 투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집회에서는 현재 북한과 일본사이의 왕래가 금지되어 있는 만경봉호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니시도쿄(서부도쿄) 지부로부터 참가한 어떤 15살짜리 학생은 "조국(북한)을 방문할 경우에 걸리는 비용이나 시간, 수속이 몇배 증가했다"며 "외교적으로 양국간의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인도적인 자세에서라도 만경봉호 왕래를 시급히 재개해주길 바란다"고 운행재개를 호소하기도 했다.

조총련의 산하단체 재일본조선청년동맹(조청)의 간부는 "민족학교에 대한 전국 각지역의 지방자치단체, 우익단체의 이지메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우리 후배들이 고통을 받지 않도록 우리들이 앞장서서 단결해 나가야 한다"며 분개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 재일본조선상공회(상공회)의 한 간부는 지난 연말부터 계속되고 있는 일본 경시청의 불법, 강제수색에 대해 "12~2월은 회계결산, 확정신고 등이 있는 시기다"며 "이런 때 '(조총련이) 부정하게 얻은 수익이 북한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유언비어를 경찰이 흘리고 언론에서 이를 받아써 보도하면, 일본 국민들이 당연히 의심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그러한 보도 등에서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상부에 보고해서 수사의 빌미를 잡는 것이니까, 결국 경찰에서 시작되어 경찰로 끝나는 것"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약 1시간 반에 이른 집회는 도쿄도의 우려와는 달리 평화적으로 끝났고, 집회의 후반부에서는 ▲경찰당국의 불법 탄압 금지 ▲만경봉92호의 운행 재개 ▲평양선언에 근거한 북일 국교정상화의 성실한 이행 등을 요구하는 성명문이 채택되었다. 조총련은 이 성명문을 수상관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경찰의 총평 "대체로 평화적인 집회"

▲ 히비야 공원 주위에는 공원내 진입을 시도하는 우익단체 차량들이 눈에 띄었다.
ⓒ 박철현
ⓒ 박철현
이날 히비야공원 주변에는 집회 후의 데모 행진에 대비해 기동타격대를 비롯한 경찰관 1500명이 동원되어 엄중한 경계태세를 보였다.

집회중 몇몇 우익단체가 가두선전차량을 동원하여 "일본에 살면서 일본을 비판하는 너희들은 북한으로 돌아가라!" "납치피해자를 돌려 보내라!" 등을 외치면서 공원진입을 시도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경찰이 재빠르게 대응해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현장을 관할하고 있던 경시청 총책임자에게 가두행진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들(조총련)은 평화적으로 시위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고 또 경찰의 지시대로 움직인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아마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익단체가 도중에 끼어들려고 할지도 모르지만… 뭐,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오후 1시 15분, 집회 행렬은 히비야 공원을 출발해 약 3㎞에 이르는 거리행진을 했다. 출발당시 우익단체의 회원으로 보이는 1명이 갑자기 시위대에 난입했지만, 경찰이 금방 제지해 별다른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으며, 집회 종료후 경찰의 한 간부는 "대체로 평화적인 시위"라는 총평을 내리기도 했다.

한편 긴자역 부근에서는 '납치피해자 가족을 지원하는 회'라고 자칭하는 대여섯명의 사람들이 집회 현장 근처의 도로에서 "일본은 당신들처럼 납치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까지도 집회를 허가하는 나라인데, 이런 집회를 당신네들 북한에서는 상상할 수 있나"라고 이야기하면서 "이것을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의 주장만 하고 있는 당신들은 도대체 무엇인가? 빨리 납치피해자들을 돌려달라"고 주장하는 광경이 보이기도 했다.

시민들 "우선 납치를 해결하고 나서..."

긴자역 근처를 오고다니는 시민들에게 이번 집회에 대해 물었다.

"우선 납치 문제에 성실한 자세를 보이고 나서, 국교 정상화라든지 만경봉호라든가 말하면 좋겠다. (40대, 샐러리맨)"

"흥미 없습니다. 단지 시끄러울 뿐. (20대, 커플)"

"뭐, 좋지 않습니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오랜만이네요. (60대, 긴자에서 자영업)"


여러가지 의견이 나왔지만, 제일 처음의 40대 샐러리맨과 비슷한 대답이 과반수를 차지한 것도 사실이다(10명에게 물어 보았지만, 6명이 "우선 납치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2월에 있었던 6자회담의 결과로 인해 한반도 정세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4월 평양 방문설, 그리고 3월 3일 발표된 남북장관급 실무협의의 재개등 긍정적인 방향을 향한 급속한 전개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변국의 이러한 정세호전과는 상관없이 일본과 북한의 관계는 변함없이 서로를 적대시하고 있다. 해결책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태그:#조총련, #히비야, #재일동포, #정치탄압, #약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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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도쿄거주. 소설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에세이 <이렇게 살아도 돼>, <어른은 어떻게 돼?>,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를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최신작은 <쓴다는 것>. 현재 도쿄 테츠야공무점 대표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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