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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측의 임금 삭감 추진 등에 맞서 5월말부터 울산시의회 옥상과 울산시청 앞 인도에서 농성 중인 현대중공업노조
 회사측의 임금 삭감 추진 등에 맞서 5월말부터 울산시의회 옥상과 울산시청 앞 인도에서 농성 중인 현대중공업노조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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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과 임금 동결 등을 두고 수년 째 갈등을 빚고 있는 현대중공업 회사측과 노조 간의 갈등이 더 깊어지고 있다.

회사측의 임금삭감 제안과 구조조정에 맞서 노조 측은 지난 5월 25일 울산시의회 옥상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이후 5월 29일부터는 울산시청 정문 앞 인도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면서 대 시민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24일 열린 임단협에서 회사 측은 앞서 노조의 반발을 불러온 기본급 20% 반납안을 철회하고 동결안을 내놨다. 하지만 25일 낸 담화문에서는 최근 수주 불발 등이 '노조 탓'이라고 지적하면서 노조와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현대중공업 회사 "중국 노무비 등 원가경쟁력 앞서, 파업으로 수주 악영향"

현대중공업 경영진은 25일 '회사생존과 유휴인력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를 진행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담화문을 내고 최근 있었던 프랑스 'CMA CGM'사의 2만2천TEU급 컨테이너선 9척 발주를 중국에 뺏긴 이유를 노조 탓으로 돌렸다.

경영진은 "중국이 노무비 등 원가경쟁력에서 앞섰고 꾸준히 기술력을 축적해 온 터라 기술경쟁력도 우리와 대등한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불안정한 노사관계와 그로 인한 파업으로 납기 지연, 품질 불량이 수주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영진은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2년째 답보 상태인 2016년 임단협은 위기를 더 가중시키고 있다"며 노조의 결단을 촉구하는 한편, "유휴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 달부터 사업본부별 수주 물량 차이에 따라 교육과 유·무급휴직, 인력구조조정을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회사 측의 담화문 내용을 두고 현대중공업노조와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현대중공업노조는 25일 입장을 내고 "24일 현대중공업이 고용보장을 전제로 제안한 고통분담(기본급 20% 상당 반납)을 철회한다고 했지만 이미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2014년부터 지금까지 4년동안 기본급은 동결되었고, 그 고통은 노동자들에게 전담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현대중공업은 2017년 상반기 순이익 4조 5654억 원 달성, 영업이익 6분기 연속 흑자, 현대중공업 부채비율 94%로 초우량기업의 기준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는 현대중공업에서 기본급 반납 20% 요구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요구"라면서 "이미 2016년 고정연장수당이 개인당 적게는 4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의 임금이 삭감된 상황에서 임금삭감은 조합원 여론뿐만 아니라 동구 주민, 울산 시민들조차 억지라고 고개를 흔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주주 정몽준씨는 잘 나갈 때 가져갔던 3천억 원의 이익금에서 단돈 1원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내놓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현대중공업노조 "사측이 고용불안 부채질", 민주노총 울산 "제시안 조삼모사"

현대중공업노조는 "앞으로 현대중공업은 제시한 내용을 부각시키며 양보했다고 주장하면서 현중지부(노조)의 결단을 촉구하는 여론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것은 대단한 착각으로, 현대중공업에서는 이미 2만5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의 칼날에 길거리로 내몰려 울산을 떠나야 했다"고 상기했다.

노조는 또  "고용안정 선언으로 지금까지 불신의 벽을 허물어야 할 상황에서 고용불안을 더욱 부채질하겠다고 요구하니 구성원들의 분노는 더 깊어질 뿐"이라면서 "회사가 정말 어렵다면 공개적으로 그 사유를 명시하고 정부지원을 요청하는 수단인 조선업종특별지원 절차를 거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이를 거부하는 것으로 보아 (담화문에서 밝힌)휴업, 휴직의 목적이 기본급 반납-휴업, 휴직 등 구조조정 명분확보와 대법원에 계류중인 통상임금 소송까지 염두에 둔 치밀한 전략으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노조는 비록 누더기 제시안이지만 오히려 이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교섭에 나설 것을 회사에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다시 한번 회사 측에 성실한 교섭을 통한 마무리에 나서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도 25일 성명을 내고 현대중공업 사측의 제시안과 담화문을 '조삼모사'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24일 회사 측은 노조가 절대 수용 못할 안을 던져놓고, 오늘 노조 결단을 촉구하는 담화문까지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인건비 경쟁하겠다는 발상은 자기 얼굴에 침뱉기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주 못한 책임이 노조 책임이라면, 도대체 경영을 책임지는 자들은 무엇을 책임지고 있는가?"라고 되묻고 "노조와 책임 공방 정치 놀음을 그만하고 제대로 경영에 집중하라. 회사의 운명과 종업원을 책임지기 위해 경영진이 지금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반성과 성찰, 자숙이 필요한 때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회사 측이 제시안을 내고 담화문 발표로 생색을 내지만, 알고 보면 문재인 정부 놀리는 격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2015년부터 시작된 구조조정을 2년을 넘어 3년째 계속 하겠다고 협박하는 현대중공업 경영진은 무슨 생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태그:#현대중공업, #조선업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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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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