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90여 일 앞두고 있건만 독일은 개최국답지 않게 썰렁한 분위기다.

독일은 지난해 12월31일 브란덴부르크 연말축제에 월드컵 출전 32개국 관계자를 초청하는 것을 시작으로 연초부터 월드컵 분위기에 시동을 걸었으나 월드컵 경기장 안전 논란, 월드컵 축하공연 취소, 조류독감 확산으로 좀처럼 축제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했다. 그나마 독일팀이 예상외의 좋은 성적을 거둔 이탈리아 동계올림픽이 끝나면서 '이제는 월드컵이다'라는 분위기가 잠깐 형성됐으나, 지난 3월1일 이탈리아 평가전에서 독일팀이 4대 1로 대패하면서 다시 냉랭해졌다.

독일 대표팀의 최대 골칫거리는 감독?

▲ 클린스만 자서전 표지.
최근의 가장 큰 논란은 독일 축구대표팀 감독 클린스만에 대한 불만이다. 월드컵 D-100일이었던 지난 3월1일 독일 대표팀이 이탈리아와 가진 평가전에서 4대 1로 대패하면서 클린스만에 대한 여러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어부지리로 준우승했다는 세간의 평을 만회할 것으로 기대했던 이탈리아 전에서 예상외의 대패를 기록하자 일부 언론은 "여하튼 월드컵은 독일에서 열린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고, 연방의회에서는 감독을 출석시켜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것은 평가전 패배시 늘 따르는 비난수준이었고 이번 경기 결과만 갖고 너무 과민반응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다수였다.

정작 축구계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은 따로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탈리아 전 패배 후 결과에 대한 따가운 시선에 아랑곳없이 경기가 끝나자마자 가족이 있는 캘리포니아로 바로 날아간 것.

클린스만 감독은 3월 6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렸던 월드컵 출전국 감독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감독회의에는 코치 요하임 뢰브가 대신 참가했다. 이에 대해 독일월드컵 조직위위원장 베켄바우어는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독일 언론 <쥐트도이체>와의 인터뷰에서 "월드컵 성공개최를 위해 국내외를 불철주야로 뛰고 있는 마당에 개최국 팀 감독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취할 태도가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

독일 축구계와 클린스만 감독의 갈등은 이전에도 있어 왔다. 지난 2004년 유럽챔피언전에서 루마니아에 5대 1로 패한 뒤 독일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은 클린스만은 그간 대표팀 전술, 운영 등을 놓고 축구계와 적지않은 논란을 빚었다. 대표팀 선수들이 뛰고 있는 프로축구계 지도자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지난해 10월에는 프로축구계 감독과 회동을 열었을 정도.

클린스만 감독은 누구?

42세의 젊은 감독 클린스만은 독일 프로 리그뿐 아니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리그 등에서 맹활약한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독일의 대표적 스트라이커 출신이다.

1983년 독일 분데스리가 2부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한 후 2년 뒤인 1985년 1부 리그로 옮기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 90년대 최고 독일선수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빠른 발과 드리블을 무기로 하는 그는 1988년 국가대표로 발탁,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독일이 우승하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독일뿐 다른 유럽리그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여 1995년에는 영국리그에서 최고선수로 뽑혔으며 2003년 미국 프로리그에서 30대 후반의 노장선수로 활약했다.

미국인 데비와 결혼한 그는 미국에서 스포츠컨설턴트로 활동하는 동시에 독일의 청소년축구재단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2004년 7월부터 독일 대표팀 감독으로 활동해 왔다.
특히 클린스만 감독의 잦은 미국행은 그가 대표팀을 맡은 이후 끊이지 않고 논란이 돼왔다. 미국에서 축구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미국인 아내와 두 자녀를 둔 그가 적지 않은 시간을 미국에서 보내고 있기 때문. 지난해 10월, 중국과의 대표팀 경기를 마친 후 바로 미국으로 날아간 것에 대해 거센 비판이 일자 클린스만은 "독일에 며칠 머물며 경기결과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고 잘못을 시인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독일 밖에서 오랜 시간을 머무는 대표팀 감독을 방치하는 독일 축구협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도.

과거 분분한 의견을 보이던 대표팀 감독의 두 나라 생활에 대한 여론의 목소리는 이번 사건 이후로 확실히 기울었다. 이탈리아 평가전 이후 뉴스전문 채널 NTV가 벌인 설문조사에서 70%의 응답자가 "클린스만이 독일에 머무는 게 적합하다"고 답했다.

한편,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은 이번 월드컵에서 선전할 것이며 나는 미국에서 월드컵을 준비할 수 있다"는 의견을 펴고 있다.

"범죄조직에 의한 강제매춘을 막아라"

독일축구계는 100만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월드컵 기간에 발생할지 모르는 강제매춘을 막기 위해 고심중이다.

독일경찰은 "유럽범죄조직들이 동유럽 여성들을 대상으로 독일의 디스코텍, 술집 등에서 일할 수 있다고 속인 채 이들을 강제매춘에 동원하려고 할 것"이라며 특히 10~20대 여성들이 범죄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독일경찰노조 대표 프라이베르그는 "유럽 전역에 50만에 달하는 여성이 범죄 조직하에서 강제매춘으로 희생당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타게스슈피겔> 등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 기간 최대 4만여 명의 강제매춘 희생자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시사주간지 <슈피겔 온라인판> 3월8일자는 "희생자들은 하루에 10유로(1만2천원) 밖에 받지 못하며 강제매춘에 시달리는 한편 조직적으로 강제매춘을 자행하는 포주는 하루에 150-300 유로를 챙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 월드컵 경기가 치러질 라이프찌히 중앙경기장.
ⓒ Duerden
이와 관련, 독일여성협회, 독일 신구교회협회, 독일축구협회 등은 월드컵 기간에 범죄조직에 의한 강제매춘을 막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유럽연합 또한 독일에 강제매춘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인권문제에 좋은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성매매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스웨덴은 월드컵 기간 중 성매매를 완전히 금지할 것을 독일에 요구하기도 했다. 강제매춘 근절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독일축구협회 츠반치거 사무총장은 "강제 매춘은 매우 수치스러운 범죄행위이며 이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위원회는 월드컵 기간 경기가 열리는 12개 도시를 중심으로 강제매춘 근절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과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또 강제매춘과 연관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즉각 신고할 수 있는 직통전화도 개설될 예정이다.

정치권 일부에서도 강제매춘 근절을 위한 법률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으나 법 적용의 어려움, 시일 촉박 등으로 인해 관련법 제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티켓 장사에 눈먼(?) 조직위

월드컵 입장권 판매 관련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월드컵 조직위에 따르면 3월1일 현재 총 64경기 300만 장 중 270만 장이 판매돼 2억 유로가량의 입장권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조직위 편의 위주의 티켓판매 규정, 입장권 구매자 인권침해 등 입장권 관련 뒷말이 소비자 사이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우선 옵션티켓 건. 조직위는 30만 장의 옵션티켓 구입 신청자에게 입장권 금액을 선금으로 받고 입장권 구입 성사 여부에 관계없이 개인당 5유로의 신청료를 따로 챙기려다 반발을 샀다. 또 선금으로 낸 입장권 금액 환급도 월드컵이 끝나고 난 뒤 한 달 후에 가능하다고 했다가 비난을 샀다. 조직위는 소비자 단체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결국 신청료를 절반을 줄였으나 "장사에만 눈먼 조직위"라는 비난을 면치 못한 셈.

▲ 2006 독일월드컵 공식 사이트.
다음은 조직위의 입장권 양도 불허 방침 건. 조직위는 "암표시장에서 과도한 가격으로 입장권이 거래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양도 불허 사유를 밝히고 있으나 구매자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이베이를 통해 8배의 웃돈을 주고 4강전 입장권을 구입한 에센 거주 독일인 변호사 크라흐씨는 지난 2월, 양도불가 원칙에 따라 입장을 막는 게 부당하다며 프랑크푸르트 지방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크라흐씨는 <쥐트도이체자이퉁> 2월 20일자에서 "입장권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입장할 권리를 갖는 것"이라며 "조직위는 입장권 소지자의 입장을 막을 권리가 없다"고 이의제기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법원은 "3월 말 신설될 입장권 교환사이트 운영 실태를 파악한 후 4월 20일 판결을 내리겠다"고 발표했으며 다른 사람에게 입장권을 개인적으로 양도하는 것을 조직위가 금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다.

입장권의 개인신상정보란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조직위는 대회 안전을 위협할 소지가 있는 훌리건 등을 차단한다는 이유로 입장권에 개인정보를 수록하도록 했으나, 제작 당시부터 정보인권단체로부터 인권침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반면 경찰은 "스폰서, 참가국에 제공하는 티켓에는 개인정보란이 없어 안전이 우려된다"고 반발했다. 결국, 대회안전에 별다른 기여도 못하면서 내국인들의 인권침해만 한다는 것.
2006-03-13 13:26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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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독일에서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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